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16일 수요일
◈오늘 한 일
<요가 → 공연 관람 → 도서관 책 반납>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어떤 것을 선택해도 2,000자 포스팅은 가능하다.
요가와 도서관 책 반납은 밍밍하니까 공연 관람 후기로 오늘의 포스팅을 시작하도록 하겠다.
걷기 챌린지인데 왜 공연 관람 후기일까?
공연 보러 오가는 길을 제외하고는 모두 걸어 다니며 오늘 목표 걸음수를 꽉꽉 채웠으나 걸어 다닌 이야기로 글자 수를 채우면 엄~청 무료한 글이 될 가능성이 높아서 걷기 챌린지이지만 걷는 이야기는 빼고 공연 관람 후기로 대신하려고 한다.(배려심? ^^)
#2022 커피콘서트
매월 한 차례씩 수요일 오후 2시에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커피콘서트'라는 기획 프로그램답게 주최 측에서 정성스럽게 준비한 커피를 관람객 모두에게 무료 제공한다. 공연 시간이 오후 2시여서 직장인, 학생들보다는 중장년층을 위한 문화 서비스라고 생각된다.
2022 공연 일정을 살펴보면,
▶8월 - 비토기타콰르텟 <기타, 춤추는 현의 노래>
▶9월 - 테너 윤서준 가곡 콘서트 <가을마중>
▶10월 - 소리새 <그대 그리고 나>
▶11월 - 퓨전국악콘서트<경로이탈>
▶12월 - 장필순&한동준 <크리스마스 N 포크콘서트>
지난 8월, 인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공연 보러 갔다가 '커피콘서트'라는 프로그램을 처음 알았다.
공연 전월 1일부터 티켓 예매를 하기 때문에 8월에 이미 9월 티켓이 매진되었고, 티켓 예매 방법을 이해한 후로 10월 - 소리새 공연과 11월 - 경로이탈 공연까지 원활하게 예매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12월 - 장필순&한동준 공연은 티켓 예매 첫날 시작하자마자 전석 매진이라 현재 구할 수가 없다.
#경로이탈
퓨전 국악 <경로이탈>은 TV음악경연 프로그램을 안 본 사람은 잘 모를 수도 있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갖고 찾아보면 이들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로이탈>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국내 최대 규모의 국악창작곡 경연대회인 '21세기 한국음악프로젝트'에서 2019년도 대상을 차지한 실력파 퓨전 밴드이다.
2020 MBC에서 방영된 '트로트의 민족'에 출연하였으며, 2021 퓨전 국악 서바이벌 오디션 MBN '조선판스타'에 출연해 최종 결선까지 올랐다.
민요 '풍년가', '까투리 타령' 등을 현시대를 반영한 결혼, 취업 등 내용으로 특유의 재치 있고 새롭게 구성한 가사에 리듬을 실어 대중성, 음악 전문성 및 전통까지 표현했다.
#공연 전
10월 '소리새' 공연 때 이미 커피콘서트 분위기를 경험한 터라 오늘은 심적으로 좀 더 여유로웠다. 커피 한 잔이 주는 따스한 기운이 더해져서 그랬을 수도 있다.
커피콘서트에 익숙해서인지 관객들 대부분 텀블러나 보온병을 준비해왔다. 로비에서 마시거나 공연장 앞 나무 그늘 벤치에서 혹은 문화회관 대공연장 계단에 앉아 삼삼오오 담소 나누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경로이탈> 공연
국악을 대하는 그들의 자세는 파격적이었다. 관객 대부분이 중장년층임을 고려하면 무대에 등장하는 그들의 외형을 보고 적잖이 놀랐을 것이다.
정품 여부를 떠나 각기 다른 색깔의 일명 삼디다스 츄리닝 패션이다. 프로필 사진도 그 복장인데 오늘 공연에서도 머리에 쓰는 갓만 없을 뿐 같은 복장이었다. 세상 편안하고 가심비 최고인 무대의상이다.
▶보컬, 판소리 ... 김재우
▶기타 ... 전무진
▶피리, 태평소 ... 임정호
▶드럼 ... 장영구
▶피아노 ... 정다은
▶베이스 ... 김형오
〓 PROGRAM 〓
▶비나리 - 사물놀이의 신명을 밴드 악기로 재탄생시키고, 축언과 덕담이 가득한 가사로 공연의 시작을 알린다.
