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지만 인천에는 둘레길과 이음길이 참 많다.
둘레길 이정표가 있는 길을 걸을 때마다 '언젠가는 코스대로 걸어봐야지'하는 막연한 생각을 처음부터 한 건 아니고 조금씩 그런 생각이 쌓였던 것 같다.
그러던 중 약 한 달 전쯤 '계양산 둘레길(7.2km)'을 걷고 약간의 자신감이 생겼다.
종합안내도 하단에 적힌 5개의 코스 중 첫 번째 적힌 계양산 둘레길을 걸었으니 이번엔 두 번째인 '인천 둘레길 1코스'를 걷기로 했다.
계양산 둘레길 걸을 때 그때의 느낌이 좋았던 이유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인천 둘레길에선 어떤 즐거운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오늘도 잘 걸어보자, 쓔슝~^^
'계양산 둘레길'을 걸을 땐 '계양산 장미원'에서 시작했다면, 오늘은 '계양산성박물관'에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종합안내도에 따르면, 인천 둘레길 제1코스는 7.0km 약 3시간 소요 예상이다.
계양산성박물관 - 임학오거리(임학정) - 다남녹지 - 고랑재고개 - 솔밭(스탬프) -피고개 - 징매이고개(생태통로) - 계양산장미원 - 계양문화회관 - 계양산성박물관
오늘의 목표
①인천둘레길 1코스 완주
②길 헤매지 않기
③무사히 귀가
박물관 관람 후 둘레길을 걸으려고 했는데, 가는 날이 장날... 아니, 가는 날이 휴무여서 박물관 옆 '인천 둘레길 1코스'의 출발점인 연무정으로 들어섰다.
야외공연장 건너편 화단에 있는 둘레길 마스코트를 모르고 지나칠 뻔했는데 두리번거리다 우연히 얻어걸렸다^^
이제 본격적으로 둘레길 걷기 시작이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오늘 하루도 잘 걸어보자~^^
걷기 좋은 길이다. 목상동 솔밭 표지판을 따라서 걸으면 인천 둘레길 1코스는 성공한 거나 다름없다.
무작정 '걷기'만 할 땐 '인천 둘레길' 표식을 봐도 별로 감흥이 없었는데, 오늘은 나의 든든한 친구 같은 존재여서 표식이 보일 때마다 반갑고 안심이 되었다.
연무정에서부터 약 10분 정도 걸으니 임학정에 도착했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임학정까지는 찾아오기 쉬운데 여러 갈래길에선 큼지막한 팻말이 없으면 어디로 가야 할지 망설이게 된다.
다행히 이웃블로그를 통해 예습을 한 터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산불예방 현수막 쪽으로 내려가 인천둘레길 표식을 확인한 후 길을 따라 걸었다.
숲 속 피톤치드를 마음껏 즐기며 걷다 보면 둘레길 옆으로 국수나 비빔밥 등을 파는 식당을 지나게 된다. 나중에라도 이곳에서 밥을 먹진 않을 것 같다^^
식당을 지나 계속 걸으면 막다른 길에 접어든다.
하지만 인천둘레길 표식이 있으니 걱정 없다.
열려있는 철망을 지나 좁은 왼쪽 길로 걸어가면 제대로 걷고 있다는 뜻이다.
이게 다 어젯밤 벼락치기 예습 덕분이다.
스탬프함이 있는 솔밭은 아직 2km 정도 더 가야 하는데 갑자기 촘촘한 솔밭이 나타나면 혹시? 하는 생각이 든다.
오로지 솔밭을 향해 걷다 보니 보이는 건 모두 솔밭뿐이다.
산악회 리본이 많이 매달린 산이 있는 반면 계양산은 상대적으로 걷기 쉬운 길이어서 그런지 일반 산악회 리본은 못 봤다.
대신 인천광역시 공식 리본이 길 안내를 도맡아 하는 중이다.
평소엔 무심히 지나쳤는데 인천 둘레길 걷고 있으니 둘레길 표식만 눈에 확 들어왔다.
콩깍지가 씌면 그의 모든 게 사랑스럽듯, 사랑하면 보고 싶은 것만 보이는 게 정상 아니던가.
난 오늘 인천둘레길 표식을 사랑하는 게 틀림없다^^
야호~!
드디어 인천둘레길 1코스 스탬프함이 있는 목상동 솔밭에 도착했다.
스탬프 수첩이나 하다못해 종이에라도 찍어야 하는데 종이로 된 그 무엇도 없다.
아쉬운 대로 손목에 찍어볼까 했는데...아, 줄이 너무 짧다;;
평소 가방 안에 작은 수첩이나 마트 영수증이라도 있던데 하필 오늘처럼 중요한 날에 종이 한 장 없다니...
그냥 가기엔 너무 아쉬워 손바닥을 넣고 스탬프를 눌렀다ㅎㅎㅎ
생각보다 괜찮은걸?^^
손바닥은 잉크 범벅이지만 인천둘레길 1코스 걸었다는 인증을 했고, 내가 기억하고 있으니 이만하면 된 거다.
포스팅하고 있는 지금, pc 화면으로 이 사진을 보니 현수막 끈이 묶여있는 오른쪽 나무에 조그맣게 둘레길 표식이 있는데 왜 못 보고 지나쳤을까?
스탬프를 찍고 큰길 따라 계속 내려갔다.
