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명산'이니 '블랙야크'니 하는 산은 초보 등산러에겐 범접 불가한 신의 경지에 이른 곳이어서 감히 도전할 엄두를 못 냈다.
그런 이유로 인천에서 유일한 '블랙야크 선정 100대 명산'인 강화도 마니산은 몇 차례 시도 했으나 번번이 오르지 못하고 포기했던 산이다.
그런데 '마니산 1004 계단을 40분 만에 다녀왔다'는 이웃님 포스팅을 읽고 '해볼 만 하겠다'는 솔깃함과 문화재 보호와 안전을 위해 폐쇄되었던 '참성단'을 개방했다는 소식에 다시 없을 기회인 것 같아 마니산 등산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더군다나 오늘은 행복한 화요일 아닌가.
마니산에 올라가 보자, 쓔슝~^^
▶마니산 등산로
1. 계단로 <편도 2.4km, 소요시간 1시간 15분>
마니산매표소 - 1004계단(개미허리, 헐떡고개) - 정상
2. 단군로 <편도 3.6km, 소요시간 1시간 50분>
마니산 매표소 - 갈림길(단군로) - 372계단 - 정상
3. 함허동천로 <편도 2.8km, 소요시간 1시간 30분>
함허동천매표소 - 계곡로(제2야영장 방향) - 칠선녀계단 - 칠선교 - 바위능선 - 마니계단 - 정상
4. 정수사 <편도 1.7km, 소요시간 1시간 40분>
정수사매표소 - 정수사로(암릉구간) - 칠선녀계단 - 칠선교 - 바위능선 - 마니계단
지난 5월 4일부터 전국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되었지만, 마니산은 국립공원이 아니므로 입장료(2,000원, 입장권 따로 없고 영수증이 입장권임)를 내야 한다. 단, 주차장 무료.
마니산 입구 쪽은 몇 차례 다녀간 터라 전혀 낯설지 않은 곳이다.
더군다나 비가 내릴 것을 대비해 우산, 비옷 등을 챙겼기 때문에 마니산 산행이 크게 걱정되지 않았다.
이렇게 예쁜 길을 걷지 않는다면 마니산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고 있으나 덥고 습해서 본격적인 산행 전인데도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깨끗하고 시원한 계곡에 발 담그고 싶은 마음을 접고 뚜벅뚜벅 걸었다.
강화 참성단 개방 안내 플래카드가 눈에 띄었다.
매일 10시~16시 개방이지만, 개방 요일 및 시간은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고 적혀있는 걸로 보아 날씨와 기타 사항이 변수일 것 같다.
힘들지 않게 걸었는데 지도상으로는 벌써 절반 정도 오른 것으로 표시되어 있다.
어랏~
가장 힘들다는 코스인데,
100대 명산 별 거 아니네?
역시 자만은 금물!
본격적으로 1004 계단 시작이다.
아득한 계단...
'이런 계단이 1004개가 있단 말이지?'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다.
숨 쉬는 것도 힘들다...
걸음은 점점 느려지고 땀은 비오듯 쏟아졌다.
'뛰지 마세요!'
적혀있지 않아도 뛸 수 없는 구간이다. 잘못 걷다간 사고 위험이 있어 보인다.
조심조심~
1004 계단 구간은 시야가 트인 곳이 없어서 조금 답답한 느낌이었다.
조금이라도 볼 수 있는 곳은 흐린 탓에 하얀 세상일 뿐이다.
대신 모기와 벌들의 천국이다.
긴 상하의를 입었는데도 옷을 뚫고 물어뜯는 악바리 근성이 있다.
마니산 1004 계단을 오르기 전에는 '정말 1004개의 계단이 맞는지 세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가 끝없이 펼쳐진 계단 앞에서 그만 항복하고 말았다.
'1004'하니까 왠지 '천사'가 연상되어, 날개 달린 천사가 도와줄 것 같지만 전혀 그런 것 없다. 정확히 세어보지는 않았으나 1004개가 넘지 않을까 싶다^^
인천둘레길 스탬프함 발견~
참성단과 소사나무가 새겨진 스탬프를 입장권에 꾸욱 찍었다.
아낌없이 주는 잉크 때문에 군데군데 얼룩졌으나 지금 다시 봐도 뿌듯하고 대견스럽다^^
최근까지 폐쇄된 강화 참성단 입구에 도착했다.
문이 열려있는 것을 보니 마니산에 처음 오른 초보 등산러지만 왠지 모를 뭉클함이 느껴졌다.
