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년 전 계양산에 처음 올라갈 땐 들머리조차 몰라서 헤맸고, 끝없는 계단 맛집에 다시는 가지 않을것 같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1년 사이에 가장 많이 걸었던 곳이 다름 아닌 계양산이다.
스탬프북을 욕심낼 만큼 걷기에 진심이지 않았고, 스탬프북을 채워나갈만큼 나의 체력도 믿을 수 없어서 그저 흉내만 내고 다녔는데...
어라?
종이인형처럼 흐느적거리던 내가 1년 사이에... 아니 생애 통털어서 가장 걷기에 진심이었고 걷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걷기'에 '진심'을 더해볼까? 쓔슝~^^
그 시작은 바로 '스탬프북'이었으니, 2024 인천둘레길과 인천종주길 스탬프북이 배포되었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계획을 세웠다.
▶스탬프북:인천둘레길, 인천종주길 2종
▶ 배부장소:인천광역시 소재 12곳
(소래습지생태공원전시관1층, 월미공원 안내사무소, 마니산국민관광지매표소, 장봉관광안내소, 인천역관광안내소, 송현공원 공원관리사무소, 문학산역사관, 남동구청 7층공원녹지과, 인천나비공원자연교육센터, 계양산성박물관 1층안내센터, 석곶체육공원체육관 1층 사무실)
▶ 배부기간: 2024년 2월 16일~2024년 제작수량 소진 시 종료
계양산성박물관 1층 안내센터에서 인천둘레길, 인천종주길 스탬프북 2종을 받았다.
이날을 위해 아껴둔 트랭글앱 인천둘레길 코스북과 스탬프북을 챙겼으니 이제 잘 걷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
.
.
오전엔 비가 내리지 않다가 계양산성박물관에서 스탬프북 수령 후 나오자마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럴수가~~
여기서 멈춰야 할까?
우산과 우의도 있고, 배낭 레인커버도 있고, 방수기능이 있다는 고어텍슨가 뭔가도 입었다.
모든 준비가 끝났는데 그냥 돌아갈 수 없다.
무조건 스타아~~~뜨!!!!!!!
계양산 등산에 단골로 등장하는 임학정.
비가 와서 그런지 사람들이 없다.
늘 그렇듯 임학정에서 여전히 인천둘레길 한 길만 걷는 중이다.
다른 길을 걸어보겠다는 생각은 인천둘레길 스탬프북에 인증 도장 찍은 후에나 가능할 것 같다~^^
(실은 다른 길이 눈에 안 들어옴~;;)
아니, 무슨 비가 여름날 장맛비처럼 내리는 거 실화???
이미 시작했으니 돌아갈 수는 없는 일!!!
인천둘레길 16코스 115.9km 중 첫 번째 단추를 잘 채워야 하지 않을까?
이대로 물러서면 언제 다시 시작할지 모를 일이다.
지난달 멋모르고 계양산 정상을 향해 올라갔던 그 자리에 섰다.
계양산 올라가는 길을 보며 그날의 무모한 일들이 떠올라 혼자 피식 웃으며 목상동 솔밭을 향해 고고~
목상동 솔밭에서 인천둘레길 1코스 스탬프 찍기~
그동안 목상동 솔밭을 몇 차례 지났던 터라 스탬프함을 금방 찾았지만, 만약 초행길이었다면 헤매고 다니거나 모르고 지나쳤을 수도 있다.
그동안 예행연습한 게 얼마나 다행이던지~ ㅎㅎㅎ
초행길이거나 스탬프에 관심 없는 사람은 솔밭길에서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스탬프를 찾기 어렵다.
더군다나 스탬프 현수막이 낙엽 색깔과 비슷한 데다 낡고 작아서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솔밭길에 '왼쪽에 스탬프함 있음'이라는 큰 현수막 하나 걸어주면 좋으련만~^^
계곡에 들어서서 길을 잃었던 때가 있었는데 인천둘레길 안내판이 10미터 간격으로 새롭게 부착되었다.
개인적으로 리본을 묶어두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이제라도 새 안내판이 고맙기만 하다.
피고개에서 재무장해보자.
