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이웃님의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류이치 사카모토 유고집 제목이다.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제목만 보고도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뜨거운 여름을 맞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이른 아침부터 매미 울음소리는 맹렬하고 한낮의 태양은 쉽게 꺾일 기세가 아니다.
오늘도 태양은 온 힘을 다해 제 역할을 다 할 모양이다.
그래서 인천에서 시원하게 놀 수 있는 곳을 가기로 했다.
행복한 화요일,
찬란한 햇빛 속으로 들어가 오늘도 잘 놀아보자, 쓔슝~^^
나는 요즘처럼 더운 날씨가 좋은데 체질에 따라 여름이 견디기 힘들 수도 있겠다.
그래서 1차는 실내에서, 2차는 야외에서 놀기로 했다.
평양냉면 맛집으로 유명한 봉피양 파라다이스시티점에 왔다.
이른 점심시간인데도 웨이팅이라니...;;
유명세를 감안해서 기다려보기로 했다^^ (굳이 '줄 서서'까지 먹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음)
잉? 간단하게 먹을 건데???
우연찮게 룸으로 안내되었다.
조용하고 경관도 좋아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원하는 고객에게는 따로 구워서 제공한다고 해서 구워달라고 주문했다.
역시~ 전문가가 구우니 내가 구운 것보다 훨씬 퀄리티가 높다.
더군다나 더운 날씨에 직접 굽지 않으니 얼마나 좋은가 ^^
심지어 양도 많다.
평양냉면 때문에 온 건데 과연 듣던 대로 일반 냉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맛있었다.
맵고 짜고 달달한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슴슴한 봉피양 평양냉면이 입맛에 안 맞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 입 먹는 순간 찰기 없이 개운해서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고, 돌아서면서 슴슴한 평양냉면이 다시 생각날 정도로 맛있었다.
베이징에 있는 북한 식당을 간 적 있는데 그곳에서 정통 평양냉면을 먹은 적 있다.
감시(?)하는 눈들이 많아 냉면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여서 그냥 욱여넣었는데, 집으로 가는 까오티에(高铁) 안에서도 혀끝에 슴슴한 뒷맛이 남아있을 정도로 좋았던 기억이 있다.
작은 구슬에 각기 다른 사람의 얼굴 모습의 예술 작품이 곳곳에 전시되어 있는데, 멋모르고 지나치다가 신기해서 한참을 들여다봤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는지 예술가의 상상 속 세계가 경이롭다.
박승모 작가의 NIKE와 VENUS
우리가 흔히 아는 작품이겠거니 싶지만 자세히 보면 재료가 범상치 않다.
알루미늄 선을 이용해 조각 작품 전체를 정교하게 둘러싼 모습을 보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연신 감탄을 자아냈다.
인천 파라다이스시티는 예술 작품 전시에 자부심 있는 호텔답게 다양한 작가의 다양한 작품이 호텔 곳곳에 전시되어 있다.
작품 구경하러 가기만 해도 즐거운 나들이가 될 것 같다.
긴 복도를 지나면 카지노 앞 유명한 호박(?)이 있다.
지난 시티투어 때 호박이 있는 이곳 로비에서 공연을 본 적 있는데 꽤 인상 깊었다.
이제 추우니까 뜨아를 마셔야 한다^^
2차는 정서진이닷~!!!
해 질 무렵의 붉은 노을종은 못 봤지만 초록 물결이 넘실대는 정서진은 바다에서부터 실어온 바람 덕분에 시원했다.
정서진 노을 종소리 / 詩 이어령
저녁노을이 종소리로 울릴 때
나는 비로소 땀이 노동이 되고
눈물이 사랑이 되는 비밀을 알았습니다.
낮에는 너무 높고 눈부셔 볼 수 없던 당신을
이제야 내 눈높이로 바라볼 수가 있습니다.
너무 가까워 노을빛이 내 심장의 피가 됩니다.
저녁이면 길어지는 하루의 그림자를 근심하다가
사랑이 저렇게 붉게 타는 것인 줄 몰랐습니다.
사람의 정이 그처럼 넓게 번지는 것을 잊어버렸습니다.
종이 다시 울려면 바다의 침묵이 있어야 하고
내일 해가 다시 뜨려면 날마다 저녁노을이 져야 하듯이
내가 웃으려면 오늘 울어야 하는 것을 이제야 압니다.
내 피가 생명의 노을이 되어 땅끝에 번지면
낯선 사람이 친구가 되고 애인이 되고 가족이 됩니다
빛과 어둠이 어울려 반음계 높아진 노을종이 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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