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아줌마의 일상 이야기]

[인천 가볼만한곳]여름에 걷기 좋은 숲길 - 계양산 둘레길 7.2km

문쌤 2023. 7. 25. 19:50

등산할 때 여름과 겨울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그나마 여름이 좋다.
워낙 추위를 많이 타는 바람에 땀을 흘릴지언정 차라리 여름 산을 오르며 모기에게 헌혈하는 걸 선택한다. 
 
우연찮게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 화요일도 산행을 하게 되었다.
마니산 오를 때 양쪽 팔에 열몇 방씩 모기에게 물린 자국은 시간이 지나면서 멍이 들었다. 
 
아무래도 모기에게 맞은 게 분명하다.
 
그래서 이번엔 가까운 계양산 둘레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행복한 화요일, 충만한 여정을 기대하며 계양산으로 쓔슝~
 

 

 
봄부터 걷기 편한 계양산 둘레길 코스를 알려준 이웃님 추천이 무색하게도 그동안 계양산 장미공원을 찾지 못했다.
사람 설레게 만들어 놓고 다른 곳만 본 탓이려니 생각해 본다.
 
계양산 정상까지 오른 적 있는데 너무 힘든 코스를 선택한 탓에 계양산은 '걷기 힘든 산'으로 각인된 것도 이유라면 이유다.
 
어느 정도 심신이 단련(?)된 여름이 되어서야 계양산 숲을 마주하게 되었다.
도심 안에 있으면서 허파 역할을 하는 계양산.
 
결론부터 말하면, 그동안 내가 걸었던 그 어떤 산이나 둘레길보다 가장 안전하고 걷기 좋은 길이었는데 왜 지금껏 몰랐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로 걷기 좋았다. 
 

숲길 종합안내도에 적혀있는 5개의 코스 중 첫 번째 적혀 있는 '계양산 둘레길'을 걷기로 했다.
개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예상 소요시간은 2시간 40분이라고 적혀있다.
이정도면 걸을만 하다.
 
 

계양산 장미원 초입에는 소풍 나온 어린이들과 주민들로 왁자지껄했다. 숲을 잘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괜히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종합안내도에 적힌 코스는 계양문화회관 쪽으로 가는 게 맞지만 새로 단장한 계양산성박물관 쪽 길을 걸었다.
 

하늘은 시(時) 분(分) 단위로 시시각각 변하며 불안하게 했다. 언제 비가 쏟아져도 이상하지 않을 날씨다.
강한 햇빛이 가려져서 오히려 걷기에 좋았다.
 

숲 속에 뜬금없이 나타난 중앙분리대. 
설마 통행량이 많아서 설치한 건 아니겠지?ㅎㅎ
 
살짝 오르막이어서 잡고 올라가기에 좋았다.
 

계양산에 익숙한 사람들은 전혀 문제 될 게 없겠지만 나처럼 처음 걷는 사람이 이런 길을 만나면 참 난감하다.
 

계단을 내려와 마주한 곳. 
처음 계양산 등산할 때 이곳에서부터 오르기 시작해서 그나마 유일하게 익숙한 곳이다.
그때 계양산 정상을 가지 않고 둘레길을 걸었더라면 계양산에 대한 이미지가 좋았을까?
 

헤매지 않고 계양산 둘레길을 잘 걷고 있다.
힘든 오르막도 없지만 둘레길이 전체적으로 고르게 잘 정리되어 있어서 걷기 편했다.
 
특히 흙길과 야자매트가 계속 이어지다 보니 맨발로 걷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계양산성박물관 앞을 지날 때 박물관 안으로 들어갔으면 좋았을 텐데 그대로 지나쳤다.
계양산 장미원에 주차를 했기 때문에 원점회귀를 해야 하는데, 이는 별로 좋아하는 방법이 아니다.
 

중간에 튈 수가 없잖아~

 

길 건너 식당의 비빔국수가 맛있다고 소문이 자자한데도 식사시간이 어중간해서 발길을 돌렸다.
다시 이 식당에 올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둘레길 걷기 마무리한 후 다시 이곳을 못 오고 마무리했다는 슬픈 이야기...
 

 

계양산성박물관 옆길로 올랐다. 
 

살랑거리는 짙은 나뭇잎, 고막을 뚫을 것 같은 매미 소리... 
모두 여름을 달리고 있다.
 

혼자 걷는 사람, 친구들과 걷는 사람, 맨발로 걷는 사람 등 계양산을 걷는 다양한 사람들 중 유독 한 노부부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할아버지는 배낭을 메고 할머니 손을 꼭 붙잡고 앞서서 걷고, 할아버지에게 왼손을 맡긴 할머니는 부채 하나 들고 걷고 계셨다.
두 분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 한참 동안 조용히 뒤따라 천천히 걸었다. 
 

임학정에 앉아 싸 온 과일과 빵을 쉬고 계신 어르신들과 나눠 먹었다.
내가 건넨 과일을 '하찮은 값'으로 폄훼하는 어떤 어르신...
아, 그냥 웃고 말자...
 
임학정에서는 여러 갈래길이 있어서 조금 당황했다.
 
계양산 장미원 주차장으로 가야 했으므로 다른 길로 가면 안 된다.
차를 버리고 가는 방법도 있지만 오늘은 무조건 주차장까지 가는 길을 걸어야 했다.
 

음... 나를 시험하는 두 갈래 길 앞에 섰다.
동전을 던져서 길을 선택해야 할까?
 

펼쳐진 길마다 각각 다른 모습을 한 채 크고 작은 나무와 풀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한줄기 바람이라도 불면 떡갈나무가 스치며 부대끼다 후두둑 떨어져 깜짝 놀라게 했다.
 

곳곳에 쉼터가 많고 넓은 평상이 많아 걷다가 쉬기에 아주 좋았다. 
 
숲속에 있는 것만으로도 산림치유가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숲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가끔 아주 가끔 돌계단이 있지만 마니산 1004 계단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무릎에 전혀 무리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밋밋한(?) 길을 걷다가 만난 돌계단은 재미있는 길이었다.
 

피고개 도착.
이제 거의 다 온 거나 마찬가지다^^
 

나 같은 길치를 위해 누군가 친절하게 표시를 해뒀다.
길을 잘 아는 이들에겐 아무것도 아닌, 오히려 낙서에 가까워 보이겠지만 초행길인 사람에겐 더없이 반가운 안내 표시다.
 

도시의 모습이 드러나며 드디어 출발지점인 계양산 장미원 주차장에 도착~!
전혀 힘들지 않은... 그래서 생각할 시간이 많았던 계양산 둘레길. 
 

 
다음엔 계양산 맨발 걷기를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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