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아줌마의 100일 걷기 챌린지

[100일 걷기 챌린지]60일차. 의식적 걷기 운동 (feat.계양 두리생태공원)

문쌤 2022. 11. 14. 23:59


[100일 걷기 챌린지]가 아니었더라면 오늘 걷기는 쉬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쉬었을 것이다.

어제 전등사 다녀온 후 저녁 먹고 쓰러졌다가 비몽사몽 깬 상태로 자정 전에 겨우 글쓰기 마쳤다. 오늘 오전엔 요가(&필라테스) 갔는데 어려운 동작을 새로 배웠더니 다리가 후들거려 계단을 겨우 내려올 정도로 힘들어서 오늘 걷기 챌린지는 도저히 못할것 같았다.

이대로 포기?

그런데 그동안 적립한 감시와 격려 덕분에('때문에' 아니고 '덕분에') 의식적으로 걷기 운동을 하러 나갔다.
게으르게 걷기를 하자면 집앞 산책길이 가장 좋다. 어슬렁 동네 한 바퀴 도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재미가 없다. 새로운 곳을 걸을땐 나름의 긴장감이 있어서 정신 바짝 차리고 걷는데 크게 위험하지 않은 곳이면 처음 가보는 동네, 처음 가보는 산이 좋다.

계양역 → 두리생태공원 →아라뱃길 두리캠핑장 → 계양역


검암역에서 아라빛섬 쪽으로 갈까 생각했다가 지난번 걸어갔던 길이라 이번엔 반대 방향으로 가보기로 했다.
계양역에서 경인아라뱃길 자전거길로 향했다.


높고 파란 하늘
날씨 칭찬 한번 해주고 자전거길에 도착했는데 바로 앞에 하얀 유람선이 강물을 헤치고 유유히 지나가고 있었다.

앗! 너무 비현실적인 풍경인데?

쉬는 시간. 아라뱃길엔 물오리가 많아, 아주 많아.


아라뱃길 자전거길은 자전거뿐 아니라 걷기에도 아주 적합한 길이다. 옆에 도로가 있지만 전혀 방해받지 않는다.
강물이 흐르고 한가로이 자전거 타는 사람과 걷는 사람들 뿐이다.
현재까지는 내가 정한 걷기 좋은 BEST3(검암 - 정서진 방향) 안에 드는 곳이다.


하지만 오늘 걸었던 계양역 아라뱃길은 검암역 시천나루 선착장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거기엔 이미 나뭇잎을 떨군 앙상한 나무도 한몫 했겠지만 나무가 훨씬 더 어리고 자전거길과 보행자 길은 연식이 오래 된 것처럼 많이 낡았다. 하늘은 높고 쾌청한데 환경 탓인지 스산하기만 했다.

samsung health 존재를 앎

휴대폰에서 처음으로 samsung health 기능을 알게 되었다. 솔직히 그런게 있는 줄도 몰랐다. 딱히 사용할 이유가 없으니 알 필요조차 없었는지도.

그러던 중 이웃 블로거님의 포스팅을 읽을 때마다 포스팅 마지막에 올라온 samsung health 기능을 첨부한 사진이 멋있어보여 어찌어찌하여 겨우 '시작' 버튼을 누르는 장족의 발전을 하게 되었다.


그게 바로 오늘이다.
계양역에서 시작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주머니에 넣어둔 휴대폰에서 자꾸 무슨 소리가 들렸다.

뭐지? 유튜브를 켜놨었나?
하면서 휴대폰을 꺼내서 살펴보면 무슨 말을 하는 것 같은데 짧게 말하는데다 주변이 시끄러워서 알아들을 수 없었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지나가는 자전거 몇 대뿐인데 소음이 있을리가...?


뜻밖에 소음이 있었다.
바로 비행기다.
비행기 꼬리만 봐도 어느 회사 비행기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낮게 날고 있었다. 계양역 다음 역이 김포공항역이므로 비행기가 낮게 나는 것은 당연하다.

아라뱃길 위로 비행기 나는 모습을 처음 봤을 땐 예뻐서 사진 찍었는데 비행기는 생각보다 자주 나타났다. 체감상 2~3분에 한 대씩 이륙하는 것 같았다.

이래서 수능 영어 듣기 시간에 모든 비행기 이착륙 금지하는구나.

사람들이 별로 없는 곳에서 걸을땐 음악을 들으며 걷는데 비행기 소리 때문에 음악이 아예 안 들릴 정도여서 꺼버렸다.


비행기가 창공을 벗어난 후 벤치에 앉아 휴대폰을 꺼냈다.
그제서야 듣기 테스트가 가능해졌다.

내가 본 건 이렇게 안 생겼던데???


"운동을 일시 정지했어요"
"운동을 다시 시작했어요"
ㅎㅎㅎ

사진 찍으려고 잠시 멈춰서면 "운동을 일시 정지했어요" 다시 움직이면 "운동을 다시 시작했어요" 라며 수시로 알려주었다.
그 외에도 무슨 말을 많이 들었는데... ㅎㅎㅎ


두리생태공원
아담한 공원 내에서 야생초 화원이 예쁘다는데 가을 막바지여서 야생초는 구경할 수 없었다. 아쉽다.

강심장 아줌마여도 이런 길은 혼자 걷기 좀 무섭다


두리생태공원 한 바퀴 도는 걸로 만족하는 수밖에. 정비도 필요해 보였다. 인적이 없어서인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리생태공원을 걷다가 데크 길 중간 지점에서 맨손체조를 하고 있는 어르신을 보았다.


'국민체조' 중 허리를 굽혀 두 손바닥을 땅에 댔다가 곧바로 허리를 펴서 양 손을 허리에 받쳐 몸을 뒤로 젖히는 동작인 '등배운동'을 하고 계셨는데, 허리가 안 좋은 입장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허리가 삐걱! 할 것만 같아보였다.

언제부터 하고 계셨는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걷는 길 몇 미터 전부터 운동하고 계시더니 어르신을 스쳐지나갈 때도 같은 동작을 쉬지 않고 계속 하고 계셨고 데크 길 끝나는 지점에서 뒤돌아봤을 때도 여전히 같은 동작을 하고 계셨다.

나보다 허리 튼튼하신 거 인정!!!

아라뱃길 두리캠핑장 도착!
주변에 인적이 없어서 인증 사진 한 장만 찍고 재빨리 왔던 길을 되돌아 걸었다.

오늘 날씨도 좋고 보온도 철저히 해서 낮엔 잘 몰랐는데 해가 떨어질듯한 시간에 벤치에 앉아 잠깐 쉬는 동안 금세 땀이 식어서 으슬으슬 했다. 다시 걷는 수밖에...

아라뱃길 두리생태공원 걷기 + 요가 오갈때 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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