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내일 퇴원이야"
기다리던 퇴원 소식이다.
아직도 수술 자국이 아물지 않은 채 아들은 내일 퇴원을 한다.
출근할 정도로 회복된 게 아니라 약 한 달 정도 통원 치료할 예정이다.
빵셔틀, 드디어 벗어나나요?
코로나 때문에 간호와 면회가 전면 금지된 상황이다보니
입원하는 동안 아픈 건 둘째치고 병원 생활이 몹시 답답했을 것이다.
병원밥은 또 왜그리 맛없는지...
그리고 병실은 듣도보도 못한 9인실.
(아, 너무한 거 아니냐고요!!!)
개성 넘치는 다양한 환자들 사이에서 부대끼며 지내려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심정 이해하기에 꼼수 좀 부려서 매일 병원 앞에서 잠깐 얼굴 보고 몸 상태도 체크하며
빵셔틀도 마다하지 않았었다.
내일 아침 회진 때 정확한 퇴원 여부를 알 수 있겠으나 간호사실에서 설명하기를,
퇴원한 후 한 달동안 통원 치료받으라고 했다고 하니 별 이상 없으면 내일 오전에 퇴원할 예정이다.
'아직 낫지 않았는데 퇴원 후 어떻게 생활할 것인가?'
갑자기 나에게 닥친 숙제다.
숙제 걱정하고 있는데 아들은 기름을 부었다.
목발을 사야하는지 대여 가능한지 알아봐 달란다.
에혀~ 폰은 게임만 하라고 있는 게 아니거늘...
행정복지센터 목발 무료 대여
한 달 정도 사용할 예정인데 구입하는 방법 말고 다른 방법을 알아보기로 했다.
휠체어나 목발을 기관에서 무료 대여해준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났다.
물론 나의 기억을 100% 믿지는 않는다. 가물가물...
아ㅡ 몹쓸 기억력이라니...
검색해보니 행정복지센터(전, 동사무소)에서 한 달 무료 대여가 가능하단다.
오후 5시 30분.
공무원 퇴근 시간 30분 남았다.
30분 안에 전화로 문의하고 쏜살같이 날아가서 빌려와야 했다.
하지만 우리 동네 행정복지센터에 문의하니 이미 대여한 상태였다.
옆동네 행정복지센터에도 문의를 했다. 이곳에서도 빌리지 못하면 지역 보건소 등에도 문의할 생각이었다.
다행히 옆동네 행정복지센터에는 남아있는 목발이 있어서 지금 바로 대여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5분이 훌쩍 지나갔다.
이사온지 얼마 안 되어 겨우 동네 마트와 버스 정류장 근처만 맴돌았는데
옆동네 행정복지센터에 가려고 하니 내비게이션을 켜야 했다.
거리는 20분.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받아 길을 나서다 보니
어라? 퇴근시간이닷!!!
교통체증 시작됐다...
'설마 은행처럼 칼같이 문 닫지는 않겠지?'
5시 58분. 검암경서동 행정복지센터 도착.
헐레벌떡 급하게 뛰어왔다는 시늉을 하며 6시 안에 도착했다는 성의를 온몸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렇게 어설픈 연극을 하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도착 후 1분도 안 되어 알게 되었다.
찰나의 순간에도 뻔뻔한 아줌마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나 자신을 칭찬했다.
왜냐면, 그렇게 하지 않아도 행정복지센터 직원은 너무너무 친절했기 때문이다.
몇 번이나 감사 인사를 했는지 모른다.
목발을 받아 들고 주차장으로 나오니 담당 직원도 그때서야 퇴근을 했다.
'이 자리를 빌려 정말 감사드립니다~'
목발을 무사히 차 안에 싣고 아들과 통화했다.
엄마의 사랑을 듬뿍 담은 찐한 욕 한 마디와 함께 명언도 한 마디 덧붙여 날려줬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위대하다"
이런 상황에 쓰기 너무 민망하지만 어쨌든 운전 무서워하고, 가깝다고는 하나 초행길이고 또 하필 퇴근시간인데도
임무 완수하지 않았나.
'어머니는 위대하다'까지는 아닐지라도 솔직히 엄마니까 해주는 거 아닐까?
무사히 목발을 빌려서 긴장이 풀리기도 했지만 퇴근길이라 도로에 차량이 많아 집으로 가는 방향을 놓치고 말았다.
역시 길치...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데 잠깐 마음을 놓다 보니 엄한 길로 빠져서 심장이 쪼그라들었다.
앞으로 한 달 동안 상전 모시듯 삼시 세 끼에 간식까지 챙겨서 받쳐야 하고 병원 통원치료도 데리고 다녀야 하니 오히려 내가 해야 할 일이 더 늘어날 것 같다.
질서는 편하고 아름답고 자유로운 것
질서는 편하고 아름답고 자유로운 것.
꼭 교통질서나 사회규범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화장실 앞에서 줄 서는 것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질서는 자기 자리에 있을 때 편하고 아름답고 자유로운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학생은 학생일 때 편하고 아름답고 자유로운 것이듯,
직장인도 회사에 출근할 때 편하고 아름답고 자유로운 것이다.
아들의 퇴원과 동시에 한 달간 통원치료 때문에
겨우 억지로 만들어놓은 엄마의 규칙적인 생활에 금이 가게 생겼다.
물론 아들과 24시간 붙어있으며 싸울 이유는 수만 가지로 늘어나겠지.
음... 요가 말고 권투를 배웠어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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