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인천대공원&수목원]

[2024 인천대공원&수목원] 상춘곡을 떠올리게 하는 벚꽃, 이제는 안녕!(04.12)

문쌤 2024. 4. 17. 06:00

"멀리도 가까이도 말고 그저 계절이 바뀔 때만이라도 한 번씩 봤으면 싶군요."
라고 스치듯 진심을 담은 주인공.
 
"지금은 캄캄해서 안 보이지만 4월 말이 되면 요 앞산에 벚꽃이 정말 가관이에요."
 
무심한 란영의 말 한마디에 주인공은 벚꽃이 피기도 전에 벌써 선운사 동구 동백장에 짐을 풀었다.
 
그러곤 매일 벚꽃이 피기를 기다리다 열흘째 되던 날 선운사를 떠나며 란영에게 편지를 남기는데, 윤대녕의 상춘곡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한다.
 
'벚꽃이 피기를 기다리다 문득 당신께 편지를 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오래전부터 나는 당신께 한 번쯤 소리 나는 대로 편지글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벚꽃이 피기 전 부지런히 찾아다닌 인천대공원인데 막상 벚꽃 축제기간에는 가지 않았다.
대신 축제가 끝난 후 차분해진 벚꽃을 보기 위해 인천대공원으로 향했다.
 

란영은 오지도 않을 인천대공원은 온통 꽃길이다.
 

인천대공원 남문 벚꽃 길을 지나 인천둘레길 6코스 시작점인 장수천으로 향했다.
 
벚꽃, 명자나무, 조팝나무...
 
숨 막히게 아름다운 4월이다.
 

인천둘레길 6코스를 아껴뒀어야 했는데 맹숭맹숭한 지난달과 달리 장수천은 화려한 봄옷으로 갈아입은 모습이어서 발걸음을 떼지 못하게 한다.
 
 

 

'오늘 벚나무 길에서 보니 며칠 안짝이면 꽃망울이 터질 듯합니다. 거듭 말하지만 나처럼 꽃을 보러 온 이를 만나 만세루 얘기를 들은 것은 참으로 커다란 기쁨이었습니다. 그날 내가 보았듯이, 벚꽃도 불 탄 검은 자리에서 피어나는 게 더욱 희고 눈부시리라 믿습니다. 물론 그게 당장일 리는 없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그만 접습니다. 처음 쓰고자 했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 소리도 너무 요란하고 더군다나 금방 읽기에는 길고 지루한 편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당신은 여인이니 부디 어여쁘시기 바랍니다.'
 
 
추신 몇 줄 더 있지만 벚꽃 필 때 만나자는 한 마디에 미리 선운사에 달려간 <상춘곡>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주인공은 란영을 만나기 위해 갔건만 오히려 꽃을 보러 온 미당 서정주 선생과의 만남에서 선운사 만세루 얘기를 들은 것을 큰 기쁨으로 여겼다.
 
 "선운사가 백제 때 지어졌으니 만세루도 아마 같이 만들어졌겄지. 그러다 고려 땐가 불에 타버려 다시 지을라고 하는디 재목이 없더란 말씀야. 그래서 타다 남은 것들을 가지고 조각조각 이어서 어떻게 다시 맨들었는디 이게 다시없는 걸작이 된 거지. 일본의 무슨 대학교순가 하는 사람도 여기 와서 이걸 보고는 척 알아냈어. 불심으로 치자면 도대체 이런 불심이 어딨냐는 거야. 그래서 이렌가 여드렌가를 여기 묵으며 날마다 만세루에 가서 절을 하다 갔더란 말씀야."
 
벚꽃 피는 계절이면 어김없이 윤대녕의 <상춘곡>이 떠오르듯, 어느날 내가 선운사 만세루에 가게 된다면 아마도 이 대목에서 마음이 움직였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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