이미 젖었지만 배낭에 레인커버를 씌웠다.
옷 역시 젖었지만 우산이나 우의는 이제 의미 없다.
따뜻한 차를 마시고 싶지만 마땅히 비를 피할 곳이 없으므로 그냥 통과하기로 했다.
반대편에서 1회용 비닐우의를 입은 사람이 걸어오고 있었다.
점점 가까워져서 인사를 하고 봤더니 연세가 많은 할머니다.
양손에 스틱을 잡고 맨발로 걷고 계셨다.
건강한 사람이 맨발로 걷는 건 매우 드물다.
특히 겨울비 내리는 산길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빗속에서도 걸어야만 하는 사연이 있을 것 같은 뒷모습을 지켜보며, 잠깐 비 맞는 걸로 엄살떠는 내 상황이 호강스러울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곡물에 신발 바닥 씻기.
비가 계속 내리고 질척거리는 흙길이기 때문에 씻어봐야 아무 의미 없는 일이지만, 신발 바닥에 묻은 흙 때문에 발이 무거워서 그랬다고 해두자.
못 보던 표지판이 많이 생겼다.
생태통로를 못 찾아서 헤매던 때를 생각하면 감사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왜 그동안 표지판이 없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계양산 장미원 도착~
'계양산 장미원'의 존재를 안 이후 한 번도 제대로 된 장미를 감상할 기회가 없었는데 올해는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장미원 정자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그동안 몇 차례 장미원을 지났지만 한 번도 꼭대기 정자에 앉아본 적 없다가 비를 핑계로 앉아서 따뜻한 우엉차와 간식 먹기.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계속 걷는 게 무모해 보이지만, 앉아서 쉴 수 있고, 따뜻한 차가 있고, 아무도 방해받지 않으며 헨델의 <울게 하소서>를 듣고, 새소리와 빗소리...
그것만으로도 가득 채워진 것 같았다.
인천둘레길 1코스 걷기가 아니었다면 정자에 하릴없이 앉아 청승 떨었을지도 모른다~^^
계양문화회관을 지나 어린왕자를 만나면 계양산성박물관에 거의 다 온 것이나 다름없다.
산에서는 비 맞고 걸어도 그러려니 하겠지만 일반도로에서 비 맞고 다니니 조금 부끄러운걸?
1시 24분 출발, 4시 05분 도착(장미원 휴식시간과 계양산이 처음이라는 우리 동네 주민과의 수다 포함)
인천둘레길 1코스를 걸은 후 몇 가지 문제점을 발견했다.
먼저, 트랭글과 함께 리라이브를 동시에 켰는데 리라이브가 작동이 안 되었다.
아~ 내가 사랑하는 리라이브를 지키지 못했다.
지못미~~;;
두 번째는... 분명 인천둘레길 1코스를 걸었는데 배지는 인천종주길 1코스 배지가 생성되었다.
허얼~~
이게 말이 되냐고요!!!
나의 빗물 투혼은
어디 가서 보상받아야 할까요???
마지막으로... 지난 12월 인천둘레길 2코스를 걸을 때 서해랑길 자원봉사자와 함께 걸으며 리본 다는 걸 지켜본 적 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어서 새로 단 정확한 리본 위치는 알 수 없지만, 생태터널과 장미원 갈림길에서부터 장미원까지 같이 걸었기 때문에 적어도 그곳 리본 위치는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그 리본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서해랑길 자원봉사자로부터 "기념으로 가져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때는 설마 했다.
그러다 어느 등산객 배낭에 나부끼는 리본을 보며 그때서야 '자원봉사자의 말이 사실이구나' 했다.
산길이 익숙한 이들에겐 그저 '기념'정도겠지만 초행길인 사람에겐 안전을 위한 리본이다.
서해랑길 자원봉사자들, 아니 모든 산길 자원봉사자들의 노고가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
ps.
다음엔 2코스 걸을 예정인데,
이미 2번 걸었지만 2번 모두 실패로 끝난 인천둘레길 2코스... 어쩔~;;
흐엉~ 자신이 없쓰엉;;
만약 이번에도 2코스 실패하면 스탬프고 뭐고 다 때려치워야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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