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사랑하는 호텔 파라다이스시티 인천에서 특별한 전시회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으나 바쁘지 않은데 바쁜 척하다가 결국 11월 초에 갔다.
그럼, 파라다이스시티로 출발, 쓔슝~^^
Banksy & Keith Haring
파라다이스시티 인천
2023년 9월 5일~11월 5일
인터넷 사전 예약 / 무료 관람
예약 시간에 맞춰 갤러리에 도착했다.
휴대폰 촬영은 가능하지만 카메라 촬영은 안 된다고 해서 눈물을 머금고(?) 카메라를 안내데스크에 보관했다.
도슨트오디오기기 사용이 그나마 익숙해서 물어봤는데 요즘은 휴대폰으로 다 된단다.
아, 진화하는 속도를 놓치면 더 이상 못 따라가고 외면할 것 같다. 아니, 외면당할 것 같다;;
그러니 부지런히 배우고 익혀야 한다.
맨 먼저 키스 해링의 작품을 만났다.
인원제한 예약 시스템 덕분에 전시회는 붐비지 않고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노란 바탕에 빨간 하트와 손 이미지의 커다란 그림이다.
설명에 의하면, 1985년에 제작된 이 작품은 함께 모여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자는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한다.
장 미셀 바스키아와 앤디 워홀처럼 당대에 활동했던 동료 예술가들이 그랬듯, 키스 해링 역시 시대의 목소리가 되고자 했던 의지가 있었단다.
그래서 정치적, 사회적 색을 띠는 작품들이 많으며 1960년대 기성문화에 대항하는 하위문화, 베트남 전쟁, 인종 갈등 시위 등을 겪으며 자란 해링에게는 사회적 문제의식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빨간 하트 안에 지구가 그려져 있고 하단엔 많은 사람들이 춤을 추며 흥겨워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궁극적으로 '모두 행복'을 담고 있는 것 같다.
얼핏 봐서는 잘 모르겠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동물들의 형태가 단순한 선으로 그려져 있는 걸 알 수 있다.
똬리를 틀고 있는 뱀의 모습인가 싶다가 짖는 개의 모습도 보인다.
아마도 키스 해링은 동물 이미지를 통해 인간사를 보여주려고 했나 보다.
키스 해링은 거리와 지하철 플랫폼 곳곳에 그림을 그리며 유명해졌지만 때론 체포되는 일도 있었다.
그의 활동을 고스란히 담은 영상이 소개되어 눈길을 끌었다.
키스 해링을 다룬 동화책과 뱅크시의 작품이 들어있는 책도 구비되어 있어 그림만 보고 마는 딱딱한 전시회가 아니어서 좋았다.
"행복을 찾는 가장 간단한 방법 중 하나는...
당신을 슬프게 하는 것들을 놓아버리는 것이다." - 뱅크시
뱅크시는 그림만 잘 그린줄 알았는데 이렇게 멋진 말로 사람을 감동시킨다.
뱅크시는 신원을 밝히지 않고 활동하는 그래피티 아티스트이자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이다.
인상적인 풍자로 사회 문제를 꼬집는 그의 작품은 온라인에서 빠르게 퍼지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중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사랑은 공중에>이다.
뱅크시는 전쟁, 소비주의, 자본주의 등을 다루며 정치적 색채가 강하게 묻어나는 작품 활동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이 작품은 화염병 대신 꽃다발을 든 인물이 폭력의 상징은 평화에 대한 외침으로 표현했다.
이 작품 속의 반전 정서는 1960년대에 프랑스와 미국에서 일어났던 학생 운동과 반전 활동 중 하나인 '플라워 파워' 운동에 바치는 헌사이기도 하다.
화염병이나 최루탄에 길들여진(?) 세대여서 그런지 그런 것들에 대해 거부감(?)이 없다는 것이 나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무기를 고르시오'
제목과 작품이 영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데 유희적으로 표현했다.
뱅크시 작품 앞에서 기념사진도 찍고^^
따로 마련된 전시 공간에 있는 뱅크시의 가장 유명한 작품 '풍선과 소녀'를 감상했다.
사실 이 작품에 대한 기사를 본 적 있어서 이번 파라다이스시티의 뱅크시 & 키스해링 전시회에서 진품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반가웠다.
이 작품을 직접 보기 위해 전시회에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8년 10월 5일, 미술 역사에서 가장 기상천외한 사건이 일어났다.
뱅크시의 유명 작품 중 하나인 '풍선과 소녀'가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낙찰되자마자 기계음이 울리면서 액자 안에 내장된 기계가 작동해 작품이 파쇄된 것이다.
현장에 있던 관객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으며, 소더비가 작품을 급히 다른 곳으로 옮길 때쯤 작품은 절반 정도만 잘린 상태로 멈춰있었다.
절반이 파쇄된 이 작품은 이후 원작자인 뱅크시로부터 <사랑은 쓰레기통에>라는 제목을 얻었다.
이 사건이 뱅크시 본인의 계획으로 밝혀지면서 전 세계의 이목이 다시 한번 집중되었고, 동시에 작품 가치는 오히려 상승했다.
그 이후 뱅크시는 2021년 '풍선 없는 소녀'라고 다시 제목을 붙였다.
미술 비평가와 관객들은 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이 사건을 해석했다.
예술작품에 매겨지는 가격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예술의 정의와 가치 평가 과정에 대한 기존 인식을 타파하려 한 선동적인 장난으로 보는 이도 있었다.
예술시장ㄹ의 기능과 미술작품의 가치에 대한 열띤 논쟁을 불러온 이 작품은 뱅크시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히게 되었다.
2021년에 다시 경매에 나왔을 때, 18배 이상 높은 가격으로 낙찰되면서 뱅크시 작품 중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뱅크시의 계획이었다고 하지만 그런 해프닝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작품 가격을 높였으니 예술가는 늘 번뜩이는 사고를 가져야 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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