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아줌마의 일상 이야기]

[서울 가볼만한곳]겨울엔 온실이지, 창경궁 대온실(02.11)

문쌤 2024. 2. 26. 06:00

바람에 실려오는 설렘 때문에 안절부절못하게 되는 건 비단 사랑뿐만이 아니다.
 
끝맺음도 시작도 어정쩡한 2월.
 
겨울비인지 봄비인지 헷갈리게 하다가 갑자기 겨울에도 본 적 없는 함박눈이 쏟아지니 변덕이 죽 끓듯 한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럴 땐 온실에서 꽃향기 맡으면 그나마 위로가 된다.
 
위로받으러 가보자, 쓔슝~^^

 

대온실로 가는 길에 유명한 백송을 만났다.
 
오호라~
그 자태가 참으로 우아하면서도 기백이 넘쳐 보인다.
 
중국 베이징이 원산지인 백송은 희귀한 하얀 나무껍질 때문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다고 한다.
 

연못 춘당지에서 기념사진 열심히 찍고 대온실로 휘리릭~~
 

단기 4242(1909년)이라 적혀있고 대한제국 황실 문장인 오얏꽃이 새겨져 있다.
 
한국 최초의 서양식 온실인 창경궁 대온실 안으로 들어가 보자~
 

인천대공원 온실과 서울어린이대공원 식물원에서 못 봐 서운했는데, 아 글쎄 창경궁 대온실 입구에서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는 극락조화~^^
 
너무 반가워서 하마터면 소리 지를 뻔했다.
 

이제 막 피기 시작하는 영춘화.
 
같은 노란색이지만 이른 봄에 피는 개나리와 영춘화 그리고 만리화 정도는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제법 눈썰미가 좋아졌다. 
 
그런데 눈맞춤은 실패로구나~~
초점이 안 맞아~~
 
뜻밖의 장소에서 만나다 보니 손이 파르르 떨렸다지?^^
 

 

많은 품종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백.
 
붉은 입술 위에 황금가루를 털어내며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핑크핑크한 아이도 있는데 이미 붉은 동백에게 마음을 주었으므로 배신이란 있을 수 없다.
미안~^^
 

고사리과 식물들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정호승 시인은 수선화에게서 외로움을 느끼며 유명한 시 '수선화에게'를 썼다고 한다.

외로움은 노란색이었다지 아마?
 
수선화의 꽃말이 '자기 사랑', '자존심'이라고 하는데 정호승 시인은 수선화와 남다른 사연이 있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지금까지 본 박쥐란 중 가장 큰 박쥐란이다.
 
가장 잘 관리되어 있는 서울식물원에서조차 이렇게 큰 박쥐란을 본 적 없다.
 

화려한 꽃으로 벌과 나비를 유혹하는 괴불나무 꽃이 피었다.
 
꽃모양이 반대로 된 올괴불나무 꽃만 알고 있어서 처음엔 잘 몰랐는데 이름표를 보니 괴불나무가 맞다.
 
다만 온실이어서 유감일 뿐이다.
 
대온실에선 안타깝게도 분재로 된 괴불나무만 봐서 잘 모르겠지만 한꺼번에 화라락 피어나면 향기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너무 화려해서 내 눈엔 인위적으로 보였던 장수매.
하지만 관람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꽃이다.
 
장수매 분재 사진 찍으려는 사람들 때문에라 지금 온실 내에서 본인이 가장 예쁜 걸 알고 있겠지?^^
 

'모과'하면 가을철 노랗게 익은 모과가 먼저 생각나는데 5월에 피는 분홍색 모과꽃은 봄처녀의 분홍치마를 닮았다. 
 
언젠가 장봉도를 걸을 때 허름한 식당 담벼락을 넘어온 모과나무 꽃을 본 적 있다.
 
너무 예뻐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데 주인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어서 차마 사진을 찍지 못하고 그 앞을 지나버렸다.
 
사진 한 장 남겼으면 참 좋았으련만~^^
 
 

이스라지 두 그루 중 왼쪽은 이제 막 피기 시작했고, 오른쪽은 핀 지 한참 지났는지 연둣잎까지 돋아났다.
 
흰색 바탕에 분홍색 물감 한 방울 떨어뜨린 듯 연한 연분홍빛 이스라지와 함께 사진 찍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순서 엇갈리는 틈에 찰칵~^^
 

작은 나무에 붉은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피라칸사스.
알알이 꿰어놓은 보석 같다.
 

이미 첫 번째 동백아가씨에게 마음을 주었는데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다른 동백아가씨가 깜짝 인사를 건넨다.
 

제법 큰 귤인가 싶지만 작은 금귤이다.
 
내가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지 요즘 시장이나 마트에서 금귤을 못 본 것 같다~
내 손으로 한번도 사 본 적 없는 금귤 ㅎㅎ
 

 
원산지가 무려 '대한민국'인 붓순나무.
 
제주도, 완도 등에서 많이 볼 수 있으며 꽃이 개화하기 전 모습이 마치 붓(筆)을 닮았다 하여 붓순나무라고 한다.
 
특히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생관 연구진에 따르면 "제주도 붓순나무는 바이러스 초기 세포 감염을 억제하여 항바이러스 효능이 타미플루보다 뛰어나다"고 한다.
 
꽃말은 '일편단심'.
 
자랑스럽다, 대한민국~~!!!
 

대온실을 나와 춘당지 한 바퀴 돌았다.
 
대온실 앞에는 백선, 흑산도비비추, 광릉갈퀴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여러해살이풀이 돌아가면서 피고 지는데, 따뜻한 봄날 춘당지 앞을 느리게 느리게 거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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