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아줌마의 일상 이야기]

[인천 가볼만한곳] 무의도 호룡곡산 트레킹10.3km(큰무리선착장 - 국사봉 - 호룡곡산 - 하나개 해수욕장) (사진 많음 주의)

문쌤 2023. 10. 11. 06:00

연휴 때 꼭 같이 가고 싶은 산이 두 군데 있다고 일주일 전부터 말했다.
언제부턴가 홀로 산행은 부담스러워 조심하고 있는데 기회는 이때다 싶어서 트레킹을 제안한 것이다. 다들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멱살 잡고 출발했으니 그곳은 바로 무의도 호룡곡산 되시겠다~!!!
 
누군가는 무의도 호룡곡산이 가장 아름다운 산이라고 칭찬하지만, 혼자 갔다가 길을 잃고 흐지부지 끝나버린 내겐 호룡곡산의 매력보다 트레킹 트라우마를 안겨준 산이다.
 
10월 9일 한글날,
호룡곡산 뿌시기 도전~ 쓔슝~^^
 

 

 
 큰무리선착장 - 국사봉 - 호룡곡산 - 하나개 해수욕장

 
내가 우겨서 갔으니 무의도 호룡곡산 트레킹 후 장렬히 전사할지라도 오늘은 무조건 GO~!!!
 

큰무리선착장에서부터 시작했다.(10시 51분)
 

큰무리 둘레길 코스 유혹이 만만치 않지만 오늘은 미뤄둔 숙제를 해야 하므로 곧바로 국사봉 가는 길로 들어섰다.
 

푸근하고 완만하게 시작하는 호룡곡산은 오히려 그런 이유로 나 같은 등산 초보가 만만하게 도전하게 하는 달콤한 속삭임과도 같다.
 

모두의 안녕을 기원하며 휘리릭 지나간다.
 

유명한 산답게 수많은 산악회 리본이 길 안내를 해주고 있다. 평지를 걸을 땐 가을 냄새만이 훑고 지나갈 뿐 바람마저 고요했다.
 

국사봉까지 2.27km 남았다. 이렇게 평지만 걷는다면 금방 도착할 것 같다^^
 

키 큰 나무에 가려져 전망이 트이지 않은 전망대에선 인증 사진만 찍고 지나갔다. 
바쁘다 바빠~!
 

혹시 보수공사를 했을까?

정성껏 공들인 모습이 역력한 제부도의 계단 논슬립이 오버랩되었다.

지난 호룡곡산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듯이 제발 계단 좀 고쳐주면 좋겠다.
 

도로를 지나 다시 국사봉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무의도 호룡곡산을 가장 걷기 좋은 산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이런 평지를 좋아한 게 아닐까 싶다.
흙길이어서 맨발로 걸어도 좋겠다 싶었는데 마침 반대 방향에서 맨발로 걸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벤치에 앉아 처음으로 배낭을 내려놓고 간식도 먹고 음악 들으며 산에서만 누릴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갈길이 먼데
여기서 이러시면
아니되옵니다~;;

 

실미도 유원지로 가는 이정표와 함께 곧바로 차량이 오갈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길이 이어졌다. 
 

넓은 헬기장에 도착했다.
헬기장 나무 그늘에서 소풍을 즐겨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오늘은 바쁘니까 쉬지 않고 곧바로 국사봉을 향해 걸었다.
 

 




 

갑자기 나타난 '사유지 현수막' 오른쪽으로 빠지면 다시 국사봉으로 가는 길이 이어지는데 이 길은 뭔가 좀 어수선하다.
 

여기서부터 국사봉까지 살짝 힘든 산행이 시작되었다.
 

호룡곡산을 오른 후 처음으로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큰 바위에 도착했다.
하지만 먼저 온 등산객들이 자리 잡고 있어서 그냥 지나갈까 하다가 양해를 구한 후 겨우 사진만 찍고 이동했다. 
 

국사봉 올라가는 길에 처음으로 데크 계단이나 야자매트가 아닌 자연에 가까운 산을 걸으며 '힘들다'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전망대에서 본 실미도와 하나개 해수욕장.
 
