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여행 이야기에 앞서 '열정 가출 상태'인데도 여전히 방문해 주시며 댓글로 응원해주신 이웃님들~!
사랑이 넘치는 감시와 격려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다시 쓸데없는 이야기 가득한 포스팅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
며칠 전, 하루 2만 보 걷는다는 분 이야기를 한 적 있었는데 기억하시는지...? ^^
최근 하루 평균 12,000보 정도 걷고 있으니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조금만 신경 써서 걸으면 2만 보는 걸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래서 오늘 2만 보를 목표로 걸어보기로 했다.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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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초 후에~ ^^
9시 삼목선착장 도착을 목표로 부지런히 서둘렀는데도 이런저런 일에 시간을 낭비하고 마음만 급할 뿐 계획대로 안 되었다.
그 이런저런 일이라는게 꼭 오늘 하지 않아도 되는, 주유와 세차까지 포함되어 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내일 비 온다는데 왜 하필 세차를 했을까?
그렇다고 운전을 하고 섬에 들어간 것도 아니다.
주유와 세차까지 마친 차는 아파트 주차장에 고이 모셔두고 공항철도를 타고 운서역까지 갔다.
운서역 - 삼목선착장 - 신도 - 모도 - 시도 - 신도 - 삼목선착장 - 운서역
신도까지 가는 배를 타려면 삼목선착장을 가야 하는데 운서역에서 삼목선착장까지 가는 버스가 있다.
10시 40분 운서역 도착.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삼목선착장까지 가는 버스는 운행 안내판에 뜨지 않았다. 16분 후에 도착하는 버스마저 다른 버스 번호였으니 우물쭈물하다가는 11시 배마저 놓치게 생겼다.
택시 타고 삼목선착장으로 가서 출발 직전의 배를 탈 수 있었다.
'휴~ 다행이야'
삼목선착장에서 신도까지는 10분 거리. 배 타자마자 바로 내려서 오히려 서운할 정도였다.
신시모도는 인천광역시 북도면에 있는 신도, 시도, 모도를 일반적으로 신시모도라고 부른다.
삼목선착장에서 배를 타면 10분 거리의 신도에 갈 수 있고 시도와 모도는 연도교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육상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신도에 도착해서 어떻게 이동해야하나 걱정하며 내렸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신도 선착장에 배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신도 -시도- 모도를 운행하는 마을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던 것.
11시 30분 버스 출발 - 종점인 모도에 내리니 11시 48분이었다.
불과 18분 사이에 신도, 시도, 모도 주요 관광지에 모두 정차한 후 종점에 도착하는데 걸린 시간이 18분이라니...
버스에서 내리기 전 기사님에게 배미꾸미해변을 가려면 어디로 가는지 물었다.
앞으로 쭉 가다가 큰 건물 나오면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된다고 알려주셨다.
분명히 '오른쪽'이라고 알려주셨는데 가서 보니 그곳은 배미꾸미 해변이 아니라 배미꾸미 조각 공원이었다.
배에서 같이 내린 젊은이들이 전동스쿠터를 타고 내 앞을 가로질러 금방 올라가기에 나도 그들이 가는 방향으로 올라갔다.
배미꾸미 조각 공원에 입구에 도착하니 허술한 입구에 좀 당황스러웠다. 조각 작품이 해변에 전시되어 있는데 입장하려면 입장료(성인 2,000원, 어린이 1,000원 ㅡ현금)를 내야 한다. 늘 지폐 몇 장 가지고 다녔는데 드디어 오늘 제대로 쓰이게 되었다. (현금이 없는 경우 약 50m 거리에 있는 카페에 가서 결재를 한 후 다시 돌아와서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래서 현금이 없는 젊은이들은 눈으로 조각 작품 스캔 후 돌아갔다.)
예술을 모르는 내가 가끔 조각 작품을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정말 자세한 작품 설명을 적어놓든지 도슨트의 설명을 들어야 비로소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도 마찬가지.
미술계에서는 이일호 작가의 작품을 높이 평가하는듯 했다.
배미꾸미 조각 공원이 있는 해변에서 왼쪽으로 가면 배미꾸미 해변이, 오른쪽으로 가면 해안 둘레길을 갈 수 있다고 누군가 알려주었다.
배미꾸미 해변은 조각 공원이 있는 해변에서 산(낮은 산)으로 올라가니 금방 도착했다.
