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오늘, 현재 나의 상황으로 수능과는 연관성 1도 없어서 일찍 서둘러 멀리 떠나볼 계획을 세웠는데, 웬걸... 수능이라 출근을 늦게 하신단다 ㅠㅠ
아~ 계획이 다 틀어졌다!!!
어디로 발걸음을 옮겨볼까 생각하다가 가깝지만 은근히 먼 고양시로 가보기로 했다.
유명한 일산 호수공원도 있고 킨텍스도 있지만 오늘 내가 간 곳은 중남미문화원(박물관)이다.
DMZ 평화의 길을 관심있게 보다가 고양시티투어 코스에 중남미문화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예매를 하려고 했는데 그 '예매'라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었다. 그래서 여러 곳을 방문하는 시티투어 코스가 아니라 중남미문화원만 다녀오기로 한 것이다.
지도를 검색해보니 걸을 일이 별로 없을것 같아 고양외국어고등학교에서부터 중남미문화원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1시간 조금 넘게 예상되었다.
수행자의 마음으로 걸었다. 외길이어서 지도를 안 봐도 찾아갈 수 있었다.
〓 관람시간 〓
▶동절기(11월~3월) 10시~17시
▶하절기(4월~10월) 10시~18시
▶도슨트 프로그램 - 단체 관람 예약시
▶체험 프로그램 - 매주 토요일 오후 3시(전화, 인터넷 예약), 20명 이상 단체는 평일 예약 운영 가능
▶입장료 - 성인 8,000원/ 청소년, 군인 6,000원/ 어린이 5,000원/단체(20인 이상) 20%할인/장애인, 경로, 국가유공자, 고양 시민 20% 할인
*매주 월요일, 설, 추석 당일 휴관
중남미문화원은 이복형 현 중남미문화원 원장이 30여 년 외교관 생활을 중남미 지역 4개국 공관장을 지내며 수집한 중남미 고대 유물부터 식민기, 근현대 미술, 조각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아시아 유일의 중남미문화원이다.
박물관 건물. 조각 공원 외에도 중남미문화원 곳곳에 조각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서 많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중남미문화관은 박물관, 미술관, 조각공원, 종교전시관, 마야벽화와 휴식공간 그리고 멕시코 음식과 차를 파는 레스토랑 따꼬가 있다.
중남미 사진전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사진 <야비의 별이 빛나는 밤>.
아르헨티나 북부의 작은 마을 야비(Yavi)에 거주하는 기타리스트가 연주하는 아름다운 선율이, 밤하늘의 수많은 별빛과 함께 쏟아진다. - Ming K. park
실제로 사진 속 기타리스트가 야비 마을에서 연주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들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콜롬비아 친구가 있어서 더 관심있게 봤다. 그러고 보니 그녀는 짜임이 성근 망토 같은 수공예 자수옷을 입고 다녔는데 중남미 전통의상 전시관을 보니 새삼 과거 나의 무식함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자수를 놓은 가방과 망토를 입고 다녔는데 나름 전통 의상을 아끼고 사랑하는 그녀만의 방식이었는데 크게 관심 갖지 않았었다.
만약 내가 외국에서 한복을 입고 다녔다면 어땠을까?
혹시 입을 일이 있을까 봐 챙겨가긴 했었다. 하지만 주요 행사가 있을 때나 결혼식에 초대받았을 때도 단정한 정장을 입었지 한복 입을 생각은 한번도 안 했던 것 같다.(애국심이 부족한걸로...)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데 새소리와 함께 스피커에서 잔잔한 음악이 흘렀다. 이 악기는 뭐였지? 이 노래 많이 들어본 노랜데... 기억을 해보자... 기억을 해...
기억났다.
팬플릇으로 연주한 El condor pasa(철새는 날아가고)
El condor pasa는 페루의 가사 없는 민요인데 여러 버전으로 멜로디와 번안곡으로 불려지고 있다.
가장 유명한 곡은 사이먼 앤 가펑클이 부른 El condor pasa인데 원곡은 그렇게 서정적이지 않다. 위대한 영웅이 죽으면 콘도르가 된다고 믿으며 콘도르에게 빌어 고향으로 가고 싶다는 희망을 노래한 페루인들의 아름을 표현한 곡이다.
팬플릇과 El condor pasa는 절대 잊을 수 없다.
아주 옛날 이야기인데, 그러니까 대학교 1학년 점심시간에 누군가 빈 강의실에서 팬플룻을 연주하고 있었다. 그때는 그 악기가 팬플룻인 줄 몰랐다. 그 소리가 너무 아름다워서 소리를 따라 강의실을 찾아갔었다.
에코 현상 때문에 아름다운 소리는 멀리멀리 퍼져나갔고 많은 학생들을 현혹시켰다.
각자 재능과 좋아하는 분야가 다르겠지만 똑같이 10대를 보냈는데 어떻게 저런 악기를 배울 생각을 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80년대 당시 상황 속에 흔하지 않은 악기를 배운 그 학생이 놀랍다.
그러던 중 회사를 다니며 내 손에 돈이 생기자 내돈내산으로 직접 악기를 사고 음악학원 등록을 하며 배우기도 했었다. 결혼해서도, 이사를 다니면서도 버리지 않고 잘 챙겨 다녔고 지금도 우리집 어느 구석엔 오래된 팬플룻이 처박혀 있다. (난 재능 없음 확인함 ^^)
중남미문화원에서 작품 감상은 안 하고 스피커에서 들리는 노래를 벤치에 앉아 오래오래 들었다. 몇 곡 안 되는 곡이 계속 반복되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따스한 가을 햇살도 눈치껏 한몫했다.
조각 공원 - 예술적, 특히 미술 감각이 탁월한 사람들이 보는 시각과 일반인이 보는 시각이 다르겠지? 혼자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예술품을 접할땐 도슨트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종교전시관은 마치 수도원에 와있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나이 지긋한 분이 기도를 하고 계셔서 방해하지 않기 위해 발소리 죽이며 눈으로만 보고 나왔는데, 그분이 밖으로 나온 후 다시 들어가서 나도 의자에 한참 앉아 있었다.
자연스럽게 마음의 짐을 내려놓게 되더라.
실제로 종교전시관은 개인 종교의 구분 없이 명상과 휴식 그리고 중남미 종교관의 이해를 돕기 위해 건립되었다고 하니 누구라도 부담없이 이용해도 된다.
마야 벽화 -
23*5m 콘크리트, 고열도자 2011
멕시코를 대표하는 예술 분야인 벽화는 오랜 식민지배에서 독립 후 멕시코의 민족적 정체성을 회복하려는 '인디헤니스모(Indigenismo: 아메리카 원주민 고유문화 부흥 운동)' 사상이 예술적으로 표현되어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작품이 많이 남아있다.
2011년 완공된 중남미문화원 마야 벽화는 길이 23m, 높이 5m의 대형 도자벽화로 마야 상형문자, 아즈텍 달력인 태양의 돌을 비롯한 중남미 고대 문명의 대표적 상징으로 디자인되었다.
기타 벽면 좌, 우 공간은 마야와 아즈텍의 사회 제도와 풍속, 귀족, 사제, 군인, 상인을 주제로 한 작품과 신화 속 다양한 동물 모양 가면으로 배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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