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아줌마의 일상 이야기]

시집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시집>

문쌤 2022. 6. 16. 22:10

제2의 고향, 제2의 인생...

 

제1이 아닌 '제2의 ㅇㅇ'은 삶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다는 고백이 아닐까?

삶의 터전이든, 직장이든,  환경이든, 건강이든... 

삶의 변화로 인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쨌든, 우리는 자의든 타의든 언제든 제2의 고향에서 제2의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질문: 제2의 고향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는가?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나오는 명대사,

"지안, 편안함에 이르렀는가?"... 딱 그 느낌으로 읽어주세요^^

 

 

답변: 열심히 꼼지락거리며 햇빛을 향해 나아가고 있어요.

비록 2만 개쯤 되는 신발을 신고 있지만 말이에요. 

오늘은 집 근처에 있는 도서관에 갔어요.

며칠 전부터 가려고 했는데 비가 내린다는 핑계로 오늘에서야 비로소 가게 된 거죠. 

'부지런한 나를 칭찬해~'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데 백수인 주제에 차를 타고 갈 수는 없지,

암 그렇고 말고...

버스로 한 정거장. 네이버 지도를 켜보니 도보 18분.

운동 삼아 걸어가기로 했어요...

 

생각보다 가까운걸?

도서관 앞 분식집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어요.

밖에서 먹어도 어차피 혼자 먹는 점심이지만, 매일 집에서 혼자 먹는 점심보다는

덜 심심하니까...

 

앞자리에 앉은 아빠와 대여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들은

돈가스 한 접시 앞에 두고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천천히 먹고 있었어요.

아이는 의자 뒤로 걸터앉아 나를 빤히 보네요.

아빠가 포크로 돈가스 한 조각 입에 넣어주면

조그마한 입으로 예쁘게 받아먹더라고요.

왕방울만 한 눈은 여전히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아가야, 예쁜 아줌마 처음 보니?'

 

아이가 울까봐 눈싸움은 하지 않았어요.

 

 

 

 

드디어 주문한 비빔국수가 나왔어요.

맵찔이인 나에게 비빔국수는 너무 매웠어요.

'차라리 김밥 시킬걸...'

 

 

 

도서관,
오랜만이다

 

오랜만에 간 만큼 신간 코너로 먼저 갔어요.

어디 보자~~~ 무슨 책이 재미있을까?

재미있는 책 제목이 눈에 띄었어요.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시집>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시집이라니?

이 끌림은 뭐지?

 

책 앞 날개엔 

'오늘 점심엔 뭘 드셨어요?'

라는 질문에 아홉 명의 작가 답글이 적혀 있었어요.

그중 김승일 작가의 답변이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김승일 : 약속이 없으면 점심을 먹지 않습니다. 먹으면 졸리기 때문이죠. 

그러면 글을 쓸 수 없습니다. 오늘도 약속이 없었습니다.

오늘 아침엔 잠에서 깨서 연어를 구워서 먹었습니다.

먹으니 졸렸습니다.

졸리지 않을 때까지 놀다가 점심에 글을 쓰러 나왔습니다.

 

나머지 여덟 명의 작가들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먹었다'라고 했는데,

김승일 작가는 점심을 먹지 않았다고 하네요.

약속이 없으면 점심을 먹지 않는다. 먹으면 졸리니까. 그러면 글을 쓸 수 없으니까...

 

 

작가님!

오늘 점심엔 뭘 드셨어요?

 

저는 비빔국수를 먹었습니다. 

안 먹어봐도 아는 새콤달콤한 그 맛! 아시죠?

 

저도 점심을 먹으면 졸려서 일을 할 수가 없답니다. 

점심을 먹어서 그런 건지 돋보기안경을 안 챙겨서 그런 건지

도서관에서 책 읽는 동안 글씨가 흐릿해서 너무 불편했어요.

내일은 약속이 없으니 어쩌면 점심을 안 먹을 수도 있어요. 

만약 혼자서 점심을 먹게 된다면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시집>을 꼭 기억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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