그런데 좀 이상했다. 화장실이 있고 주차된 차량도 보이고... 길은 점점 넓어졌다.
이건 마치 산을 벗어나는 느낌?
설마 이 길이 아닌 건가?
지나가는 등산객에게 물어보니 스탬프함이 있는 안내도 뒤로 걸어가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스탬프함에서 한참 멀어졌다가 다시 올라갔다;;
역시나... 스탬프함 옆 현수막 뒤로 인천둘레길 표식이 있었다. 친절하게 2개씩이나~^^
그제서야 안심하고 걷는데, 정작 문제는 그다음에 발생했다.
길 안내 표시 없는 양 갈래 길이 나타난 것이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 어떤 힌트도 없다.
길 위에 서서 한참 고민했다.
어디로 가야 할까?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제발 알려줘!!!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다리도 아프고 목도 말라서 둘레길 걷기 시작한 후 처음으로 휴식시간을 가졌다.
오늘의 간식은 공주 맛밤과 하이난 대표 상품인 예즈(椰汁 yezhi), 나의 최애 간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정한 햇썹 마크를 획득한 100% 국산 밤으로 만든 공주 맛밤은, 속이 노란 밤 그대로여서 맛이 좋고 영양만점이다.
순수 코코넛으로 만든 예즈는 그 어떤 코코넛 음료와 비교 불가일 정도로 진하고 맛이 풍부하다.(광고 아님^^)
신발 벗고 편하게 앉아 간식 먹으며 쉬고 있지만, 어디로 가야 하는지 걱정이 되어 마음은 무거웠다.
'이대로 산속에 갇히는 건가?'
가장 믿고 보는 공신력 있는 블친님 포스팅을 살펴봤다.
글씨가 작아서 '캡처한 후 확대해서 보는 방법'으로 살펴보니 역시 그 안에 답이 있었다.
계곡 건너 왼쪽으로 가면 된단다^^
인천둘레길 1코스 중 가장 힘든 피고개.
피를 토할 정도라서 피고개인가?
오르막에선 헉헉대며 현저히 느려진 걸음으로 겨우 걸었다.
피고개까지 왔으면 이제 거의 다 온 것이나 다름없다. 다시 힘내서 걸어보자!
걷기를 좋아하는 배우 하정우는 그의 책 <걷는 사람, 하정우>에 이런 글을 적었다.
"삶은 그냥 살아가는 것이다. 건강하게, 열심히 걸어가는 것이 우리가 삶에서 해볼 수 있는 전부일지도 모른다. 내가 아무리 고민하고 머리를 굴려봤자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길을 그저 부지런하게 갈 뿐이다...
살면서 불행한 일을 맞지 않는 사람은 없다. 나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생이란 어쩌면 누구나 겪는 불행하고 고통스러운 일에서 누가 얼마큼 빨리 벗어나느냐의 싸움일지도 모른다.
누구나 사고를 당하고 아픔을 겪고 상처받고 슬퍼한다.
이런 일들은 생각보다 자주 우리를 무너뜨린다. 그리고 그 상태에 오래 머물면 어떤 사건이 혹은 어떤 사람이 나를 망가뜨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을 망가뜨리는 지경에 빠진다...
나는 내가 어떤 상황에서든 지속하는 걷기, 직접 요리해서 밥 먹기 같은 일상의 소소한 행위가 나를 이 늪에서 건져내준다고 믿는다...
티베트어로 '인간'은 '걷는 존재' 혹은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라는 의미라고 한다. 나는 기도한다. 내가 앞으로도 계속 걸어 나가는 사람이기를. 어떤 상황에서도 한 발 더 내딛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기를."
누군가의 소원이 담긴 돌탑에 나도 돌 하나에 소원 하나 얹었다.
장미원 방향을 가리키는 길을 따라 걸었다.
지난 '계양산 둘레길' 걸을 때 이곳을 지나 장미원으로 간 기억이 나서 안심이 되었다.
계양산 장미원 주차장에 주차했으면 좋았을 것을... ^^ 살짝 후회했다.
시간이 늦어서 걸음은 바쁘지만 장미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장미원 입구에서만 살짝 구경했다.
5월의 모습보다 더 청초한 모습이다.
지난번에 계양산성박물관으로 바로 가는 길을 걸었으니 오늘은 '인천둘레길 1코스'에 해당하는 '계양문화회관'을 향해 걸었다.
서해랑 길과 코스가 같은 이 길을 걸어가면 일반 도로를 걷게 되는데, 다음에 또 걷게 된다면 새로 조성된 '계양산성박물관' 쪽으로 걸어야겠다^^
아무래도 일반 도로를 걷는 것보다 잘 조성된 숲길을 걷는 게 더 좋기 때문이다.
계양문화회관 앞 주차장을 지나 일방통행길을 따라 걸으면 비로소 계양산 장미원 표지판과 함께 어린 왕자도 만날 수 있다.
경인여대를 지나 드디어 '인천 둘레길 1코스' 시작 지점인 계양산성박물관에 도착했다.
오후 늦게 출발해서 마음이 급했던 탓에 평지에선 빠른 걸음으로 걸었는데 다행히 별 탈 없이 무사히 도착하게 되어 스스로 대견해서 쓰담쓰담했다^^
ps.
솔밭길에서 잠깐 경로이탈한 것 빼고, 이처럼 완전한 리라이브 지도는 처음이다. 그야말로 '둘레길'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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