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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행궁 내 미로한정(未老閒亭)에 앉아있으니 성곽 밖에서 걷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약간의 시간 여유가 있어서 행궁 주차장을 통해 팔달산(서장대) 올라가는 길 표지판을 보고 올라가 보기로 했다.
날씨는 따사롭고 1시간 정도 여유가 있으니 걷고 싶은 마음에 발걸음은 한없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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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곽을 따라 계단을 오르니 한 폭의 수채화가 눈앞에 펼쳐졌다.
푸른 하늘 아래 눈부시게 하얀 웨딩드레스 같은 벚꽃이 활짝 피었고 앙상한 가지마다 새끼손톱만 한 연둣잎 새순이 돋아났다. 개나리는 벌써 메마른 덤불을 노랗게 채색하고 있다.
한참 동안 넋 놓고 바라봤다.
화성행궁에서 그냥 갔더라면 이 아름다운 모습을 평생 못 봤을 거다.
올라오길 잘했다^^
조금 더 걸어보자.
꽃의 유혹에 기꺼이 넘어가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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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랑살랑 봄바람이 한 번씩 지나갈 때마다 하얀 벚꽃 잎이 눈처럼 쏟아졌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휴대폰을 꺼내면 어느새 바람은 잠잠해지니, 이럴 땐 순발력을 발휘해 순간 포착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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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 너머 육각정 미로한정의 모습이 보인다.
이렇게 가까이 있으니 미로한정에서 사람들이 걷는 모습이 모두 보인 탓에 궁금하여 올라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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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대왕 동상 안내판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이렇게 웅장한 정조대왕 동상은 처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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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느다란 가지에 점점이 매달린 산수유만 보다가 가지가 휘어질 것처럼 수많은 노란 별을 달고 있는 산수유를 보니 느낌이 새롭다. 구례 산동 산수유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행궁 둘레길에서 만난 단 몇 그루만으로도 산수유 꽃말인 '영원한 불멸의 사랑'을 품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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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을 잔뜩 머금은 연둣잎새.
반짝거리며 윤기가 돈다. 보통 4월에 볼 수 있는 자연의 모습이다. 난 이때가 참 좋다.
이 모습이 너무 좋아 초록이 되기 전에 마음껏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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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가 휘어질 듯 수많은 꽃송이를 달고 있는 벚나무.
웨딩 사진을 찍고 있는 커플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뒤로 물러나서 사진을 찍었다.
단 한 그루에서 만들어낸 풍경이지만 벚꽃의 마법에서 벗어날 수 없다.
벚꽃 아래 있는 사람들은 모두 행복한 모습이다.
이 주변에서 가장 화려한 벚나무여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다 보니 오래 머물기도 미안하다. 일단 자리를 비켜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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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걷기 좋은 길이라니...
날씨도 좋고 몸 상태도 양호하니 마음 같아선 성곽 둘레길을 끝까지 걷고 싶었다.
강화도 성곽이 이런 모습일 거라 생각하며 걸었다가 길 잃어버리고 고생한 걸 생각하면 화성행궁 둘레길을 무조건 걸어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눈물을 머금고 여기서 되돌아가야 했다.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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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
'되돌아가야겠다'생각과 동시에 급 유턴했는데 바로 앞에서 카메라를 목에 건 멋쟁이 아주머니가 걸어오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 눈이 마주쳤다.
외면하기엔 너무 늦었다.
이 미묘한 상황이라니...
목례를 하고 지나가려니 그녀는 머뭇거리는 듯하다가 갑자기 카메라를 켜고는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아무 맥락 없이 갑자기???
저 멀리에서부터 계속 나를 찍으며 따라왔단다.
카메라 안에는 내가 걷는 모습, 내가 꽃을 찍는 모습 등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족히 수십 장은 되어 보였다.
아이고~~~~ 내가 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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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는 경우가 어딨어요 ㅠㅠ'
그녀는 내 모습이 찍힌 사진을 빠르게 넘기며 보여주고는 뭐라고 말할 새도 없이 카메라를 off로 한 후 유유히 사라졌다.
나도 잽싸게 휴대폰을 꺼내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찍었다.
아, 활용할 가치라곤 1도 없는 흔들림이라니...;;
그녀는 아마도 쌀 한 가마니 정도 가볍게 들어 올릴만한 체력을 가진 듬직한 모델이 필요했겠거니 생각하기로 했다^^
.
.
.
여기까지 쓰고 마무리하려다 보니 생각할수록 웃음이 난다.
눈이 마주쳤을 때 그녀는 켕기는 것이 있었으므로 나의 목례를 외면하지 못한 것이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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