▶공연이 신이 나네 - 민요 '쾌지나 칭칭 나네'를 기반으로 만든 작품으로, 자진모리장단을 서양의 셔플 리듬과 결합해 재해석하였다. 전반부는 자진모리장단과 셔플 리듬으로, 후반부는 휘모리장단과 삼바 리듬을 융합하여 어깨가 들썩여지는 흥겨운 곡으로 편곡하였다.
▶까투리 - 까투리를 남자 친구와 바람피운 그녀로 비유하여 까투리 타령의 후렴구를 극정인 요소로 표현하였다.
▶돌았지 - 여자의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을 엇모리장단과 세마치장단을 기반으로 대비 효과를 주어 구성하였다.
▶여나영이 누구니 - 여자의 오해를 표현한 초반부는 긴장감을 연출하지만 남자의 깜짝 이벤트를 급격히 사랑의 분위기로 전환되어, 시시각각 변하는 남녀의 감정을 재밌게 표현한 곡이다.
▶평년가 - 풍년은 선남선녀들이 많다는 뜻으로 사용하여 섹시한 클럽의 분위기를 펑키한 스타일로 연출한 곡이다.
▶오해야 - 남녀의 엇갈린 의견을 엇모리장단으로 이어가다가 디스코 리듬으로 화해의 양상을 재밌게 그려낸 곡이다.
▶굿밤 타령 - 군밤타령의 달콤한 결혼에 관한 가사를 중심으로 타령(변형) 장단과 함께 남녀의 결혼을 그려낸 곡이다.
▶팔자아라리 - '정선엮음아리랑'의 운율과 장단을 기반으로, 현대인들의 취업, 육아, 결혼에 관한 인생사를 내용으로 재치 있고 리듬감 있는 가사가 특징이다.
노래 제목에서 눈치챘다시피 전통 민요를 현대적으로 새롭게 재해석하고 가사도 재치 있게 구성했다. 우리 전통 민요인 '까투리, 풍년가, 옹헤야'가 '까투리 - 평년가 - 오해야'로 이어지며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것처럼 젊은 남녀의 사랑이야기가 그려진다.
어떻게 이렇게 기가 막히게 개사할 생각을 했는지 감탄이 절로 나왔다.
우리가 잘 아는 '까투리 타령'으로 젊은 남녀의 이야기로 재구성했다.
잠깐 민요 '까투리 타령'을 소환해 보자면, 첫 도입 부분이
"까투리 까투리 까투리 까투리 까투리 까투리 까투리 사냥을 나간다~
이렇게 시작된다.
민요 '까투리 타령'의 가사만 보자면 단순히 '까투리를 사냥하러 간다'는 느낌이라면
<경로이탈>이 부른 '까투리'는 남녀 사이에서 있을 수 없는, 있어서도 안 되는 '바람'이 사건의 발단이 된다.
남자 친구의 의심스러운 행동, 그때 다른 여자에게 전화가 오는데
"오빠, 어디야? 나 취했어..."
그녀는 누구일까?
뻔뻔한 남자 친구의 버릇을 고쳐주기 위해 그 여자를 찾아 나서는데,
남자 친구와 바람피운 여자의 이름은 바로. . .
까!
투!!
리!!!
남친과 바람 핀 여자, '까투리'를 잡으러 간다.(참고로 까투리는 꿩의 암컷을 말함)
어떻게?
이렇게!
"까투리 한마리 푸두둥허니 매방울이 떠얼렁 후여 후여 어허~까투리 사냥을 나간다~"
<경로이탈>팀 모두 능글맞을 정도로 연기를 잘해서 잘 짜인 연극이나 뮤지컬 한 편 보는 느낌이었다.
공연에 푹 빠져 정신을 놓고 봤다. 특히 익숙한 멜로디에 새로운 가사를 열심히 새겨듣느라 박수 칠 타이밍을 놓치기도 했다.
마치 애드립인 것처럼 한치의 오차도 없이 무대를 이어갔지만 사실은 치밀하게 잘 짜여진 각본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오랜 시간 동안 호흡한 짬밥도 있겠지만 그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노래 실력, 팀 호흡 모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퓨전 국악 밴드 <경로이탈>
전 세계를 무대 삼아 맘껏 날 수 있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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