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눈이 내렸다지?
아침 일찍 챙겨서 눈 내린 풍경을 보기 위해 인천대공원으로 향했다.
전날 북적거리는 곳에 갔다가 사람에 치이다 보니 최대한 넓은 공간, 그러나 사람들이 덜 올 것 같은 그런 곳을 찾다가 인천대공원으로 쓔슝~^^

봄엔 벚꽃이 하늘을 덮을 정도로 만개해서 황홀한 벚꽃 세상을 보여주었던 인천대공원이, 오늘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눈꽃 세상을 선물로 준비해 주었다.
이런 센스 너무 좋아~^^
온 세상이 '흑'과 '백' 두 가지 색깔만 존재하는 것 같은 이색적인 풍경이다.
고요한 아침 눈 내리는 인천대공원을 걷는다는 것은 조금 부지런함을 요한다.
따뜻한 침대 속에서 빠져나오기 너무 힘들었고, 갈까 말까 고민하는 데만 한 시간이 걸렸다.
따뜻한 유혹을 털어버리고 나오길 잘했다.
눈이 더 쏟아질 것 같더니 갑자기 맑은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눈은 적당히 쌓였고 바람이 불지 않아 더없이 좋은 크리스마스다.
지난달 단풍 보러 갔다가 우연히 알게 된 갈대숲을 지나 데크길을 따라 걸었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눈사람.
혼자는 외로워 보여서 작은 눈사람 하나 더 만들어주려고 눈을 뭉쳤는데, 생각보다 더 정성이 필요해서 만들다가 그만뒀다~ㅎㅎ
나 말고도 다른 분이 옆에서 눈사람을 크게 만들고 계셔서 머쓱해진 탓도 있다.
지난주 1日 4山 걸었던 관모산이 호수 건너편에 있다.
눈 내린 관모산은 엉뚱하게도 탈모 증상이 심한 아저씨처럼 보여 웃음이 나왔다.
등 뒤를 돌아보자 / 詩 박노해
12월에는 등 뒤를 돌아보자
앞만 바라보고 달려온 동안
등 뒤의 슬픔에 등 뒤의 사랑에
무심했던 시간들을 돌아보자
눈 내리는 12월의 겨울나무는
벌거벗은 힘으로 깊은 숨을 쉬며
숨 가쁘게 달려온 해와 달의 시간을
고개 숙여 묵묵히 돌아보고 있다
우리가 여기까지 달려온 것은
두고 온 것들을 돌아보기 위한 것
내 그립고 눈물 나고 사랑스러운 것들은
다 등 뒤에 서성이고 있으니
그것들이 내 몸을 밀어주며
등불 같은 첫 마음으로
다시 나아가게 하는 힘이니
12월에는 등 뒤를 돌아보자
'[은둔형 아줌마의 일상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묵호 가볼만한곳] 도째비골 스카이밸리&해랑전망대(12.16) (0) | 2023.12.28 |
---|---|
[인천 가볼만한곳]그대 발길 머무는 곳이 행복, 무의도 해상관광탐방로(순환숲길) (81) | 2023.12.27 |
은둔형 아줌마가 전하는 메리 크리스마스 (152) | 2023.12.24 |
[인천 가볼만한곳]얼떨결에 1日 4山 트레킹(거마산~소래산~상아산~관모산)(12.19) (102) | 2023.12.21 |
[강릉 가볼만한곳]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동해 바다열차 (강릉역~삼척해변역)(12.16) (71) | 2023.1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