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아줌마의 100일 걷기 챌린지

[100일 걷기 챌린지]8일차 다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

문쌤 2022. 9. 22. 22:49

시나브로 가을로 접어들고 있는 이 계절이 참 좋다. 너무 덥지도 않고 그렇다고 춥지도 않은 딱 이맘때.

더군다나 요즘 하늘은 맑고 푸른빛인 게 '가을가을함' 그 자체다.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없는 그림이다.

 

오늘도 걷는다 1

요즘 같은 날씨에 걷지 않으면 손해다. 

[100일 걷기 챌린지]를 시작하면서부터 아침 일찍 동네 산책을 다니고 있는 중이다. 처음엔 아침 일찍 집 밖을 나서는 것조차 엄두가 안 나더니 지금은 제법 익숙해졌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데 역설적으로 걷기를 100일쯤 한다면 좋은 습관 하나 생기지 않을까?

 

 

이른 아침에 산책 나가면 길거리엔 대부분 출근하는 사람들이지만 아침 운동하러 나왔거나 등산 차림인 사람도 제법 있다.

거의 비슷한 시간에 같은 길을 걷기 때문에 어제 만난 사람을 약속이라도 한 듯 오늘 또 만나기도 한다. 

 

그중 한 명은 바로 파워풀하게 걷는 50대 여성이다.

'걷기의 바른 자세'가 있는데 그는 바른 자세로 걷기의 교과서처럼 걷는다.

 

오늘 아침에 또 만났다. 

동네 마실 나온 것처럼 느릿하게 걷고 있는데, 어느 순간 경보 선수처럼 빠른 걸음으로 나를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긴장감이 느껴졌다. 

등을 꼿꼿하게 세우고 어깨는 쫙 펴고 다리를 쭉쭉 뻗어서 걷게 되었다.

그를 의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를 의식해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파워 워킹을 하게 되니 금방 집에 도착하게 되었다.

물 한 모금 마시고 만보기를 켜니, 

 

어랏? 

평소 똑같은 거리를 걸을 때 4,500보 나오는데 오늘은 3,700보 밖에 안 되었다.

 

아~~ 너무 건강하게 걸었어!

 

 

 

 

오늘도 걷는다 2 - 도서관 가는 길

집에서 2.5km 떨어진 도서관에 가려고 하는데 어떤 방법이 좋을까?

ⓛ차를 타고 간다  ②대중교통을 이용한다 ③걸어간다

 

평소 같으면 당연히 차를 타고 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100일 걷기 챌린지] 기간이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 지하철은 타나 마나다. 지하철 타고 내려서 도서관까지 걸어가는 시간이 집에서부터 걸어가는 것보다 더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굳이 멀리 나가지 않아도  가을 익는 냄새가 동네에도 진동한다.  길바닥에 떨어진 은행들 사이를 잘 피해서 걸어야 한다.
멋모르고 밟았다가는 신발에 묻힌 채 본인도 모르게 식당이든 도서관이든 은행 냄새 풍기고 다닐 수도 있다.

 

도서관은 늘 안녕하다.

수많은 책, 적당한 온도와 습도, 조용한 실내.

도서관 이용객들이 생각보다 많았으나 도서관답게 침묵이 에티켓이다.

유일하게 들리는 소리는 가끔 도서 검색용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책 장 넘기는 소리가 전부일뿐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휴대폰에 적어둔 '읽고 싶은 책 목록'을 보며 검색을 했다. 사람 마음이 다 비슷해서인지 대출 중인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밤을 새워서 마지막 장까지 읽는데 그 후유증은 몸으로 즉각 나타난다. 며칠 동안 온몸이 아파서 책 내용은 전혀 기억나지 않을 정도다.

이 정도면 꾀병 정도가 아니라 책 알레르기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그래서 책 한 권 펼치려면 체력을 보강한 후에 읽어야 할 정도여서 책 읽기가 부담되어 요즘엔 무리하지 않을 정도로만 읽고 있다. 

 

도서관에서 어슬렁거리며 책장을 넘기다가 나 같은 사람에게 도움 되는 구절을 발견했다. 

'책 한 권을 완벽히 내 것으로 만드는 법'이라는 소제목이 달려있는데 휴대폰을 뒤져봐도 책 제목은 사진으로 찍지 않았나 보다. 잠깐 정신이 외출 중~^^

 

 

같은 책을 읽어도 얻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재미를 얻고, 누군가는 사회를 보는 시야를 얻기도 한다. 책의 쓸모는 책을 읽는 나 자신에게 달려 있다. 어떻게 나에게 필요한 메시지를 뽑아낼지에 대한 고민과 훈련이 필요한 이유다.

 

나는 책을 읽을 때 인상적인 부분이나 마음에 와닿는 내용이 있으면 반드시 밑줄을 친다. 그리고 1 회독을 한 후 밑줄 친 곳들만 다시 한번 빠르게 읽어 나간다.

 

독서광 메모를 시작한 초기에는 최대한 많은 내용을 노트에 적기 위해 노력했다. 가령 한 권의 책을 읽고 밑줄 친 곳이 30~40군데라면 모든 내용을 옮겨 적으려 한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메모의 부담만 커져갔고, 어는 순간 쓰는 행위가 노동처럼 느껴졌다. 쓰다가 지쳐버릴 때도 많았다. 욕심이 컸던 탓에 부작용이 생긴 것이다. 

 

지금은 밑줄 친 내용을 모두 옮겨 적으려 하지 않는다. 좋은 문장들이 아무리 많은 책이라 할지라도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는 다섯 개의 문장만 뽑아서 노트에 옮겨 적는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먼저 실행할 한 가지를 정한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부분을 뽑아냈다면, 습관처럼 몸에 밸 때까지 반복적으로 실행한다. 

 

몸으로 익힌 지식만이 진짜 지식이 되어 나를 한 단계 성숙시킨다. 한번 내 몸에 장착된 지식은 외우기만 한 지식보다 내 몸에 더 오래 머물며, 창고에 묵혀둔 자전거처럼 원할 때 언제든 꺼내서 쓸 수 있다. 몸이 기억하니까 달라지는 것이다. 

 

오늘 책을 읽고 한 가지를 배웠다면 그것은 절반만 배운 것이다. 오늘의 배움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내일 어떤 식이든 몸을 움직여 실행해야 한다. 

이 과정은 독서에 국한되지 않는다. 무엇이든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진짜 내 것으로 만들려면 실행이 뒤따라야 한다. 

 

 

어떤 블로거는 하루 10분 독서를 하고 있단다. 

하루에 10분만 책을 읽는다고?

n잡러인 그는 하루 10분 시간 내는 것도 힘들 정도로 바쁘게 살고 있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하루 10분 책을 읽는다고 효과가 있을까? 생각했다.

 

한 달이 지나고 6개월이 지났을 때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게으름 피우며 책에서 멀어져 있던 시간에도 그는 꾸준히 책을 읽고 그 기록을 정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10분이면 짧은 유튜브 영상 한 편 보는 시간 정도 될까 말까다. 잠깐 SNS 들여다볼 정도의 시간밖에 안 된다. 화장실에서 한 번 힘주고 나오는 시간 정도 밖에 안 된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시간에 책을 읽는다.

 

오늘도 만 보 넘게 걸었다. 하지만 아직 습관이 안 되었다는 걸 안다. 언제든 핑계를 대며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걸을 때만큼은 잡생각이 안 나서 좋다. 습관처럼 몸에 밸 때까지 반복적으로 매일 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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