날씨가 맑았다면 더 예뻤을 장소다.
솔직 담백하면서도 빨간색 MOdO 글씨가 조각 작품보다 더 강렬하게 다가왔다.
바닷가 쪽으로 내려가다가 발견한 퇴적층이 아름다운 바위가 너무 심드렁하게 누워있는 모습이라니. 마치 크레이프 같은.
또 바위 위에 홀로 고고하게 서있는 소나무는 또 어찌나 아름다운지.
이런 자연에 스토리를 입히면 핫한 명소로 떠오를 텐데...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오히려 지금처럼 몇몇 아는 사람만 찾아오는 곳일 때 덜 훼손되려나?
고개를 돌려 한 바퀴 둘러보니,
앗!!!
모도 버스 정류장이 눈에 들어왔다.
세상에나... 그러니까 버스 정류장에서 보자면, 왼쪽이 배미꾸미 해변 그 옆에 있는 곳이 내가 처음 갔던 배미꾸미 조각 공원이었던 것이다. 처음부터 배미꾸미 해변으로 갔다면 배미꾸미 조각 공원을 지나쳐서 바로 해안 둘레길로 갈 수 있었는데, 사서 고생했다.
배미꾸미 해변에서 머물다 다시 해안 둘레길로 가려고 하니 누군가 말렸다.
평일엔 사람들이 안 다니는 길이니 위험할 수도 있다고...
그 말을 듣고 찝찝해서 갈까 말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그냥 가기로 했다.
그 '위험'이 설마 바닷가로 굴러 떨어지는 뭐 그런 건 아니겠지?'
산이라고는 하나 완만해서 쉽게 걸을 수 있었다.
수북이 쌓인 낙엽 밟는 내 발자국 소리에 내가 놀란 것만 빼고는 괜찮았다.
바다가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벤치가 있는 것도 좋았다.
여름이었다면 뙤약볕에 그늘 하나 없는 벤치가 반가울 리 없겠지만 선선한 날엔 그만한 장소가 또 있을까 싶었다.
산에 가게 된다면 다시는 김밥을 사지 않겠다고 다짐한 게 며칠이나 지났다고 다시 또 김밥을 샀다. 경치 좋은 곳에서 좋아하는 음악 틀어놓고 김밥 먹는 맛도 일품이었다. 눈앞에 강돌 해변과 아주 작은 말끗섬과 벙어리섬 그리고 장봉도까지 한눈에 다 들어왔다.
한량이 따로 없었다.
모도에 있는 모든 해변을 다 가기엔 시간이 촉박할 것 같았다. 그래서 김밥 먹은 장소에서 내려다보이는 강돌 해변을 거쳐 다시 산으로 오르는 해안 둘레길을 걸었다.
낙엽이 많이 쌓여서 여러 번 미끄러질 뻔했다. 특히 마을로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심한 데다 일부러 낙엽을 쌓아놓은 것처럼 수북이 쌓인 낙엽 때문에 난간 밧줄을 잡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내려가야 했다.
마을로 내려가니 바로 앞에 모도 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나는 계속 걷고 있었는데 부처님 손바닥처럼 그 주변만 계속 맴돌고 있었나 보다.
모도에서 시도까지 걸어갈 생각으로 연도교를 지나 노루메기 버스정류장을 지날 때였다.
버스 정류장에 앉아계시던 할머니 두 분이 어디 가냐고 물었다.
기다리면 금방 버스 오니까 앉아서 기다리다가 버스 오면 타고 가란다.
신도 선착장까지 갈 생각에 버스를 탔으나 왜 그 순간 호기심이 발동했는지 나도 모르게
수기 해변 가는 길에서 내려달라고 했다.
송혜교가 나오는 드라마 풀하우스 촬영지로 유명한 수기 해변.
여름의 열기가 빠져나간 해변은 한적하기만 했다.
아기자기한 해변 몇 곳을 둘러봤지만 각기 느낌이 모두 달랐다.
드라마 촬영지가 뭐라고... 선착장으로 바로 가서 좀 쉴걸 하는 후회를 했다.
역시나 버스가 선착장에 도착하자 배도 선착장을 향해 물살을 가르며 들어오고 있었다.
하루 2만 보, 말처럼 쉬운 게 아니란 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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