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의 <당신은 천사와 커피를 마셔본 적이 있습니까>라는 다소 긴 노래 제목 속에서 유독 눈에 띈 단어는 '천사'다.
'마음이 천사'인 사람이 아닌 외모로 봤을때 천사 같은 사람?
내 블로그에 중국 생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데 오늘 '천사'는 중국 생활 중 만났으니 어쩔 수 없이 또 중국 학교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
중국어가 조금 익숙해져서 어느 정도 심신이 안정된 상태로 학교 가는 발걸음에 부담이 없어질 무렵,
(나에게 이런 시절도 있었다우~^^)
새학기 시작할 때 맨 뒷자리에 앉았다.
그전에는 항상 맨 앞자리에 앉아 수업 내용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온 신경을 다 쏟았는데, 중국어로 설명하는 선생님의 수업 내용도 알아듣고 교과서를 읽고 내 생각을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되니 조금 건방져졌다고 할 수 있겠다 ^^
앞자리에 앉았을 때와는 달리 뒷자리에 앉으니 또 다른 그림이 펼쳐졌다.
수업시간에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문제풀이할 때 책상 서랍 속에 몰래 답안지를 숨겨놓고 컨닝하는 학생 등 우리반 모든 학생들의 행동을 다 볼 수 있는 것도 재미있었다.
물론 대부분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한다.
새학기가 시작된 지 2주일 정도 지났을 무렵 새로운 학생이 들어와 내 옆자리에 앉았다.
본과 학사나 석사 과정에 있는 외국 학생들은 부족한 중국어 공부를 위해 따로 수업료를 내지 않아도 간단한 신청서 만으로 중국어 수업을 들을 수 있던 때였다.
하얀 피부, 금발의 긴 생머리, 볼륨 있는 몸매.
러시아 스파이... 아니, 러시아에서 온 대학원생.
이렇게 예쁜 외국 여학생이 내 옆자리에 앉았다.
눈이 부셔서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예쁜 그녀는 '천사'라는 단어 외에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정말 예뻤다.
어쩌다 수업 시간에 힐끔 쳐다보면 그녀의 커다란 눈망울에, 긴 속눈썹에, 웃을 때마다 돋보이는 가지런한 치아에, 흘러내리는 금발의 긴 생머리에 빨려 들어가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였다.
나도 가슴이 콩닥콩닥 뛸 정도인데 남학생들은 오죽할까.
수업이 끝나고 어쩌다 그녀의 기숙사가 있는 건너편 캠퍼스에 갈 때면 그녀는 자전거를 타고 다녔는데 그 모습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이었다.
가죽 쟈켓을 입고 긴 금발 사이를 바람이 훑고 지나가는 자전거 탄 그녀의 모습은 캠퍼스를 걸어가는 모든 학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모든 학생들이 심지어 날아다니는 새들도 올스톱인데 자전거 탄 그녀 혼자만 움직이는 것 같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와 함께 밥을 먹고 차도 마시고 캠퍼스를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외모는 서양인인데 나와 대화할 때는 중국어로 했다.
다른 외국인과 대화할 땐 주로 영어를 사용했는데 영어를 잘 못하는 나를 위한 배려다.
이 정도면 그녀는 마음도 천사다.
ps.
오늘 있었던 일
중국어 통역 제의를 받았다.
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으면 계속 열심히 공부할걸... 굉장히 후회했다^^
하고 싶은 일은 나이 때문에 다 안 되더니 느닷없이 생각지도 못한 일이 걸려들다니...
인생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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