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모으는 사람] 93

[음악을 모은는 사람]#93 이젠 잊기로 해요(ft.김완선)

출처:주란주란 유튜브 주란주란의 영상들을 좋아하는데, 그중 김완선의 는 개인적으로 최고라고 생각한다. 본 뮤비보다 더 좋다. 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을 정도로 유명하고 또 유해한 내용이나 나쁜 사람이 한 명도 없는 청정 드라마인데, 그중 극 중 덕선(혜리)을 향한 정환(류준열)의 짝사랑 서사를 주란주란은 가장 잘 편집했다. 이 한 편이 4분짜리 짧은 드라마라고 해도 될 만큼 잘 짜여졌다. 노래 시작 전, 정환이 "덕선아..." 부를 땐~ 아, 정말이지... 10번 들어도 10번 모두 심쿵할 정도로 너무 좋아서 혼자 웃곤 한다. 이젠 잊기로 해요 이젠 잊어야 해요 사람 없는 성당에서 무릎 꿇고 기도했던걸 잊어요 이젠 잊기로 해요 이젠 잊어야 해요 그대 생일 그대에게 선물했던 모든 의..

[음악을 모으는 사람]#92 Bruno Mars <Marry You>

일반적으로 걷기, 좀 폼나게 말하면 둘레길을 걸을 때 듣는 음악은 경쾌하고 빠른 음악을 좋아한다. 플레이리스트를 훑어보면 요즘 유행하는 노래는 한 곡도 없고 최소한 몇 년 전 혹은 수십 년 전 곡들이 대부분이다. Bruno Mars의 . 결혼식때 축가로 많이 부른다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술 취해서 '너랑 결혼하고 싶어, 아침에 일어나서 아니면 말고~'. 어쨌거나 즐겁고 경쾌한 를 들으며 걸으면 걸음이 굉장히 빨라진다. 빠르게 걷기 혹은 느리게 달리기가 가능하다. 음악적 취향이 다른 남편은 수십 곡의 트로트를 플레이하며 마라톤을 하던데, 4박자로 쪼개지는 음에 맞춰 달리면 정확하대나 뭐래나^^ 산행할 땐 를 듣지 않는다. 걸음은 느리고 숨이 찬데 를 듣다간 헉헉대며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음악을 모으는 사람]#91 이용 <잊혀진 계절>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 10월 특히 10월 31일엔 어김없이 듣게 되는 시즌 송이 된 지도 어언 40년이 넘었다. 생각해 보면 전두환 정권 시절 1980년 민주화 운동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끌기 위한 '국풍81'이라는 전대미문의 이벤트 쇼가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보자면 모두 흐지부지되고 국풍 81은 '이용'이라는 가수만 기억에 남았다. 원래 가사는 '9월의 마지막 밤을'이었는데 당시 가수 조영남과의 계약이 이뤄지지 않아 한 달 후에 비로소 이용에게 운명처럼 안긴 노래 은, 그래서 '9월의 마지막 밤을'이 아닌 '10월의 마지막 밤을'이 되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 뜻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

[음악을 모으는 사람]#90 임종환 <그냥 걸었어>

비 온 날 우산과 휴대폰 하나 달랑 들고 인천대공원을 걸으며 들었던 노래가 한 곡 있다. 바로 임종환의 아직 가을도 아닌 그렇다고 여름도 아닌 어정쩡한 9월 어느 날, 비가 와서 그랬는지 알고리즘은 그 노래로 안내를 했고 흥얼거리며 따라 부르다 보니 공원 여기저기 걷는 내내 그 노래를 듣게 되었다. 메타세콰이어 길에선 주위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는 아예 대놓고 노래를 불렀다. 감히 음치 주제에 말이다^^ 비가 오는 날 들어야 왠지 잘 어울릴 것 같은 이유는 아마도 가사 첫 줄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처음엔 그냥 걸었어 비도 오고 해서 가사가 나오기 전에 전화벨 소리와 함께 "여보세요"하는 여자 목소리가 먼저 들린다. 가사 내용만 보자면 용기없는 순둥순둥한(?) 남자가 내리는 '비'를 핑계로 여자에게 ..

