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수목원을 열흘 만에 다시 가게 되었다.
꽃 사진을 즐겨 찍는 블친으로부터 수목원 봄꽃 소식을 들었는데, 꽃도 낯설고 이름마저 생소한 꽃소식을 듣고도 안 갈 수 없었다.
더군다나 내일(월)은 휴무일 아닌가.
그럼 당연히 오늘 가야지^^

그동안 몇 차례 인천 수목원 문턱을 넘은 덕분에 조금은 익숙해진 곳이다.
낯섦도 거부감없이 좋아하지만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은 이길 수 없다.
익숙한 동네, 익숙한 사람, 익숙한 옷, 익숙한 음식, 익숙한... 등등
오늘은 컨디션이 안 좋으므로 인천 수목원에서 본 봄꽃 사진만 놓고 가련다.


#1. 홍매
어느 사찰의 유명한 홍매화 사진을 톡으로 보내준 지인이 있다. 그에 비해 여린 가지에 군데군데 매달린 홍매화가 을씨년스럽지만 그럼에도 꽃잎은 그녀의 입술처럼 진분홍색을 띠고 있다.




#2. 납매
봄에 피는 노란색 꽃은 으레 개나리라고 생각을 했다.
중국에서 2월이면 봄꽃을 보러 갔었는데 그때 납매가 흐드러지게 곱게 핀 뜰에서 중국 학생과 꽃 이야기 나누던 중 '한국에서 납매를 본 적 없다'라고 했는데 이렇게 인천수목원에 있더란 말이지^^



#3. 영춘화
봄에 노랗게 피면 모두 개나리인 줄 알았는데 이름표를 보니 영춘화란다. 덤불같은 곳에 군데군데 개나리 닮은 노란 꽃이 피었다. 열흘만 지나면 커다란 황금 터널을 만들 것 같다. 안 보고 이 봄을 지난다면 틀림없이 후회할 거야^^


#4. 복수초
흰 눈 속에 핀 복수초 사진을 본 적 있는데 그 모습은 어떤 꽃도 이길 수 없는 청초함 그 자체였다. 열흘 전 수목원에서 앞다퉈 사진 찍던 복수초 역시 몸을 숙여야만 그 자태를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귀한 존재였다.
하지만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도 복수초는 지천에 핀데다 새롭게 피어나는 봄꽃에 이미 순위가 밀린 듯하다. 더군다나 다른 꽃들은 허리를 숙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5. 올괴불나무 꽃
메마른 가지에 짙은 홍색 수술을 달고 있는 수많은 연분홍 꽃. 처음 본 꽃, 처음 들어본 이름 올괴불나무.
이런 꽃은 어떻게 사진으로 담을 수 있을까? 방법을 모르니 이렇게도 찍어보고 저렇게도 찍어보고... 그러나 하필 찬바람 쌩쌩 부는 꽃샘추위 때문에 여리디 여린 가지는 이리저리 흔들리고, 불면 날아갈세라 손톱만큼 작은 꽃송이도 덩달아 이리저리 흔들린다.
전체적인 모습을 보면 어딘가모르게 낯설지가 않다.
여름날 흰색 바탕 위에 작은 연분홍 꽃무늬 그려진 원피스가 딱 이 꽃그림이다.
그래, 낯이 익다 했어^^



#6. 만리화
어쩜 이렇게 개나리꽃처럼 생겼을까?
멀리서 보고는 이번엔 진짜 개나리라고 생각했는데 만리화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다.
아직 덜 핀 만리화는 밥풀크기 정도지만 만개하면 따스한 햇볕 아래 반짝반짝 빛날 것 같다.
그러고 보니 개나리와 영춘화 그리고 만리화는 얼핏 봐서는 그 꽃이 그 꽃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닮았다. 세 종류 모두 물푸레나무과여서 그럴 수도 있겠다.






#7. 매화 '토투어스 드레곤'
이렇게 아름다운 매화를 본 적 있는가.
지금껏 본 매화 중 가장 아름답다.
아름답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의 우아함을 지녔다.
마치 용트림을 하듯 뒤틀리며 뻗은 가지는 그 자체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꽃 생김새 또한 청초함의 절정이다.
여러 진사님들이 카메라에 담고 있는 와중에 옆에서 몇 장 찍었다. 어떻게 해도 토투어스 드레곤의 도도한 모습을 온전히 담을 수 없는 능력의 한계치에 도달했다. 아, 슬프다.



#8. 몰리스 풍년화
꽃모양이 비슷하지만 엄연히 다른 '풍년화'라는 꽃이 따로 있는데, 사진 찍을 때 하필 바람이 많이 불어서 온전한 꽃을 찍을 수 없어(높아서 손에 안 잡힘) 일단 몰리스 풍년화만 올려본다.
몰리스 풍년화 역시 처음 듣는 이름이다. 직접 보면 은근히 화려한 꽃이다.


#9. 산수유
열흘 전 봤던 모습에서 조금 더 꽃망울이 터졌다.
'느긋하게 기다릴게, 너도 천천히 피어나거라~^^'


#10. 생강나무
가지에서 생강 냄새가 난다는 생강나무 꽃. 바람이 많이 불어 나뭇가지를 손으로 붙잡고 찍었다. 나뭇가지만 붙잡는다고 얌전히 있을 꽃이 아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시처럼 흔들리며 피어야 한다면 잡은 손 놔주는 게 맞겠지?



#11. 산매화(?)
수양버들처럼 길게 늘어진 가지에 매달린 흰 꽃송이.
아직은 덜 피었지만 모두 만개했을 때의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아름다울 것 같다.
마치 신부의 웨딩드레스처럼.
이름표가 없어서 수양버들인 줄 알았다가 오늘 흰 꽃을 보고 이름을 알고 싶었다.
안내데스크에 가서 물어보니 산매화라고 알려주었다. 매화 종류가 많고 내가 알고 있는 매화는 지극히 한정적이다 보니 어디에서 오류가 발생해도 알아채지 못하고 넘어갈 수 있겠다.
"네 이름이 뭐니?"


#12 ?
이 꽃 이름은 모르겠음^^
댓글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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