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모으는 사람]

[음악을 모으는 사람] #32. 태연 <제주도의 푸른 밤>

문쌤 2023. 2. 13. 00:45

노래와 관련한 에피소드 중 태연의 <제주도의 푸른 밤>을 빼놓을 수 없다.

중국에서 나이 50에 학교 다녔던 얘기를 가끔씩 했었는데 오늘 노래도 그때 있었던 일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살짝 소환해 보려고 한다.

'자기 나라의 도시 중 한 곳을 소개하시오'라는 과제가 있었다.
각각 자기 나라 도시 중 한 곳을 소개하되 형식은 제한이 없으나 반드시 USB에 저장해서 수업시간에 발표하도록 했다.

같은 반 한국 교환학생과 서로 다른 도시를 소개하기로 했는데 나는 제주도를 선택 했다.

초안을 작성하고 적당한 사진을 모아 기본 틀을 완성하였다.

한글을 중국어로 번역한 후 말이 매끄러운지 나 스스로를 믿을 수 없어서 남편 회사 통역 담당 직원의 조언을 듣고 수정을 거친 후 달달 외웠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컴맹이었기 때문에 내가 머릿속으로 생각한 대로 PT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었다.
다행히 남편의 도움으로 PT 시작을 태연의 <제주도의 푸른 밤>으로 넣을 수 있었다.

능숙한 사람들에겐 쉬운 작업이고 이러는 내가 답답해 보이겠지만 한번도 해 본 적 없는 사람 입장에선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그렇게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과제를 완성하였다.(남편 앞에서 과제 발표 연습도 함^^)


수업날.
몽골 친구는 드넓은 초원을 소개하고 인도네시아나 이란 친구들도 각각 발표를 마치고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다른 학생들처럼 USB를 꽂았다.
그런데 애써서 만든 태연의 <제주도의 푸른 밤>이 재생되지 않고 바로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는 게 아닌가.

순간 당황했다.
컴퓨터 깨나 안다는 외국 남학생들이 나서서 이것저것 만져봤지만 교실에 있는 컴퓨터는 처음부터 노래가 읽히지 않도록 되어 있다...라는게 자칭 컴퓨터 전문가인 그 학생들 말이다.(이래서 평생 배워야 됨;;)

그러고 보니 다른 학생들은 USB에 사진 몇 장만 담아서 발표했는데 나 혼자 유별나게 준비해서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제주도의 밝고 상큼한 모습으로 시작하려다가 망했다.

처음부터 꼬이기 시작하니 외웠던 내용은 뒤죽박죽이 되었고 준비한 원고와는 다르게 어찌어찌 위기를 모면하며 발표를 마쳤던 걸로 기억한다.

<제주도의 푸른 밤> 여러 버전이 있지만 태연의 노래(삼다수 광고임)가 가장 상큼 발랄한 느낌이 들어서 지금도 좋아한다. 물론 망한 과제 발표가 항상 옵션으로 따라오지만^^

출처:광동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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