[음악을 모으는 사람]#89 김동규&조수미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벚꽃 피는 봄이면 통과의례처럼 한 번쯤 '벚꽃엔딩'을 들어야 제대로 봄맞이하는 것 같고, 10월이면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들어야 제대로 가을을 맞이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지난 무의도 호룡곡산 국사봉에서 연세 지긋한 어르신이 듣고 계셨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듣고서야 '아, 지금이 10월이지'하며 자각하게 되었으니 10월은 참으로 억울하겠다. 그 어르신이 여러 버전으로 듣고 계셨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는 그날, 그시간, 그곳에 있던 등산객들에게 아주 특별한 감동을 주었다. 눈을 뜨기 힘든 가을보다 높은 저하늘이 기분 좋아 휴일 아침이면 나를 깨운 전화 오늘은 어디서 무얼 할까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걸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램은 죄가 될 테니까 가끔..

[음악을 모으는 사람]#88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 OST <The whole nine yares>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 두 일본 작가가 쓴 책(2000년)이지만 주인공 '아오이'와 '쥰세이' 이름 외엔 그다지 일본 느낌이 들지 않는 . 책을 읽고 상상력을 키우고, 영화(2003년)를 통해 피렌체 두오모 성당에서의 사랑을 꿈꾸며 해외여행을 떠난 사람도 많을 정도였으니 의 파급효과는 상당했다. 그런데 이 낭만 가득한 가슴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했으니... 그건 바로 영화 OST인 가 갑자기 개그콘서트에 등장하고나서 부터다. 개그콘서트가 너무 강렬했을까? 영화를 보지 않고 개그콘서트로 를 접한 사람은 절대 영화적 낭만이 느껴지지 않는단다.

[음악을 모으는 사람]#87 테너 김성호 <동심초>

지난달 17일 영국 웨일스 카디프의 세인트데이비드홀에서 끝난 영국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 2023'(이하 BBC 카디프) 가곡 부문에서 테너 김성호가 우승했다. 우리나라 전통 의상인 두루마기를 입고 가곡 를 부르는 모습은 비장하기까지 했는데 노래에 담겨진 '한'이 외국이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었던 모양이다. 몇 번 반복해서 보고 듣다가 남들과 다른 특별한 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는 '한'이 서려있는 노랫말을 목소리 뿐만 아니라 얼굴 표정으로도 감정을 보여주고 있다. 눈동자로도 가사를 전달하고 손끝으로도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 게 보였다. 긴 곱슬머리에 콧수염 그리고 한복을 입고 국제무대에 서다니...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 무어라..

[음악을 모으는 사람]#86 장필순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제주 소길댁 이효리 이전에 원조 소길댁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장필순이다. 여성 싱어송라이터인 장필순의 1997년 5집 앨범 타이틀 곡인 조동희 작사, 조동익 작곡 는 많은 사랑을 받으며 현재도 여러 후배 가수들에 의해 불려지고 있다. 하지만 장필순의 허스키하면서도 담담한 목소리로 부르는 는 흔한 말로 '넘사벽'이다. 널 위한 나의 마음이 이제는 조금씩 식어가고 있어 하지만 잊진 않았지 수많은 겨울들 나를 감싸안던 너의 손을 서늘한 바람이 불어올 때쯤엔 또다시 살아나 그늘진 너의 얼굴이 다시 내게 돌아올 수 없는 걸 알고 있지만 가끔씩 오늘 같은 날 외로움이 널 부를 땐 내 마음속에 조용히 찾아와 줘 널 위한 나의 기억이 이제는 조금씩 지워지고 있어 하지만 잊진 않았지 힘겨운 어제들 나를 지켜주던 너의 가..

[음악을 모으는 사람]#84 유익종&이춘근 <어서 말을 해>

사랑한단 한마디 그를 잡고 말을 못하면 너는 바보야 울고 싶은 이 마음 그를 잡고 말을 못하면 떠나가 버려 어서 말을 해 흔적 없는 거리 거리마다 말 못하는 바보들 뿐이야 정만 주면 무슨 소용이 있나 가고 나면 울고 말 것을 미워하면 무슨 소용 있나 가고 나면 후회할 것을 사랑한단 한마디 그를 잡고 말을 못하면 너는 바보야 울고 싶은 이 마음 그를 잡고 말을 못하면 떠나가 버려 어서 말을 해 흔적없는 거리 거리마다 말 못하는 바보들 뿐이야 정만 주면 무슨 소용이 있나 가고 나면 울고 말 것을 사랑한단 한마디 그를 잡고 말을 못하면 (정만 주면 무슨 소용 있나) 너는 바보야 (가고 나면 울고 말 것을) 울고 싶은 이 마음 그를 잡고 말을 못하면 (미워하면 무슨 소용 있나)떠나가 버려 (가고 나면 후회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