"3일 동안 꼼짝 않고 드라마 몰아보기 했어"
드라마 몰아보기가 취미인 지인의 말이다.
그 당시
나는 드라마를 아예 안 봤던 시절이었다.
아니, 드라마 볼 여유가 전혀 없던 때였다.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수업을 했기 때문에
준비 시간이며 수업하는 시간까지 계산하면 드
라마 챙겨 볼 물리적 시간도 없었고 마음의
여유조차 없었던 듯 하다.
좋은 말로 하면 열심히 살았고, 나쁜 말로 하면
참 기계처럼 건조하게 살았다.
학교 안 다니고 백수로 지내던 때
나는 드라마 몰아보기에 동참하게 됐다.
지금처럼 여러 가지 OTT가 있던 시절 얘기가
아니다.
중국 내 한국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채널이
있었는데, 그 채널을 통해 몰아보기를 했었다.
나의 인생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처음으로 몰아보기 한 드라마는
<미스터 션샤인>이다.
2018년 여름 TVN을 통해 방영한
<미스터 션샤인>은 구한말을 배경으로 했다.
시대적 배경으로 알 수 있듯이
그 당시 일본과 맞서 싸우며 나라를 지킨
이름 없는 의병들의 이야기가 큰 줄거리다.
여기에 훌륭한 영상미와 주, 조연뿐 아니라
보조 출연자들까지 연기 구멍 없이 잘했다는
칭찬이 자자한 드라마다.
쿠도 히나가 세 남자(유진 초이, 구동매, 김희성)를
묶어서 부르던 바등쪼(바보, 등신, 쪼다)의 캐미가
달콤 살벌해서 더 좋다.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본 장면은
1화와 마지막 화다.
1화에선,
신미양요(1871년) 때 선교사의 도움으로
군함에 승선해 미국에 도착한 소년 유진이
뮤직박스 가게에서 들리는 선율에 이끌린다.
마지막 화에서는
고애신이 같은 장소에서
유진 초이와 함께 그 음악을 들으며
행복해하는 상상을 하는 장면이다.
화면 속 고애신과 유진 초이는 함께 음
악을 들으며 웃고 있는데
그 곡이 바로 '그린 슬리브스'
바로 '푸른 옷소매'다.
작자 미상의 16세기 영국 민요이며
쓸쓸하면서도 아련한 느낌이 드는 곡이다.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고,
그 후로도 <미스터 션샤인>을 서너 번 더
몰아보기 했다.
내 인생 처음으로 몰아보기 한 드라마이며
내 인생의 드라마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MYBOX에 미스터 션샤인 캡처 사진이 있어서
그날의 기억을 더듬으며
오늘처럼 의미 있는 날, 몇 자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