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틀 10km 넘게 걸었더니 드디어 몸이 삐걱대기 시작했다. 배터리가 방전된 휴대폰이 되어버렸다.
원래 '움직이는 종합병원'인 내 몸 상태로 하루 6000보가 적정 걸음 수였다. 좀 무리한다 싶었는데 역시나 브레이크가 걸리고 만 것이다.
안 아픈 곳이 없다 흑흑흑~~
원래 오늘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스케줄이 있어서 그렇지 않아도 살살 움직이려고 했는데 온 몸이 쑤시고 아프니 더 살살 움직여야겠다.
오늘은 한달 전에 예매했던 공연을 보러 갔다.
청라블루노바홀은 청라호수공원쪽에 있는 공연장이다. 충분히 버스 타고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인데 몸 상태가 안 좋아서 운전을 하고 갔다. 운전하며 가다가 갑자기 내가 좋아하는 여행 유튜버 '원지의 하루'의 원지님이 하는 말이 떠올랐다.
"자본주의 만만세~!"
그녀가 하는 말이다.
솔직히 걷기 챌린지나 운동이 아니면 운전하고 다니는 게 편하고 좋더라. ㅎㅎㅎ
9월, 고수의 콘서트
평일 공연은 보통 저녁 7시에 시작하는데 한 달에 꼭 한 번씩 낮 공연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청라블루노바홀의 '고수의 콘서트'
좀 알려진 유명인의 공연은 티켓 오픈하자마자 매진되는 경우가 많은 반면 비인기 장르 공연은 공연 날짜가 다가오는데도 예매율이 낮은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엔 내가 원하는 가장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오늘은 가장 좋은 자리를 예매했다.
장르 가리지 않고 공연 관람하기가 취미인데, 드디어 나와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을 만났다.
오늘 내 옆자리에 앉은 6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여성인데, 공연 시작 전 지인과 통화하는 내용으로 보아하니, 공연 예매 상황을 적어놓은 수첩을 펼쳐보며 스케줄을 맞춰보고 있는 중이었다.(나도 큰 다이어리에 공연 이름, 날짜, 장소, 예매 인원수를 깨알같이 적어놓는다. 다만 다이어리가 커서 가지고 다니지는 않는다 ㅎㅎㅎ)
통화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공연 자주 보러 다니냐고 물었다.
질문이 끝나자마자 가방에 집어넣은 수첩을 다시 꺼내 보이며 12월까지 꽉 찬 예매 스케줄을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다.
인천 서울 장소 가리지 않고 이틀에 한 번 꼴로 예매를 마친 공연이 꼼꼼하게 적혀 있었다.
나보다 더 공연 보기가 '찐'인 사람이었다.
좋아하는 공연을 예매하려고 하면 이미 좋은 자리는 없고 구석진 맨 뒷자리 정도만 남아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구석진 자리여도 감사하게 예매하곤 했는데 어떻게 예매하는지 궁금했다.
그분의 노하우를 들어보자면,
"엔티켓(인천 공연 예매 사이트)에 미리 공연 날짜와 티켓 오픈 날짜 광고가 올라오면 티켓 오픈 날짜를 미리 휴대폰 알람을 설정해놓고, 알람이 울리면 바로 예매를 해요. 그러면 원하는 자리에 앉을 수 있어요."
나 역시 엔티켓을 통해 매 월 공연을 모두 들여다보고 있는데, 다만 다른 점은 알람 설정을 안 했기 때문에 꼭 한 발 늦게 예매 날짜를 보고 구석진 자리가 남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호라~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이 정도 정성을 들여야 하는구나..."
한참 얘기하다 보니 같은 공연을 본 적도 있었고 이번 주말에 있을 공연을 나도 한 달 전에 예매했는데 그분 역시 진즉에 예매를 해뒀다고 한다.
서울의 훌륭한 시설을 갖춘 공연장에서 공연 보는 맛은 또 다르다며 기회가 되면 서울에서 하는 공연도 꼭 보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물론 서울에 있는 공연장에서 하는 공연을 본 적이 있다. 공연장 퀄리티며 분위기만으로도 압도되는 느낌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오늘을 계기로 우리 동네 공연만 볼 것이 아니라 다른 동네 공연도 보러 갈 용기가 생긴 것 같다ㅎㅎㅎ
세계에 울리는 넌버벌 타악 '온새미로' 한울소리
'한울소리'는 1990년 창단하여 한국 전통 타악을 기반으로, 전통을 재해석하고 현대적 감성을 접목시키는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는 인천시 지정 전문예술단체이다.
넌버벌 퍼포먼스는 예전에 봤던 '난타' 공연 이후로 두 번째 관람이었다.
어둠 속에서 북소리가 울려 퍼지며 공연이 시작되었다.
두--둥~!!!
넌버벌 타악 퍼포먼스인 만큼 대북과 모둠북을 중심으로 공연이 펼쳐졌다. 대북과 모둠북만으로도 공연장을 꽉 채울 정도로 에너지가 넘친 공연이었다.
공연은 크게 두 개의 대분류 안에 한국 전통 무용과 팝핀 무용수가 컬래버레이션하는 듀엣 공연과 LED드럼, 실사 영상 등은 관객들의 시선을 끊임없이 끌어당겼다. 앉아서 즐기기만 하면 되는데도 숨이 찰 정도로 빈틈이 없는 공연이었다. 음악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프로그램 소개◈
1. 전통의 울림
전통 장단으로 가슴을 울리는 대북과 모듬북의 앙상블. 한국 전통 무용과 서양의 스트리트 댄스인 팝핀 무용수가 컬래버레이션하는 듀엣 공연, 묵직한 호흡의 명품 사물놀이 공연으로 우리 고유 전통의 울림을 선보인다.
▶대북 연주
▶길놀이
▶사물놀이 앉은반
▶듀엣 퍼포먼스 '사랑가'
▶모둠북 합주
▶판굿
2. 동시대의 공명
전통의 울림에 화답하는 컨템포리한 퍼포먼스는 파워풀하고 도시적인 감성으로 공명한다. 한울소리 타악 퍼포먼스가 집약된 화려한 볼거리와 실사 영상이 구현되는 미디어 드럼(LED)이 동원되어 다 함께 축제의 장을 만든다.
▶타악 합주
▶버켓 연주 with 팝핀
▶심벌 퍼포먼스
▶빅 드럼 퍼포먼스
▶대북과 무용의 콜라보 '파동'
▶피날레 난장
ps.
1. 공연장 휴대폰 off는 기본 에티켓이나, 커튼콜 때는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배려해주면 좋았으련만 공연장 다녀왔는데도 공연 사진 한 장 없다.
2. 무대 중앙에 '帥'자가 적힌 배너가 있었는데, 어떤 의미로 걸어놓은 것인지 궁금했다. 인근 중학교에서 단체관람 왔는데, 박수와 함성 유도할 때 '장수(將帥)'를 의미하는지 아니면 '아름답다'를 의미하는지 알려주면 좋았을 것을...
공연장에서 에너지를 듬뿍 받고 나와서 걷기를 시작했다. 청라블루노바홀 앞의 잘 다듬어진 길을 살살 걸었다.
오히려 몸이 회복되는 느낌이었다.
토닥토닥~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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