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원 나무들은 월동 준비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볼 겸 오랜만에 인천대공원으로 향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트레킹은 생각하지 않았으며, 다만 수목원 둘러본 후 지난가을에 알게 된 은행나무 근처 카페에서 차 한 잔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런데 1日 4山이라고??
그럼 출발~쓔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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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고혈압, 성질 급하신 분은 답답해서 뒷목 잡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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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동안 다양한 모습으로 즐거움을 주었던 인천대공원.
큰 이변이 없는 한 2023년 마지막으로 인천대공원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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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공원 정문에서 누가 봐도 등산 복장을 한 내 또래 정도 되어 보이는 서너 명의 등산객을 만났다.
자연스럽게 말을 섞게 되었는데, 관모산 다녀온 얄팍한 이력으로 아는 척했다가 가본 적 없는 거마산을 들먹이자 깨갱했다.
거마산은 산도 아니란다. 그냥 동네 뒷산 정도여서 금방 갔다가 소래산을 들러 상아산과 관모산까지 다녀와야 비로소 산에 다녀온 것 같단다.
순식간에 팔랑귀가 작동해서 수목원 나무 보러 가려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에너지 넘치는 중년 여성들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거마산(210.3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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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인천대공원을 자주 다녔지만 한 번도 눈여겨본 적 없는, 아니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던 곳에 '거마산 등산로' 안내 표시가 있었다.
사진 몇 장 찍느라 몇 차례 걷다 멈추다를 반복했을 뿐인데 그들은 벌써 저만치 사라졌다.
길을 잃지 않으려면 부지런히 걸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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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데군데 녹지 않은 눈, 낙엽 위 얼음.
주말에 다른 동네 다녀오는 바람에 우리 동네에 눈 온 걸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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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축지법을 쓰는지 이미 보이지 않는 등산객들.
하지만 이정목이 거마산 정상을 가리키고 있으니 걱정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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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마산 정상 도착~!
거마산 정상석 인증 사진 찍으며 자랑하려고 했건만 찾을 수가 없다.
얼마 전부터 사라지고 없다며 원래 있었던 위치를 알려주었다.
거마산과의 첫 대면치곤 썰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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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마산과의 첫 대면을 못한 아쉬움을 따뜻한 커피로 달래는 중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거마산을 오르는 중에도 먼지같은 눈이 내리기 시작했지만 거마산 정상에서야 비로소 눈다운 눈이 내렸다.
어쩌면 가장 멋진 산행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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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올라온 등산객들을 따라 하산했다.
급히 배낭을 챙겨서 뒤따랐는데 벌써 사라지고 뒷모습조차 안 보였다.
산에서 달리기를 하는 건가 축지법을 쓰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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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따라 내려오니 '거마산 숲길 안내판'이 있다.
이곳이 거마산 입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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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장수동 은행나무 쪽으로 곧장 내려왔다.
아는 곳을 만나니 반가워서 마음이 편해졌다.
근처 카페에 갈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으나 저만치 멀어지는 그들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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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왔으면 헤맸을 텐데 얼떨결에 따라나선 길이지만 소래산 입구를 알게 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1日 2山을 할 것 같은 뿌듯함에 몸도 마음도 가벼웠다.
소래산(299.4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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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제법 굵게 내리기 시작했다.
꽤 낭만적이지만 혹시 갑자기 비로 변하지 않을까 살짝 걱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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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몰랐던 친절한 소래산에 관심도가 커졌다.
오르막 내내 잘 정비되어 있는 모습에 내심 놀라며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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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대 사격시 우회하라'는 안내판이 있다. 사격이 아니어도 일단 화살표대로 걸었다.
빗소린가 싶었으나 제법 굵은 눈이 낙엽 위에 쌓이는 소리에 걱정이 몰려왔다.
산에서는 어떤 상황이 생길지 모르니 늘 준비를 하고 다녀야 하는데, 무방비 상태로 오르다 보니 배낭 안에 먹을거리 몇 가지만 들었다는 게 생각났다.
이 정도쯤이야... 별일 있으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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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종주길 표식은 초록색 아니었나???
갑자기 얼굴색을 바꿔서 의심과 근심 걱정이 한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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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가을에 왔다면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등산객들이 꽉 찼을 것 같은 멋진 장소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했던가.
모두 한쪽 방향을 볼 수 있도록 설치된 여러 개의 벤치를 보며 숲속 작은 음악회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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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마저 예쁜 소래산 정상 도착~!
정상석도 마음에 들고 궂은 날씨지만 사방이 트여서 산에 오른 보람이 있다.
사실, 거마산은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사방이 막혀서 정상에 오른 느낌이 전혀 안 들었는데 소래산에서 보상받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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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래산 정상에 인천종주길 5코스 스탬프함이 있다.
