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니 '저축한 체력' 운운하며 산에 다녀온 뒤엔 꼭 아팠었다.
하루 끙끙 앓다가 회복되거나 한 이틀 정도 골골거리다가 평상시 컨디션으로 돌아왔더랬다.
지난주 가현산 다녀와서도 그럴줄 알았다.
늘 자랑스럽게 입버릇처럼 말했던 '저축한 체력'은 이미 바닥나서 잔고 부족 상태인데 뭘 믿고 3시간 반 동안 산에서 돌아다녔는지...
제정신이 아닌 거다.
다음날 푹 쉬었으면 좋았으련만 새벽에 집을 나서 서울역에서 부산 가는 KTX를 탔다.
갑자기 여행 삼아 출발한 게 아니다.
약 한 달 전 '딸내미와 함께 걷는 이기대 해안 산책로'라는 제목으로 '지랄 총량의 법칙' 운운하며 글을 썼던 부산행의 연장선이었기 때문에 이미 한 달 전에 약속한 일정이다.(몇 년 동안 부산을 오 간 중요한 일임)
한 계단씩 내려오는 '방전 상태'가 아니라 서너 계단 씩 뚝뚝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체력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움직이는 종합병원'이다 보니 이런 상태가 되면 스스로 감지가 된다.
아, 이러다 큰일 나겠구나...
이럴 땐 스스로 응급실에 가든지 동굴 속에 들어가 모든 걸 차단하고 눕는 게 답이다.
먹지 않아도 웅크리고 며칠 있다 보면 조금씩 회복된다.
오늘은 봉사활동이 있는 날.
어느 정도 회복되기도 했고 죽고 사는 문제 아닌 이상 약속은 지키고 싶었다.
봉사활동 끝나고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햇살이 비추는 곳으로 향했다.
햇볕이 따스해서,
마침 그 자리에 벤치가 있어서...
...
좋았다...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앉아있는 게 슬프면서도 좋았다.
...
...
좋았다.
겨우내 등산화만 신고 다니다가 오랜만에 가벼운 울 소재 운동화를 신었다.
무게를 덜어내니 걸음이 한층 가볍다.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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