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레놀과 홍삼 액기스를 쏟아부었더니 몸 상태가 조금씩 회복된 느낌이다.
플라시보 효과라고 해도 좋다. 어쨌든 어제에 비하면 훨씬 나아졌고 그저께에 비하면 날아다닐 정도로 회복되었다.
그렇지만 주말까지는 해야 할 일이 많아서 몸 사리기로 했다.
아침 일찍 6000보를 걸었으니 오늘 숙제는 이미 마친 느낌이라 마음이 훨씬 수월했다. 평소와 다른 골목을 한참 돌다 보니 생각보다 더 많이 걷게 되었다.
요즘 건강, 걷기에 관심을 두다 보니 책을 읽어도 그 범위 안에서만 눈에 들어오게 되는 것 같다.
『나이 드는 게 두렵지 않습니다 』 - 적게 벌어도 잘 사는 노후 준비의 모든 것 이라는 책을 보면 이런 내용이 있다.
'블루존'이라는 말은 들은 적이 있는가. 블루존이란 건강 장수의 주민이 많은 지역을 가리킨다. 벨기에의 인구학자 미셸 풀랭과 이탈리아인 의사 잔니 페스가 장수하는 사람이 많은 이탈리아의 바르바자 지방을 청색 마커로 표시를 했던 것에서 유래한 말이다. 이 밖에 블루존에 해당하는 지역은 이카리아섬(그리스), 니코야 반도(코스타리카), 로마닌다(미국), 그리고 일본의 오키나와다. 이들 장수 지역을 조사한 미국의 연구자인 댄뷰트너와 그의 연구팀은 장수하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아홉 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1. 일상생활에서 규칙적으로 자주 몸을 움직인다.
2. 삶에서 보람을 느끼고, 매일 아침 일어나야 하는 자신만의 목적이 있다.
3. 휴식 시간이나 티타임 등, 스트레스를 줄이는 자신만의 생활습관이 있다.
4. 식사 시 약간 배부른 느낌이 들면 곧바로 섭취를 중단한다.
5. 식단은 채소 중심으로 구성한다.
6. 적정량의 술을 즐긴다.
7. 건강한 습관을 격려하는 사회적인 그룹이나 모임에 참여한다.
8. 종교 단체 활동에 꾸준히 참여하며 서로 돕는다.
9. 가족 간이 정이 깊다.
'건강하려면 술, 담배를 끊어야 합니다'라는 말은 누구나 아는 건강 상식인데 '적정량의 술을 즐긴다'라는 항목은 의외다. 사용하는 어휘가 달라서 전달력의 차이는 있지만 '건강'과 관련한 정보를 담은 책들의 공통적인 내용이라 새로울 것은 없어 보인다.
다만, 요즘 '일상생활에서 규칙적으로 자주 몸을 움직인다'에 관심을 두고 자주 움직이고 밖에 나가 걸으려고 하는 점은 이전의 나와는 확실히 변화된 모습이긴 하다.
강화 할머니 이야기
지난주 강화에 갔을 때의 일이다.
강화터미널에서 군청 쪽으로 가려고 지도 어플을 켰는데, 버스로 두 정류장 밖에 안 되었다.
이 정도면 걸어가도 되겠는걸?
확인차 마침 신호등 앞에 서있는, 누가 봐도 동네 주민 같은 아저씨에게 물으니 길 건너에서 타면 된다고 알려주셨다. 그러자 옆에서 듣고 계시던 할머니 한 분이
"버스는 오래 기다려야 되니 걸어가는 게 더 빠르다"며 "군청 앞에 있는 병원 가는 길이니 같이 걸어가자"고 하셨다.
그렇게 예정에 없이 할머니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동행하게 되었다.
하지만 80대 할머니의 느린 걸음에 맞춰 걷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말없이 걷는 게 어색해서 할머니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했다.
그러자 할머니는 옛날 옛날 호랑이 담배 피던 젊었을 적 얘기부터 남편 흉과 자식들 자랑까지 쉴새없이 들려주셨다.
대충 내용은 이랬다.
"가난한 집에 시집와서 어떻게든 집안을 일으켜야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았지. 그런데 애 둘을 낳고 나니 남편이 바람이 나서 딴살림을 차렸어. 나는 자식들 생각밖에 안 들었어. 밖에 나가서 무슨 짓을 해도 좋으니 호적에 애들 아버지로만 있어달라고 했지. 그러고는 남편은 아예 집에 안 들어왔지. 나는 어떻게든 자식들이랑 살아보겠다고 떡장사, 쌀장사 안 해 본 일 없이 닥치는 대로 다 했어. 내가 장사 수완이 좋아서 열심히 일했더니 큰 가게를 얻을 정도 돈을 벌고 집도 사고 논도 샀지. 남편은 한 번도 집에 안 들어오고 죽었어. 우리 큰애는 애니메이션 회사에 다녀. 매달 정부에서 돈 주지, 자식들이 20만 원씩 주지 그러니 요즘은 살기 편해. 다리가 조금 아파서 병원 다니는 것 빼고는..."
할머니의 고단한 삶을 안타까워하다가 80대 할머니 입에서 애니메이션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솔직히 깜짝 놀랐다.
"자식이 하는 일인데 당연히 알지"
하면서 자랑스러워하셨다.
할머니는 병원에 거의 다 와갈 무렵 그때서야 나에게 들려준 가정사가 소문날까 봐 걱정하셨다.
열심히 살았던 얘기, 자식 자랑까지는 괜찮았는데 남편 흉 본 게 마음에 걸리셨나 보다.
"할머니, 저는 강화 사람이 아니에요. 걱정 마세요"
병원 입구에서 보니 군청은 길 건너에 있었다. 헤어지기 전에 할머니는 나에게
"젊어서 좋겠어. 젊어서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열심히 구경하고 놀러 다녀. 늙으면 아무리 돈 많아도 다니고 싶어도 못 다니니까."
손자 본 친구들도 많은데 나더러 젊다고 하시다니, 할머니 눈에는 내가 젊은 청춘으로 보이셨나 보다.
길을 건너다 갑자기 노세~ 노세~젊어서 노세~ 라는 노래가 생각났다. 이 노래는 경험에서 나온 노래였지 않나 싶다.
그래, 젊어서 놀아보자~
단, 놀러 다니려면 튼튼한 다리는 필수! 더 열심히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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