세상을 다 가진 것 같고 가슴 벅찬 행복이 마구 샘솟는 이 느낌^^
 
산에서 확 트인 바다를 바라본다는 것은 경험해 본 사람만이 공유할 수 있는 느낌이다.
 

지난 무의도 트레킹 때 길을 잃고 헤매게 된 애증의 장소에 도착했다.
이미 경험했으니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조우하게 되었다.

[인천 가볼만한곳] 바람이 친구가 되어주는 곳, 무의도 국사봉 가는 길(정보 없음 주의)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같은 장소에서 두 번이나 넘어져서 무릎을 깼다 아, 인생이란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배우는 것이로구나! 새삼 깨닫게 되었다 나태주 시인의 詩 로 시작하는 오늘의

630829.tistory.com

빼어난 산과 바다를 모두 즐길 수 있는 국사봉 도착~!!!(13:07)
 

 

건너온 무의대교가 그림처럼 보이고 사방이 트여서 해묵은 스트레스가 있다면 모두 날아갈 것 같은 곳이다.
 
국사봉 정상석을 배경으로 그동안 해보지 못한 인증사진을 찍고 싶은데 정상석 바로 옆 벤치에 어르신 두 분이 식사를 하고 계셔서 계속 눈치만 보고 있었다.
 
우리도 일단 점심을 먹기로 했다.
하지만 어른신들은 식사를 마친 후에도 전혀 가실 생각이 없어 보였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좋아하시는지 그 노래만 여러 가수 버전으로 계속 듣고 계셨다.
 
푸른 바다가 펼쳐진 호룡곡산 국사봉에서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듣다니, 가을을 제대로 만끽하고 계신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10월의 어느 멋진 날이 되었다.
 
그러나 감상에 젖어있기엔 시간이 많이 지났다.
언제 다시 무의도 국사봉에 식구들과 같이 올 수 있을지 모른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는 국사봉에 흘러넘치고, 바로 앞에 앉아계신 어르신의 시선은 계속 우리의 행동을 주목하고 계셨다. 
 
에라 모르겠다!

쪽팔림은 순간이고 사진은 영원하다!!!
 
눈 딱 감고 사진 찍고 국사봉 탈출하자~!!!
 

국사봉에서 더 재미있게 놀 수 있지만 주변의 시선을 무시할 수 없으니 인증사진만 후다닥 찍고 언제 다시 만나게 될 지 모를 국사봉과 헤어졌다.
 

'등산로'라고 적힌 팻말을 보고 갔다가 크게 혼났으므로 공신력 있는 채널 주인인 이웃님의 안내대로 하나개해수욕장 쪽 데크 계단으로 내려갔다.
 

국사봉에서만 사진 찍기 놀이를 하란 법 없다. 찍어줄 사람이 있다면 어디서든 가능하다. 찍고 찍어주고 하다 보면 산행의 즐거움은 두 배로 늘어나고 그만큼 트레킹 시간도 두 배로 늘어난다^^
 
그나저나 등산 스틱은 어디서 엿 바꿔 먹었길래 나뭇가지를 지팡이 삼아 걷는지 원...
 

하나개 해수욕장으로 바로 갈 수 있는 길과 호룡곡산 정상으로 가는 구름다리가 있는 갈림길에 도착했다.

바로 앞에 있는 하나개 해수욕장으로 가자는 걸 무시하고 구름다리로 앞서 걸었다ㅎㅎ
 

이곳은 계단 천국이라 중간에 쉬면서 올라갔는데, 잠시 후 이런 계단이 얼마나 감사한지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조망대 쉼터엔 몇몇 등산객이 술을 마시고 있어서 그냥 패스~!
 

드디어 호룡곡산(244m)에 도착했다.(14:39)
호룡곡산 오르는 길이 모두 순조롭지는 않았으나 정상에서 내려다 본 모습은 충만한 행복을 가져다 주었다.
스스로 가슴 벅차고 자랑스러웠다.
 
