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때 서울 나들이 한 번 하고 이틀 동안 블로그에 자랑질(?)을 해 댄 촌스런 아줌마가 오늘도 어김없이 서울 나들이 다녀온 이야기로 채워볼까 한다^^
사실 서울 나들이라고는 했지만 차로 40분 거리다. 마음만 먹으면 금방 다녀올 수 있다. 하지만 평소 반경 5km 내에서만 움직이다 보니 물리적 거리는 가까우나 심리적으로 멀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마치 지방에서 서울로 수학여행 온 학생들처럼 단 몇 시간 동안 열심히 돌아다녔다. 내일의 에너지까지 가불해서 썼던 것 같다.
그중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립중앙박물관은 그 존재만으로도 상징성이 있으므로 언젠가는 충분히 시간을 갖고 들여다보고 싶었다.
하지만 일정이 빠듯해서 자세한 박물관 내부 관람은 훗날을 기약하고 어정쩡하게 남은 시간을 때우기(?) 위해 정원을 거닐기로 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벌써 가을이 영글어 가고...
국립중앙박물관은 처음 갔다. 추석이 10월쯤일 땐 시골에서 적당히 익은 모과를 몇 개 따온 적 있었는데, 추석이긴 하나 아직 9월이다 보니 푸른빛이 선명한 모과가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절반쯤 익어가는 감은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카메라 세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도도하게 익어가는 중이다.
기품 있게 뻗은 소나무, 정갈하게 정돈된 뜰, 초행길이라 자칫 길을 잃을 수 있을 정도로 구불구불 여러 갈래로 난 오솔길, 한눈에 들어오는 남산타워, 벤치에 앉아 있으면 어김없이 눈에 들어오는 작은 꽃들까지... 마음이 편안해지면서도 나른해졌다.
그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노래가 있다면 아마도 이 노래가 아닌가 싶다.
편한 운동복 차림으로 걷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박물관 관람을 하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에 온 게 아니다.
동네 주민일 확률이 높다. 오솔길 따라가면 여러 가지 운동 기구가 있는데 대부분 그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장기하의 '부럽지가 않어'라는노래처럼 살면서 부러운 게 별로 없었는데, 국립중앙박물관 주변에 살며 언제든지 마실 다닐 수 있는 그 동네 주민들만큼은 엄청 부러웠다.
동네 이름이 아마 용산이라지? ㅎㅎㅎ
물들고 싶다 그대의 색깔로
그대의 색깔이
잘 익은 붉은 사과 빛이라면 좋겠지만
그대의 색깔이
화려한 오색 무지개 빛이라면
더더욱 좋겠지만 나는
그대가 조금 덜 익은 풋사과 빛이어도
그대가 여기저기 빛바래진
조금은 서투른 빛이라 할지라도
나는 그대의 색갈로 물들고 싶다.
오랜 시간이 지나
바위가 이끼에 푸르게 덮이듯 서서히
길고 긴 겨울밤 하늘에
늦은 새벽빛이 물들 듯 고요히
나는 그대의 색으로 물들어 가고 싶다
그대의 색깔로 / 詩양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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