계획에 없던 산행이라 그나마 갖고 있던 무지수첩도 안 챙겼다. 할 수 없이 티백 포장지에 인증 사진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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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대 사격훈련시 우회하라는 안내판.
사격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계단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인천대공원에서부터 함께 올랐던 등산객들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
이제부터 혼자 내려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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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따라서 쭉 걸어가면 되는 거 아냐?
친절한 소래산에 마음을 놔버렸다.
그 순간 발이 미끄러져서 쿵~!!!
다행히 순발력(?)으로 로프를 잡았으나 무릎이 얼어있는 나무 계단을 찍었다.
짧고 날카로운 비명이 산에 울려 퍼졌다.
아픈 것보다 그 순간에도 창피해서 앞뒤 살피며 일단 시야에 들어오는 등산객이 없는 걸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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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보니 소래산 등산로 입구로 다시 내려왔다.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집에 가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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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공원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만의골 은행나무길을 걷다가 갑자기 인천종주길 이정목을 만났다.
길을 건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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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종주길 화살표를 따라가면 인천대공원으로 들어갈 수 있겠다.
갑자기 나타난 농촌 풍경을 따라 걸었다.
함박눈은 아니지만 여전히 눈이 내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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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판 없는 세 갈래 길.
여기서 우왕좌왕하며 시간을 많이 허비했다.
누가 봐도 가장 정확한 길처럼 보이는 오른쪽 길로 걸었다.
앗!
길 끝엔 '맹견 주의'간판이 대문짝만 하게 적혀 있었다.
무서워서 더 이상 진입하지 않고 뒷걸음질로 나와 이번엔 누가 봐도 길이 없을 것 같은 가운데 길로 걸었다.
역시나 텃밭의 흔적만 있을 뿐 길이 막혔다.
왼쪽 길은 보나 마나 정상적인 길이 아니다.
다시 되돌아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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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을 옮길 때마다 귀 밝은 동네 맹견들이 달려들듯 짖어댔다.
마침 동네 초입에서 만난 주민이 '장수 블루베리' 쪽으로 걸어가면 인천대공원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알려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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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준 대로 하천을 따라 걸어가니 드디어 인천대공원에 도착했다.
히유~
안도의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상아산(151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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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인천대공원을 거쳐서 남문으로 걸어가야 했기 때문에 내친김에 인천종주길 화살표를 따라 걸어가기로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길을 따라 걸으면 관모산이 나오는 줄 알았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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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정말 한바탕 함박눈이 쏟아져도 낭만적으로 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간간이 흩날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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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뉘~
관모산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상아산 정상석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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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방향 감각은 어디에 버리고 다니는 건지...ㅠㅠ
몰랐다면 당황했겠지만 상아산과 관모산은 거의 붙어있다시피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다만 가파른 계단으로 오른 적이 없다가 정상에 오르고 나서야 생각지도 않은 다른 이름의 산이어서 배신감(?) 때문에 살짝 당황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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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하는 길에 지는 해를 보고 발걸음을 멈췄다.
상아산 정상에 함께 있었던 등산객도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었다.
서산에 지는 빨갛고 동그란 해.
어쩐 일인지 붉게 떠있지만 사진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관모산 정상에 올라가면 볼 수 있겠구나~!
비슷한 또래의 여성 등산객과 멋진 노을을 보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관모산을 향해 달리다시피 했다.
관모산(162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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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산과 관모산과의 거리는 얼마 되지 않지만 관모산 정상으로 가려면 숨이 턱에 차오르는 이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함께 노을을 보자는 무언의 약속을 했던 여자 등산객은 계단 앞에서 포기를 선언했다.
계단 아래서 쉴 테니 다녀오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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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걷던 등산객은 이미 알고 있었던 걸까?
계단 오르는 사이 붉은 해는 자취를 감췄다.
너무너무 아쉽다...
마침 그때 맨발로 관모산 정상에 올라온 등산객.
상상만으로도 뼛속까지 시려오는 느낌인데, 4개의 산을 오르면서 맨발로 걷는 사람을 여럿 만났다.
맨발 걷기 입문한 후 찬바람 불자마자 중단했던 맨발 걷기, 엄동설한에도 여전히 맨발 걷기 하는 분들께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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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메타세콰이어 길로 하산했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인천대공원에 있기는 또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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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마산~ 소래산~ 상아산~ 관모산.
얼떨결에 1日 4山 트레킹을 마쳤다.
혼자였으면 절대 못했을 텐데 인천대공원 입구에서 '동네 뒷산' 정도라며 부추긴 등산객들 덕분에 가능했다.
잘했다. 쓰담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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