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소일각치천금(春宵一刻値千金)

양화진역사공원에서 만난 홍매화, 산수유, 진달래

문쌤 2023. 3. 14. 22:44

'첨 뵙는 분이 나를 보고 화회탈 같다고 한다'라는 첫구절로 시작하는 '화회탈' 시를 쓴 농부 시인 김원근의 <매화>는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만드는 마법이 들어있는 게 분명하다.
 

너의 고운 숨결 속으로 들어가면
나는 네가 되고
너는 내가 되어
긴 입맞춤을 한다
 
살아 움직이는
향기 속에서
귀도 눈도 닫았다
심장은 재가 된다.

 
전시회에서 처음 만났을때 소탈하게 웃는 모습이 하회탈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얘기를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예사로 흘리지 않고 그대로 한편의 시에 담은 넉넉한 마음을 지닌 시인이다. 
 
매화.
입맞춤인듯 보일 수도 있겠다.
매화 향기를 맡으려면 매화에게 아주 가까이 다가가야 하고, 자연스럽게 눈을 감게 된다.
은은하게 퍼지는 향기를 맡으려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눈에 쌍심지 켜고 매화 향기를 맡을 수는 없지 않은가.
 
오늘 양화진에서 눈을 감고 긴 입맞춤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홍매화도 만만치 않게 붉은 입술로 다가왔다.
 
아,
내 심장이 재가 되지 않은건 그의 입술에 휘말리지 않을 정도의 이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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