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소일각치천금(春宵一刻値千金)

인천 수목원에서 만난 봄의 전령사 복수초& 노루귀

문쌤 2023. 3. 2. 22:20
춘소일각치천금(春宵一刻値千金).
'봄날 밤의 한 순간은 천금과도 같다'라는 뜻인데 굳이 '밤'에 국한하지 않고 짧은 봄을 귀하게 여기라는 뜻으로 해석해 본다.

 

새로운 카테고리가 필요해서 춘소일각치천금(春宵一刻値千金)이라고 정했다. 좀 거창한듯 하지만 평균 수명을 80으로 봤을 때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봄꽃을 볼 수 있겠는가.(80도 힘들어 보임;;)

100년을 산다 해도 살 날 보다 살아온 날이 더 많으니 별 의미가 없다.

춘소일각치천금처럼 귀하고 짧은 봄(밤)을 아낌없이 즐기면 되는 것이다.

 

 

 

인천 수목원에 안테나를 세우고 있는데 드디어 봄의 전령사 복수초와 노루귀가 피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정문으로 들어가면 수목원과 가까운데 이제 만보 걷기를 시작했으니 남문으로 들어가서 조금 더 걸었다.

인천대공원에서 도로 위를 걷는 느낌은 인도를 걸을 때와 달리 '차 없는 거리'를 걷는 기분이다.

그래서 일부러 도로를 걷는데 '자유'라는 단어가 딱 어울리는 느낌이다.

 

정문에 도착했다면 편의점 옆 인천 수목원 솔문 표지판을 따라 들어가면 된다.

 

해마다 봄이면 매화를 보러 다녔었는데 오늘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 복수초를 보러 길을 나선 일은 내 인생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 넓은 수목원 어딜 가야 복수초를 만날 수 있으려나?

'봄꽃 식물원'이 따로 있으니 지도에 적힌 장소에 가면 만날 수 있겠지만 먼저 수목원을 크게 한 번 돌아보기로 했다.

 

지난번 수목원에서 어느 진사(어디에서 읽어보니 아마추어 사진사를 '진사'라 부른다고 함)가 정자 찍는 걸 보고 따라서 찍어봤다. 예술적 느낌이 전혀 느껴지지 않지만 심심하니까 찰칵~!!!^^

 

수목원을 크게 한 바퀴 걸은 후 복수초를 찾아볼 생각이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조용한 수목원에서 사람들 목소리가 들려 발걸음을 옮겨보니 한 무리의 진사님들이 특정 장소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틀림없이 봄꽃 사진을 찍고 계실 거라 짐작하며 서둘러 이동했다.

 

전에는 관심이 없어서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오늘 보니 좁은 데크길이 그물망처럼 이어져 있다.

행여 여린 풀꽃이 밟힐까 세심하게 신경 쓴 것 같다.

 

역시!!!

낙엽 사이로 샛노란 복수초 꽃봉오리가 보인다.

진사님들이 없었으면 그냥 지나쳤을 장소다. 심지어 꽃이 너무 작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꽃은 한정된 장소에 몇 송이 피었고 진사님들의 대포카메라는 계속 대기 중이니 끼어들 수가 없다.

진사님의 노련한 손놀림으로 여리여리한 복수초는 원래 모습보다 더 예쁜 모습으로 카메라에 담겼다.

 

대포카메라로 꽃 사진 찍는걸 가까이에서 보는 건 처음이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다.

그래서 진사님의 대포카메라와 복수초를 한 번에 찍어봤다^^

 

복수초 키가 작아서 휴대폰으로 어떻게 해도 예쁘게 담기지 않으니 지켜보고 있던 진사님들이 이리저리 코치를 해주셨다.

설명대로 휴대폰 위치를 바꾸니 키 큰 복수초 사진이 찍혔다.

 

그런데 이제 보니 그다지 선명하지 않다. 하지만 그땐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초점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배웠으니 이제 혼자서 찍어보자!!!

 

가르쳐준 대로 휴대폰 위치를 바꾸니 제법 키 크고 고매한 복수초가 카메라 안으로 들어왔다. 활짝 핀 복수초보다 살짝 오므린 모습이 더 예쁘다는데 내 눈엔 다 예쁘다.

 

내친김에 노루귀 사진도 찍어보자.

노루귀는 색깔이 옅어서 눈에 잘 띄지 않고 그나마 진사님들이 발견한 노루귀는 딱 두 송이.

역시 경쟁이 치열하니 뒤로 물러섰다가 나중에 찍었다.

 

 

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노루귀님을 영접할 기회가 왔다!!!

사진 찍을 때도 그렇고 휴대폰에 있는 사진을 볼 때도 몰랐는데 지금 PC로 보는 노루귀는 꽃대에 여리여리한 솜털이 한가득이다.

너무 예쁘다.

사진을 잘 찍고 못 찍고를 떠나서 내가 찍어서 그런지 애정이 갈 수밖에 없다^^

(초점도 안 맞고... 좀 이상한데 어디가 이상한지를 모르겠음^^)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니 얼마나 좋을까?

앞으로 수많은 예쁜 꽃들이 필텐데 작고 여리더라도 먼저 꽃 피웠으니 이처럼 사랑받는 것이다.

 

수목원에서 내가 앞으로 가장 눈여겨볼 '꽃개오동'과 '수수꽃다리'

헐벗은 모습부터 연둣잎 새순 그리고 꽃 피고 질 때까지 계속 사진 찍으며 지켜볼 생각이다.

 

따스한 햇살 한 모금에 금방 꽃망울을 터뜨릴 산수유.

꽃 피면 다시 찍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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