토닥토닥 쓰담쓰담~^^
 


 

 

눈앞에 펼쳐진 것처럼 아주 가까운 하나개 해수욕장.
 
줄을 매달아 슝~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얼마나 재미있을까?^^
 

호룡곡산 정상석 바로 앞에 있는 계단을 이용해 작은 하나개 방향으로 내려갔다.
 
이제까지 무의도 호룡곡산이 즐거운 소풍길이었다면, 지금부터는 조금이라도 긴장감을 놓으면 최소 다리 삐끗이요 최대 12주 입원일 정도로 위험한 하산길이다.
 

스릴을 좋아한다면 아주 만족할만하다.
하지만 스릴보다 무조건 안전 하산이 우선이기 때문에 조심 또 조심히 걸으며 말수도 급격히 줄어들다가 어느새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엉금엉금 기어가다시피 걸었다.
 
발에 치인 돌멩이가 이리저리 굴러다녀 괜히 앞선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 위험해 보였다. 앞에 걷는 사람이 저만치 멀어진 걸 확인한 후 조심히 움직였다.
 

앞서 간 부부 중 아주머니는 밧줄을 잡고 조심히 걷다가 헐거워진 밧줄을 잡는가 싶더니 몸의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다 발을 삐끗한 모양이다.

발도 발이지만 순간적으로 팔 근육이 놀랐는지 팔을 붙잡고 그자리에 주저앉았다. 
 
남편과 함께 있으니 딱히 도와줄 일은 없어 보였다. 더군다나 나조차도 휘청거려서 내가 누굴 도울만한 처지가 아니었다.
 
조금 더 내려가다 보니 언제 끊어졌는지 모를 밧줄과 지지대가 팽개쳐져 있었다. 땅 속에 지뢰라도 있는 양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내디뎠다.
 

기울어진 햇살 받으며 소사나무 숲을 걸었다. 이제 다 온 거나 다름없다.
 

소사나무 숲을 지나 계단을 내려가니 빼꼼히 바다가 드러났다. 
드디어 갯벌 걷기로 유명한 하나개에 도착~~!!!(15:46)
 
너무 흥분해서 눈물날 뻔~^^
 

손에 꼽을 정도로 좋아하는 하나개 해수욕장, 특히 무의 해상관광탐방로는 언제 걸어도 좋은 길이다. 
 
갯벌을 걷는 사람, 암벽을 즐기는 사람, 바위에 붙은 석화를 캐는 사람...
 
평소 평일에 혼자 다니며 한가한 하나개가 온통 내 것인 양 즐겼는데, 연휴엔 각자 자기 방식대로 하나개 해수욕장을 즐기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윤슬마저 아름다운 무의도 호룡곡산 트레킹은 여유로운 하나개 해수욕장 텐트촌에서 끝을 맺었다.(16:31)
 
 

 

리라이브 수고했다! 자랑스러운 무의도 트레킹~^^

 

ps.
하나개 해수욕장 입구 화장실에서 손 씻으며 거울에 비친 모습은
눈이 퀭~한 게

와~ 이건 사람 몰골이 아니다ㅠㅠ

 
꼼수 부리며 하나개 해수욕장 주차장에서 무한 대기 중이던 차를 탄후 잔소리할 틈도 없이 바로 기절한 것 같다.
 

무의도 호룡곡산을 5시간 넘게 고군분투하며 걸었건만 하나개해수욕장 주차장에서 트레킹 시작한 큰무리선착장까지 차로 10분 걸렸다ㅎㅎ

집 근처 식당에 갔는데 밥 씹을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이럴 때 알약 하나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하면 얼마나 좋을까?
 
집 도착 후 씻고 바로 기절 모드~
 
아침에 일어났으나 눈 감은채 손가락 발가락 꼼지락 거리며,
 
음~
살아있음 확인^^
 
배낭 멘 어깨와 종아리가 조금 아프고 자꾸 달달한 거 찾는 거 빼고는 호룡곡산 트레킹 후유증치곤 양호한 편.
 
다음엔 어딜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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