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삶을 사느냐에 따라 얼굴은 변한다. 물론 운동을 꾸준히 한다고 자동으로 이런 얼굴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욕심과 아집으로 굳어진 몸을 가지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 한근태 <몸이 먼저다>
[하루 만보 100일 걷기] 53일 차.
친구 중 자신이 쓴 시가 '시민 창작시 공모'에 당선되어 서울 지하철 승강장 안전문에 게시되어 있다고 자랑한 적 있다.
바쁜 아침 출근길에 혹은 피곤이 덕지덕지 붙은 퇴근길에 그 시가 눈에 들어올 리 없을 테지만, 대놓고 자랑까지 한 마당에 백수 주제에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봤다'고 인증샷 한 장 찍어서 축하하려고 했는데 그게 벌써 몇년 전의 일이다. 어느 역이었는지도 까먹었다.
종로 3가 지하철역 안전문에 적힌 시를 보며 그가 생각이 났다.
어느 역에 시가 적혀있는지 물어보면 서운해할까?
나의 건망증이 중증에 접어들었으니 그는 분명 이해할 것이다.
녹음 짙은 북한산 길상사 입구
길을 가로질러가는 달팽이 한 마리
더듬이 끝 커다란 눈망울 굴리며
제 몸짓보다 더 큰 집
등에 짊어진 채 기어가고 있다.
저만치 자동차 엔진 소리 들려오는데
애 터지게 느린 달팽이 걸음걸이
사부작 사부작
하느작 하느작
출렁거리는 산 그늘 아래
큰 산 하나 이사를 가고 있다.
이사 / 詩 김충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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