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도 가까이도 말고 그저 계절이 바뀔 때만이라도 한 번씩 봤으면 싶군요."
라고 스치듯 진심을 담은 주인공.
"지금은 캄캄해서 안 보이지만 4월 말이 되면 요 앞산에 벚꽃이 정말 가관이에요."
무심한 란영의 말 한마디에 주인공은 벚꽃이 피기도 전에 벌써 선운사 동구 동백장에 짐을 풀었다.
그러곤 매일 벚꽃이 피기를 기다리다 열흘째 되던 날 선운사를 떠나며 란영에게 편지를 남기는데, 윤대녕의 상춘곡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한다.
'벚꽃이 피기를 기다리다 문득 당신께 편지를 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오래전부터 나는 당신께 한 번쯤 소리 나는 대로 편지글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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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피기 전 부지런히 찾아다닌 인천대공원인데 막상 벚꽃 축제기간에는 가지 않았다.
대신 축제가 끝난 후 차분해진 벚꽃을 보기 위해 인천대공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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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영은 오지도 않을 인천대공원은 온통 꽃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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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공원 남문 벚꽃 길을 지나 인천둘레길 6코스 시작점인 장수천으로 향했다.
벚꽃, 명자나무, 조팝나무...
숨 막히게 아름다운 4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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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둘레길 6코스를 아껴뒀어야 했는데 맹숭맹숭한 지난달과 달리 장수천은 화려한 봄옷으로 갈아입은 모습이어서 발걸음을 떼지 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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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벚나무 길에서 보니 며칠 안짝이면 꽃망울이 터질 듯합니다. 거듭 말하지만 나처럼 꽃을 보러 온 이를 만나 만세루 얘기를 들은 것은 참으로 커다란 기쁨이었습니다. 그날 내가 보았듯이, 벚꽃도 불 탄 검은 자리에서 피어나는 게 더욱 희고 눈부시리라 믿습니다. 물론 그게 당장일 리는 없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그만 접습니다. 처음 쓰고자 했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 소리도 너무 요란하고 더군다나 금방 읽기에는 길고 지루한 편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당신은 여인이니 부디 어여쁘시기 바랍니다.'
추신 몇 줄 더 있지만 벚꽃 필 때 만나자는 한 마디에 미리 선운사에 달려간 <상춘곡>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주인공은 란영을 만나기 위해 갔건만 오히려 꽃을 보러 온 미당 서정주 선생과의 만남에서 선운사 만세루 얘기를 들은 것을 큰 기쁨으로 여겼다.
"선운사가 백제 때 지어졌으니 만세루도 아마 같이 만들어졌겄지. 그러다 고려 땐가 불에 타버려 다시 지을라고 하는디 재목이 없더란 말씀야. 그래서 타다 남은 것들을 가지고 조각조각 이어서 어떻게 다시 맨들었는디 이게 다시없는 걸작이 된 거지. 일본의 무슨 대학교순가 하는 사람도 여기 와서 이걸 보고는 척 알아냈어. 불심으로 치자면 도대체 이런 불심이 어딨냐는 거야. 그래서 이렌가 여드렌가를 여기 묵으며 날마다 만세루에 가서 절을 하다 갔더란 말씀야."
벚꽃 피는 계절이면 어김없이 윤대녕의 <상춘곡>이 떠오르듯, 어느날 내가 선운사 만세루에 가게 된다면 아마도 이 대목에서 마음이 움직였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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