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내리던 날,
저녁 공연을 보러가야 해서 에너지 비축할 겸 집에서 밀린 포스팅 할 생각이었다.
(맹세코 진짜임~^^)
원래 뒤돌아보는 스타일이 아닌데 한해를 마무리 짓는 12월이 되고보니 자꾸 뒤돌아보게 된다.
언제부턴가 마음이 움직일때 전등사에 가곤 했는데, 나의 삶을 객관적으로 감상할 때면 늘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뭐다?
정답은 전등사, 쓔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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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등사의 역사적 가치는 제쳐두고라도 사계절 언제 가도 늘 새로운 모습이면서 안락한 곳이 아닐까 싶다.
사진 몇 장 찍는 일 말고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지 않고 겨울을 마주하며 걷는 일은 평온 그 자체다.
스마트폰 속 세상보다 오히려 온기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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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등사로 들어가는 남문과 동문 중 항상 동문을 통해 입장했는데 동문만의 매력을 알고나면 헤어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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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면 얼마나 좋을까?
그림을 잘 그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언젠가 비오는 날, 전등사에서 야외 수업하는 사진 동호회 회원들을 만난 적 있는데 , 비를 가리기 위해 비닐커버를 씌운 카메라로 전등사의 모습을 열심히 담고 있던 모습이 생각났다.
나는 그정도의 열정이 없다.
그저 감정에 충실하며 눈으로 담는 걸 좋아할 뿐.(사진 못 찍는 걸 열심히 포장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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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등사에 갈 때마다 참새 방앗간처럼 들르는 죽림다원.
고즈넉한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평안을 주지만, 실내 통유리로 들어오는 바깥 풍경이 너무 좋아서 아끼는 곳 중 하나다.
하지만 집에서 커피를 내려 보온병에 담았고 간식도 몇 가지 챙겼기 때문에 오늘은 죽림다원에 들어가지 않았다.
커피 가져간 게 잘못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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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있는 법당, 무설전.
전등사에 갈 때마다 무설전 위에 앉아 있는 어린왕자와의 눈맞춤은 이제 습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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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등사에 자주 다녔지만 무설전에 들어가 볼 생각은 한번도 한 적 없다.
왠지 '관계자 외 출입금지'처럼 들어가서는 안 될 공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오늘은 무설전 전시회가 눈에 들어왔다.
화려해서 눈에 띈 게 아니라 빗물에 젖은 전시 현수막이 애잔해서 그랬던 것 같다.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흔히 아는 갤러리의 모습이 아니다.
문을 절반만 열었는데 몇몇 불자의 기도 하는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아...
잠깐 고민하다가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대로 조용히 문을 닫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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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등사 템플스테이 사무국 뒤쪽을 뭐라고 부르는 지 모르겠으나 이영섭 작가의 <어린왕자> 작품들이 선물처럼 전시되었던 곳이라 그때의 감동이 지금도 심장을 두근거리게 한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데 이 아름다운 풍광을 눈으로 담느라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였다.
머리를 풀어헤치고 짙게 내려앉은 안개가 겨울비 내리는 전등사에 비중있는 조연으로 출연하니 이보다 더 완벽한 '비오는 날'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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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등사의 까치밥마저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제법 많이 달렸을텐데 몇 개 남지 않을걸 보니 그새 만찬을 즐겼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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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까 말까 고민될 때 안 가는 쪽을 택했는데, 지나고보면 가는 게 더 나았겠다 싶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도 오는데 청승맞게 뭐하러 밖에 나가느냐는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린 건 너무도 잘 한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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