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말이 있다.
요즘 내가 그렇다.
한 달 동안 두문불출하며 집 밖을 나가지 않은 때도 있었는데 그에 비하면 요즘은 정말 과로사로 쓰러지게 생겼다.
블로그에 주요 등장인물인 아들은 퇴원 기념식(?)을 치르기 위해 꼭 짬뽕을 먹어야겠단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바로 인천 서구 왕길동에 위치한 '북경짜장2900'이다. 풀네임은 '북경짜장 2900원 검단본점'
짜장면 가격을 상호로 쓰는 집이다.
물가가 하늘로 치솟는 요즘 같은 때 짜장면 가격이 2900원이라니?
대~~박!!!
짜장면 2900원,
계산은 선불, 이음카드 결제 가능
주차장도 넓고 식당 내부도 넓고 깨끗하다.
손님이 많아 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 좀 아쉬웠다.
다른 중국 음식점과 다른 점은 첫 째, '선불 제도'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아서 테이블 위의 메뉴판을 보고 메뉴를 결정한 다음 직원을 불러 주문할 메뉴와 함께 카드를 주면 직원이 계산 후 영수증과 함께 카드를 가져다준다.
식당이 넓고 손님이 많아 괜찮은 제도 같다. 간혹 뉴스에 나오는 먹튀 논란이 있을 수 없는 식당이다.
다른 중국 음식점과 다른 두 번째는, 중국 음식점 메뉴를 생각하면
메뉴가 너무 적은 거 아냐?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주력 상품으로 손님들에게 최고의 맛을 제공하는 식당이야말로 오히려 더 대단한 식당 아닐까?
김밥 **처럼 수십 가지 메뉴를 판매하는 식당도 있는 반면 단일 메뉴 한 가지만으로도 유명한 식당도 많지 않은가.
그렇다고 북경짜장2900에 짜장면과 짬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짜장면 종류만 해도 2900원짜리 기본 짜장면과 고기 짜장면, 간짜장
그리고 짜장면과 짬뽕 둘 다 먹고 싶은 손님을 위한 짬짜면도 있다.
물론 곱빼기도 가능하다.
사이드 요리로는 기본 탕수육을 비롯해 깐풍기, 깐쇼새우 크림새우, 멘보샤 등 맛있는 메뉴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 외 메뉴들도 많다.
나는 요란한 메뉴가 적힌 메뉴판보다 북경짜장2900의 담백한 메뉴판이 훨씬 더 믿음이 간다.
그리고 5세 미만에게 짜장과 밥을 무료로 제공한다고 하니 이쯤 되면 막 퍼주는 식당 아닌가?
밑반찬은 셀프, 1회용 앞치마도 있어요!
북경짜장 2900은 기본 밑반찬 가져다주는 거 없다.
주문이 끝나면 셀프바에 가서 필요한 밑반찬을 가져와야 한다.
밑반찬으로는 김치, 단무지, 양파, 절임고추, 쌈장, 춘장 등이 준비되어 있고, 국자, 집게, 가위 등 각종 집기들도 있다.
앞접시와 1회용 앞치마가 준비되어 있어 필요한 만큼 사용할 수 있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바로 1회용 앞치마다.
내가 가 본 대부분의 식당에선 다른 사람이 사용한 흔적이 역력한 앞치마를 다시 사용하는 게 꺼림칙했는데
북경짜장 2900에서는 1회용 앞치마를 사용하니까 위생적인 면에서는 아주 좋았다.
짜장면은 당연히 2900원이었지만 아들은 그동안 못 먹은 짜장과 짬뽕에 대한 한풀이라고 하듯
이 식당에 온 이유인 고기 짬뽕을 시켰다.
북경짜장2900 사장님의 생각과 다를 수 있겠지만 아들이 생각하는 북경짜장2900의 시그니처 메뉴는 바로 고기 짬뽕이기 때문이다.
나는 간판에 적힌 2900원짜리 짜장면을 시키려고 했는데
아들은,
"간짜장도 먹고 싶은데, 엄마가 간짜장 시켜서 좀 나눠주면 안 될까?"
이러는 거다.
"아, 네~ 퇴원했는데 그까짓 간짜장이 문제일까요? 맘껏 시키세요~"
물론 탕수육은 기본이다.
고기 짬뽕, 국물이 끝내줘요~!
12시 전인데도 식당엔 이미 손님들로 가득 찼다.
그러나 음식은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고기짬뽕.
일단 국물이... 국물이 끝내줘요~
봤을 땐 어느 짬뽕과 비교해도 별다를 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국물 한 입 떠먹으면,
'이게 뭐지?'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한 입 더 떠먹게 된다.
멀건 국물이 아니다. 오히려 텁텁한 쪽에 가깝다. 그렇다고 심하게 맵지 않다.
목으로 넘어가는 짬뽕 국물이 식도를 따듯하게 감싸는 느낌이다.
오늘처럼 후텁지근한 날도 맛있겠지만 비 오는 날 먹으면 더없이 좋을 맛이다.
둘이 먹다가 하나가 없어져도 모를 그 이름은 바로 탕수육.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고 했지만
북경짜장2900의 탕수육은 먼저 겉모습으로 판단하게 된다.
겉모습이 말갛다.
깨끗한 기름으로 튀겼다는 증거다.
튀김은 뭘 튀겨도 맛있다는데 금방 튀긴 탕수육은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
마라탕이나 훠궈 식당에서 파는 꿔바로우처럼 쫀득쫀득한 식감이다.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새콤달콤한 소스에 찍어먹으면 혼자서 한 접시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깔끔한 간짜장.
간짜장은 솔직히 평범했다.
2900원짜리 일반 짜장면을 시켜도 됐을 텐데, 아들의 욕심 때문에 간짜장을 시켰더니
양이 너무 많다.
어차피 주문할 때부터 절반은 아들 몫이었으니 남기지는 않았다.
아이스크림도 있어요!, 커피도 있어요!
입구 쪽엔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판다. 일괄 700원. 단 현금 결제만 가능하다.
출입구를 나가면 무료로 제공하는 다양한 커피가 준비되어 있다.
들어갈 때는 못 보고 배불리 먹고 나오면서 봤다. ㅎㅎㅎ
만석일 경우 대기자를 위한 테이블링 기기도 마련되어 있어서 편하게 기다릴 수 있다.
그렇지만 회전율이 빨라서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배부르게 먹고 치료받으러 병원에 갔다.
정상 출근하기 전까지 매일 통원 치료하러 병원에 데려다주고, 아들 입맛에 맞게 내돈내산을 자주 할 것 같다.
백수의 과로사는 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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