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아줌마의 일상 이야기]

제목이 없어도 된다고 말해주면 좋겠네

문쌤 2023. 2. 23. 23:58

생각해 보니 '저축한 체력' 운운하며 산에 다녀온 뒤엔 꼭 아팠었다.

하루 끙끙 앓다가 회복되거나 한 이틀 정도 골골거리다가 평상시 컨디션으로 돌아왔더랬다.

 

지난주 가현산 다녀와서도 그럴줄 알았다.

늘 자랑스럽게 입버릇처럼 말했던 '저축한 체력'은 이미 바닥나서 잔고 부족 상태인데 뭘 믿고 3시간 반 동안 산에서 돌아다녔는지...

제정신이 아닌 거다.

 

다음날 푹 쉬었으면 좋았으련만 새벽에 집을 나서 서울역에서 부산 가는 KTX를 탔다.

갑자기 여행 삼아 출발한 게 아니다.

 

약 한 달 전 '딸내미와 함께 걷는 이기대 해안 산책로'라는 제목으로 '지랄 총량의 법칙' 운운하며 글을 썼던 부산행의 연장선이었기 때문에 이미 한 달 전에 약속한 일정이다.(몇 년 동안 부산을 오 간 중요한 일임)

 

한 계단씩 내려오는 '방전 상태'가 아니라 서너 계단 씩 뚝뚝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체력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움직이는 종합병원'이다 보니 이런 상태가 되면 스스로 감지가 된다.

 

아, 이러다 큰일 나겠구나...

 

이럴 땐 스스로 응급실에 가든지 동굴 속에 들어가 모든 걸 차단하고 눕는 게 답이다.

먹지 않아도 웅크리고 며칠 있다 보면 조금씩 회복된다.

 

 

사진 없는 포스팅 될까봐 무엇을 찍으려고 했는지 전혀 가늠 안 되는 사진이라도 올림

 

오늘은 봉사활동이 있는 날.

어느 정도 회복되기도 했고 죽고 사는 문제 아닌 이상 약속은 지키고 싶었다.

 

봉사활동 끝나고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햇살이 비추는 곳으로 향했다.

 

햇볕이 따스해서,

 

마침 그 자리에 벤치가 있어서...

 

...

 

좋았다...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앉아있는 게 슬프면서도 좋았다.

 

...

 

...

 

좋았다.

 

 

겨우내 등산화만 신고 다니다가 오랜만에 가벼운 울 소재 운동화를 신었다.

무게를 덜어내니 걸음이 한층 가볍다.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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