참성단 계단을 오르며 두근두근~
강화 참성단(江華 塹星壇 사적 제136호)은 단군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쌓았던 제단이며 '마니산 제천단'이라고도 한다. 자연석으로 기초를 둥글게 쌓고 단은 그 위에 네모로 쌓았다.
아래 둥근 부분의 지금은 8.7m이며, 상단 네모의 1번의 길이는 6.6m의 정방형 단이다. 상방하원(上方下圓) 즉, 위가 네모나고 아래는 둥근 것은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사상인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는 생각에서 유래된 것으로 여겨진다.
고려시대에 임금이나 제관이 참성단에서 제사를 올렸으며, 조선시대에도 하늘의 제사를 지냈다고 전해진다.
고려 원종 11년(1270)에 보수했으며, 조선시대에 들어와 인조 17년(1639)에 다시 쌓았고, 숙종 26년(1700)에 보수하였다.
현재, 삼성단에는 매년 10월 3일 제천행사가 있으며, 전국체전 성화가 칠선녀에 의해 이곳에서 봉화를 채화하는 의식이 열린다. 참조 - 강화군시설관리공단
숨죽이며 소사나무와 우물 그리고 참성단까지 여러 번 찍었다 ^^
다행히 등산객이 없어서 여러 번 NG 내도 괜찮았다.(드론으로 찍으면 좋을~)
참성단에서 내려와 바로 앞에 있는 마니산 정상석을 향해 걸었다.
마니산(摩尼山 472.1m) 정상 도착~!
바로 앞에 참성단이 보인다. 맑은 날이었으면 강화는 물론 인근 김포나 인천도 다 볼 수 있었을 텐데 흐릿한 날씨에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대신 어미와 새끼로 보이는 고양이들과 수많은 잠자리 떼가 마니산 정상을 지키고 있었다.
블랙야크 100대 명산 중 인천 유일의 마니산에 올랐다는 뿌듯함을 안고 다시 하산~!
정확히 재어보지 않았으나 일반적인 계단보다 훨씬 높아서 올라갈 때는 물론 내려갈 때도 무릎과 발목에 상당히 부담되는 계단이다.
천사(1004)를 가장한 죽음의 계단이란 표현이 딱 맞다.
올라갈 땐 등산객이 보이지 않다가 하산할 때 단체로 올라오는 산악회 소속 등산객들을 만났다.
산에서 예의 그렇듯
"정상까지 가려면 얼마나 남았냐?"
고 물어왔다.
"바로 앞이다"
고 대답했는데 믿지 않는 눈치다.
몇 걸음 더 내려가니 또 다른 등산객이 물어왔다.
역시나
"거의 다 왔다"
고 했더니
"거짓말~"
이란다.
거짓말 아니다. 참성단을 불과 20~30m 앞에 두고 물어보니 당연히 "바로 앞이다"라고 대답할 수밖에~^^
계단 중간에 앉아서 먹는 사과. 간식으로 챙겨 온 사과가 결국 점심이 되었다.
벌떼, 모기떼들과 사투를 벌이며 먹다 보니 그들과 함께 나눠 먹는 느낌으로 아그작~ ^^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들으며 잠시 휴식.
모두 친구가 되어주는 곳이다.
마니산 매표소 입구에 있는 '치유의 숲길'을 소요하며 호흡을 가다듬은 후, 블랙야크 선정 100대 명산인 마니산 등산을 마무리했다.
이제 나도 '블랙야크'니 '100대 명산'을 입에 올려도 되겠지? ㅎㅎ
ps.
1. 도대체 어떻게 걸으면 '마니산 치유의 숲~ 마니산 정상' 코스를 40분 만에 걸을 수 있는 걸까? 날아서 갔거나 잘못 표기했거나 둘 중 하나일 것 같다^^
2.길이 하나여서 전혀 헤매지 않았다. 오히려 큰 산 오르는 게 길치에겐 더 유리하겠다^^
3. 마니산 다른 코스로 또 갈 생각이 있느냐 묻는다면... 글쎄??? ^^
4. 허리, 다리, 무릎 등이 조금이라도 불편할 경우 절대 1004 계단 코스로 가지 말 것을 권한다.
'[은둔형 아줌마의 일상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7월의 멀리뛰기 메모장2(feat.보성 벌교 금융조합, 보성여관, 태백산맥 문학관) (104) | 2023.07.20 |
---|---|
광고인 듯 광고 아닌 광고 같은 맘스터치 광고<엄마를 찾아서> (38) | 2023.07.19 |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 7월의 멀리뛰기 메모장1(feat.곡성, 구례, 순천, 여수, 백야도) (36) | 2023.07.17 |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Come Back Home (16) | 2023.07.16 |
밤 산책 아니고 밤 달리기^^ (62) | 2023.0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