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아줌마의 일상 이야기]

[인천 가볼만한곳]비도 오고 해서 전등사에 가다(12.14)

문쌤 2023. 12. 18. 06:00

겨울비 내리던 날,
저녁 공연을 보러가야 해서 에너지 비축할 겸 집에서 밀린 포스팅 할 생각이었다.
(맹세코 진짜임~^^)
 
원래 뒤돌아보는 스타일이 아닌데 한해를 마무리 짓는 12월이 되고보니 자꾸 뒤돌아보게 된다. 
 
언제부턴가 마음이 움직일때 전등사에 가곤 했는데, 나의 삶을 객관적으로 감상할 때면 늘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뭐다?
정답은 전등사, 쓔슝~^^
 

 

 

전등사의 역사적 가치는 제쳐두고라도 사계절 언제 가도 늘 새로운 모습이면서 안락한 곳이 아닐까 싶다.
 
사진 몇 장 찍는 일 말고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지 않고 겨울을 마주하며 걷는 일은 평온 그 자체다.

스마트폰 속 세상보다 오히려 온기가 느껴진다.
 

전등사로 들어가는 남문과 동문 중 항상 동문을 통해 입장했는데 동문만의 매력을 알고나면 헤어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시인이면 얼마나 좋을까? 
그림을 잘 그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언젠가 비오는 날, 전등사에서 야외 수업하는 사진 동호회 회원들을 만난 적 있는데 , 비를 가리기 위해 비닐커버를 씌운 카메라로 전등사의 모습을 열심히 담고 있던 모습이 생각났다.
 
나는 그정도의 열정이 없다. 
그저 감정에 충실하며 눈으로 담는 걸 좋아할 뿐.(사진 못 찍는 걸 열심히 포장하는 중~^^)
 

전등사에 갈 때마다 참새 방앗간처럼 들르는 죽림다원.

고즈넉한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평안을 주지만, 실내 통유리로 들어오는 바깥 풍경이 너무 좋아서 아끼는 곳 중 하나다.
 
하지만 집에서 커피를 내려 보온병에 담았고 간식도 몇 가지 챙겼기 때문에 오늘은 죽림다원에 들어가지 않았다. 
 

 커피 가져간 게 잘못인 거지??

 

 

그림이 있는 법당, 무설전.
전등사에 갈 때마다 무설전 위에 앉아 있는 어린왕자와의 눈맞춤은 이제 습관이 되었다.
 

전등사에 자주 다녔지만 무설전에 들어가 볼 생각은 한번도 한 적 없다.

왠지 '관계자 외 출입금지'처럼 들어가서는 안 될 공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오늘은 무설전 전시회가 눈에 들어왔다.

화려해서 눈에 띈 게 아니라 빗물에 젖은 전시 현수막이 애잔해서 그랬던 것 같다.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흔히 아는 갤러리의 모습이 아니다.
 
문을 절반만 열었는데 몇몇 불자의 기도 하는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아...
 
잠깐 고민하다가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대로 조용히 문을 닫고 나왔다.
 

전등사 템플스테이 사무국 뒤쪽을 뭐라고 부르는 지 모르겠으나 이영섭 작가의 <어린왕자> 작품들이 선물처럼 전시되었던 곳이라 그때의 감동이 지금도 심장을 두근거리게 한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데 이 아름다운 풍광을 눈으로 담느라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였다.

머리를 풀어헤치고 짙게 내려앉은 안개가 겨울비 내리는 전등사에 비중있는 조연으로 출연하니 이보다 더 완벽한 '비오는 날'이 또 있을까?
 

전등사의 까치밥마저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제법 많이 달렸을텐데 몇 개 남지 않을걸 보니 그새 만찬을 즐겼나보다.
 

갈까 말까 고민될 때 안 가는 쪽을 택했는데, 지나고보면 가는 게 더 나았겠다 싶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도 오는데 청승맞게 뭐하러 밖에 나가느냐는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린 건 너무도 잘 한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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