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에는 시간을 내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어서 걷기 챌린지를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지만 주말엔 식구들이 늦게 일어나다 보니 나 역시 느슨해져서 생체 시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오전이 지나도록 1000보를 채우지 못했다. 집안에서만 왔다갔다 했으니 그럴 수밖에...
오늘도 걷는다
혼자 가벼운 차림으로 집 앞 공원으로 나갔다. 공원이라고는 하지만 공원보다는 낮은 동산에 가깝다.
폭 1미터 정도 되는 산책로는 느린 걸음으로 편도 5분 정도 걸린다. 아파트 안에서만 산책할 때는 주로 이 산책로를 걷는다. 한 번 걸을 때마다 왕복 5회 정도 걷는다.
2회 왕복할 때까지는 기억하는데 3회 또는 4회 왕복할 때는 몇 번 왕복해서 걸었는지 잊어버릴 때가 많다. 그냥 걸으면 되지 꼭 횟수를 기억해야 하느냐고 의아해할 수도 있는데 나의 체력으로는 5회가 적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편도 끝나는 지점 바위 위에 작은 돌멩이를 올려두고 나만 알아보는 표시를 해 두곤 하는데, 어느 날 보니 그 바위 다른 자리에 돌멩이가 올려져 있는 게 아닌가?
아마 나와 같은 사람이 올려놓은 게 분명하다^^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다니던 산책로를 요즘엔 거의 다니지 않고 있다.
지난 4월쯤이었다.
그날도 여전히 아침 일찍 산책로를 걷고 있었다.
10여 미터 간격으로 내 앞에는 80대 할머니가 걷고 계셨고 내 뒤로도 나와 연령대가 비슷한 사람이 열심히 걷고 있었다.
김창옥 강의를 들으며 걷고 있는데 내 앞에서 열심히 걷던 할머니가 갑자기 쓰러지셨다.
옆으로 스르르 쓰러진 게 아니라 다리를 곧게 뻗은 자세 그대로 11자로 반듯하게 앞으로 넘어진 것이다.
그리고는 할머니는 움직이지 않으셨다.
놀라 달려가서 할머니를 부르며 일으켜 세웠지만 미동이 없었다. 너무 놀라서 심장이 쿵 내려앉는 듯했다.
119를 부르려고 하던 찰나에 할머니는 정신을 차리셨고 한숨 돌리고는 그제야 괜찮다고 하셨다.
절대로 안 괜찮아 보이는데 자꾸 괜찮다고 하셨다.
119 부르면 바쁜 자식들이 와야 하고 번거롭다고 하셨다.
내 뒤에서 걷고 있던 사람도 놀라서 달려왔다.
지병이 있으시냐 물었더니 없으시단다.
왜 갑자기 넘어지셨을까?
알고 보니 땅 위로 삐져나온 큰 나무뿌리에 걸려서 넘어지셨단다.
산책로 걷기를 중단하고 할머니를 집 앞까지 모셔다 드렸다.
몇 주 후 엘리베이터 안에서 팔에 깁스를 하고 있는 할머니를 우연히 만났다.
사고 당시에는 몰랐지만 앞으로 넘어진 충격으로 얼굴엔 흙이 박혔고 어깨와 다리에는 타박상을 입었다고 말씀하셨다.
그날 이후 산책길 가는 날이 뜸해졌고 가더라도 혹시 나도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질까 봐 땅만 보고 걷게 되었다.
오늘 오랜만에 산책로를 왕복으로 몇 차례 걷다가 할머니 넘어진 날이 생각이 나서 집에 들어왔더니 역시나 걸음 수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나마 6000보 넘은 걸로 만족하자! ㅎㅎㅎ
ps. 저녁엔 미리 예매한 제9회 부평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를 보러 갔다.(갑분 일기)
PROGRAM
1. 희망의 향연
Antonin Dvorak . . . 신세계 교향곡 제9번 4악장
Antonin Dvorak . . . 첼로 협주곡 나단조 1악장
Saint-Saens . . . 바이올린 협주곡 3번 3악장
Intermission
2. 희망을 담아 꿈을 노래하며
G. Gershwin . . . 랩소디 인 블루
C. Stamitz . . . 클라리넷 협주곡 3번 1악장
영화 음악 . . . 쥬라기 공원 OST
A. Marquez . . . 단존 2번
앵콜곡 . . . D. Shostakovich - Waltz No.2
앵콜곡 쇼스타코비치의 왈츠를 연주했다. 귀에 익은 곡이기도 하지만 모든 연주가 끝난 후 앵콜곡이다 보니 연주자들도 긴장이 풀렸는지 한결 여유가 느껴져서 좋았다. 유튜브에서 찾은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첼로 연주곡으로 오늘의 감동을 그대로 올려본다. 이 가을에 너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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