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인 이유로 혹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많은 사람, 특히 외국인들과 교류하기 위해서 산티아고 순례길 걷는 여행이 한동안 유행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번아웃 때문에 아무 일도 할 수 없어 스스로에게 약 처방하여 순례길을 걷는 사람들도 많고 '길을 걷는' 행위만으로 몸과 마음을 치유했다는 얘기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들었다.
작가 정유정은 대한민국을 떠나본 적 없이 골방에서 앞만 보고 질주하듯 글만 쓰다가 일이 힘에 부쳐 갑자기 히말라야로 떠나 17일 동안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엮어 『히말라야 환상 방황』을 출판했다. 벌써 2014년의 일이다.
짧은 소견으로 두 경우를 보자면, 결국 건강 = 걷기라고 말하고 싶다.
건강이란 육체적인 건강을 말하겠지만 위의 두 경우는 정신적이 건강을 말하며, 무거운 짐이든 가벼운 짐이든 훌훌 떨쳐버리기엔 걷기만큼 좋은 게 없다고 본다.
오늘도 걷는다
소래습지생태공원
너무 장황한 얘기로 포스팅 시작해서 이게 어떻게 마무리가 될 지 모르겠다.
그냥 손가락 움직이는대로 적어보련다.
지하철 한 번만 타고 갈 수 있다는 소문만 듣고 집을 나섰다.
가볍게 걷다가 예쁜 사진 한두 장만 찍고 와야지라는 가벼운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100일 걷기 챌린지] 시작한 이래 가장 힘든 날이었다.
한마디로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었던 것이다. 처음부터 길을 잘 못 선택한 것이었다 ㅠㅠ
소래습지생태공원을 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한빛 초등학교를 지나 서문으로 들어가는 방법과 소래습지생태공원 전시관 쪽으로 가는 방법이다.
나는 지하철 2호선을 타고 갔기 때문에 서문에서부터 걷기 시작했다.
점심시간이라 오가는 사람도 거의 없었고 습지답게 너무 습하고 더웠다 ㅎㅎㅎ
9월 말인데도 아직까지 꽃을 피우고 있는 연꽃, 근처 벤치에 앉아 연꽃 바라보며 망중한을 즐겨도 좋겠고, 대놓고 사랑의 하트가 있는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어도 좋겠지만 오늘도 혼자 갔으니 패스!!!
아무리 걷는 게 목표라지만 이 길은 걷기엔 체력 소모가 상당하다. 길이 재미가 없다. 나만 홀로 낯선 곳에 동떨어진 느낌이 들었다. 언제까지 걸어야 하는가. 끝이 보이지 않았다.
배낭 안에는 생수 한 병과 주먹만 한 사과 한 개 그리고 책 한 권.
나무 그늘이 많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시원한 바람 한 줄기 지나갈 줄 알고, 벤치에 앉아 책 몇 페이지 읽을 여유가 있을 줄 알고 챙겼다.
얼마나 무지한 생각인가.
아껴 마신 생수 마지막 한 방울까지 털어넣고는 배낭에 빈 병 넣다가 그때서야 책이 들어있는 것을 보고 혼자 어이없어하며 실없이 웃었다.
습지인 걸 정녕 몰랐단 말인가.
소래습지생태공원 일대를 붉게 물들인 염생식물 칠면초. 사진으로는 담을 수 없는 장관이 펼쳐졌다. 마치 방문해 준 것에 대해 보상해주는 듯했다.
전시관 앞에는 갯벌 생물을 관찰할 수 있는 체험관이 있다. 단, 게를 잡아가거나 나물 채취를 해서는 안 된다. 아이와 함께 하는 엄마의 모습이 정겨워 보였다.
― 소금밭, 염전
소금을 만들기 위해 바닷물을 끌어 들여 논처럼 만든 염전은, 햇빛과 바람을 이용하여 물을 증발시킨 후 우리가 아는 미네랄이 풍부한 천일염이 만들어진다. 미리 인터넷 예약하면 체험 학습을 할 수 있다고 한다.
― 소래습지해수족욕장
해수염도 1.5~2%, 물 온도는 41도.
소래습지생태공원 염전에서 채취한 미네랄이 풍부한 소금을 사용한다. 이용료는 무료. 어린이 전용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오래 걸어서 발이 피곤하던 차에 만난 소래습지해수족욕장은 잠깐 피로를 풀기에 아주 적합한 장소였다.
해수족욕장과 함께 천일염 마사지실이 있다. 해수족욕장과 같은 소래습지생태공원에서 채취한 천일염으로 발 마사지하는 곳이다. 천일염으로 족욕과 발 마사지 효과에 대해 적혀 있는 안내문을 살펴보면, 천일염은 살균·항균 효과가 탁월하며, 천일염에 발을 넣고 부드럽게 마사지를 하면 각질이 제거되고 삼투압 작용으로 피부 속 노폐물이 배출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실제로 해수족욕장에서 약 20여 분 동안 족욕과 발 마사지를 마치고 물로 씻은 후 에어브러시를 이용해 물기를 닦고 보니, 발이 너무 부드러웠다. 양말과 신발을 신자 이전의 피로에 찌든 발이 아니었다.
잠깐 천일염으로 족욕과 발 찜질을 했을 뿐인데 마치 햇볕에 잘 마른 이불을 덮은 느낌이었다. 해수족욕장만으로도 100점을 주고 싶다.
소래습지생태전시관은 소래의 갯벌을 관찰하고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전시관이다. 소래에서만 볼 수 있는 조류와 각종 연체동물, 갑각류 그리고 평소 잘 볼 수 없는 염생식물에 대해 배우며 직접 볼 수 있는 곳이다.
1,561,248㎡의 광활한 소래습지에 갈대를 배경으로 우뚝 서있는 풍차. 이 풍차야말로 소래습지생태공원의 랜드마크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밀집된 아파트와 빌딩에 익숙해진 탓인지 굉장히 낯설고 비현실적이었다. 외국이라고 해도 믿겠다. 한 번 보고 돌아서기엔 너무 아쉬운 장소다.
◈소래습지생태공원 시설 이용 안내◈
▶생태 전시관
운영기간: 연중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 연휴
관람 시간: 10시~18시(동절기 10시~17:30)
이용요금: 무료
▶해수족욕장
운영기간: 연중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 연휴
관람 시간: 10시~17시
이용요금: 무료
▶생태체험 프로그램
운영기간: 3월~12월
신청방법: 온라인(선착순)
신청 가능: 인원 최소 10명, 최대 40명
신청 가능: 요일 화~토, 90분
문의전화: 032 435 7076
대상: 6세 이상
교육내용: 습지탐방, 염전체험, 갯벌 동식물 관찰, 철새 이야기 등(인터넷 사전 예약)
▶소금창고 프로그램
운영기간: 3월~12월
운영시간: 10:30, 13:30, 15:30(화~토, 60분)
교육내용: 생태관찰 및 철새 그리기, 천일염 제습제, 비누 만들기 등(인터넷 사전 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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