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아줌마의 일상 이야기]

유튜버가 추천한 식당에 가다

문쌤 2022. 6. 11. 23:30

유튜브를 알게 된 지는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유튜브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초창기엔 중국어 공부와 관련된 영상을 주로 봤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의 나는 참 성실했다.

중국어와 담을 쌓은 이후로는 좀 더 다양한 유튜브 세상에서 놀게 되었고 한 번 맛 들인 세상은 신세계였다.

즐거움은 끝이 없었다. 마치 마약 같았다.

 

 

사진 출처 : 미니멀유목민 유튜브

 

어떤 날엔 건강 관련 영상을 보며 해외직구에 눈을 뜨고,

또 어떤 날엔 미니멀에 꽂혀 미니멀 라이프를 실행하는 유튜버를 보며 흉내를 내보기도 했다.

 

 

 

 

그러다 '혼자 밥 먹을때 먹방을 틀어놓고 밥 먹으면 입맛이 돌아온다는 말'을 주워듣고는 

반신반의하며 집에서 혼자 점심 식사를 할 때 먹방을 틀어놓고 밥을 먹었다. 

맛깔스럽게 설명하고, 한 입 먹고 싶을 정도로 맛있게 먹는 영상을 보며 

깨작거리던 내 밥그릇은 어느새 다 비워져 있곤 했다.

 

어제저녁, 우연히 먹방 유튜브 중 제일 좋아하는 유튜버가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식당을 소개하는 영상을 봤다.

벌집 삼겹살, 통삼겹살, 양념 돼지갈비, 매운 닭갈비, 간장 닭갈비도 모자라

가게만의 특급 비법으로 금방 튀긴 후라이드 치킨과 양념 치킨까지.

 

이 모두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무한리필 식당이었다. 영상으로 본 가게 내부는 적당히 크고 깨끗해 보였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먹성 좋은 우리집 식구들에겐 감사한 식당이었다.

 

 

"그럼 가보자"

만장일치였다.

 

 

 

 

 

 

오늘, 그러니까 정확히 12시에 맞춰 식당에 도착했다. 

"오픈 시간은 1시 입니다"

 

유튜브가 친절하게 댓글로 '오픈 시간은 1시'라고 적어놓은 걸 보고 출발했지만 설마 했다.

"식당인데 1시에 오픈을 한다고?"

"요즘 같은 불경기에 설마~"

유튜브는 구독자들에게 정확한 사실을 알려준 것이다.

다만 우리가 믿지 못했을 뿐.

 

 

선택을 해야 했다.

1시간을 기다려 꼭 무한리필 가게에 가서 점심을 먹을 것인가,

아니면 12시에 점심 식사가 가능한 인근 식당에 들어가서 점심을 먹을 것인가.

 

우리 가족은 기다렸다가 먹는 쪽을 택했다.

흐음~ 평소에도 이런 굳은 의지를 보여주면 좋을 텐데 먹을 때만 적극적이란 말이지.

 

 

 

 

 

 

1시간 정도 드라이브 아닌 드라이브를 한 후 드디어 가게에 들어갈 수 있었다.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손님이 두 팀 있었다.

하지만 그들도 좌석에 앉지 못하고 대기하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12시 50분. 

 

 

 

 

하하하~ 너무도 정확하신 사장님.

정확히 1시가 되자 사장님으로부터 "이제 자리에 앉으셔도 됩니다"라는 허락이 떨어졌고
손님들은 일사불란하게 자리에 앉았다.

 

고기와 반찬을 셀프로 갖다 먹는 시스템인데 마치 예식장 뷔페에 온 것처럼 분주하고 마음이 급해졌다.

왜냐하면 식사할 수 있는 시간이 2시간으로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1시간도 채우지 못하고 나오긴 했지만

2시간이라고 적혀있는 문구를 본 순간부터 마음이 불편하다고 받아들여졌나 보다. 

음식을 남기면 환경부담금을 받는다는 문구도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요소였다.

다 먹지 못할 양을 무리해서 많이 담지 말라는 의미겠지만 그러한 문구 하나하나가 모두 불편했다.

(이 식당 뿐 아니라 이와 같은 조건을 단 식당들은 다 불편하다)

 

 

 

유튜버는, "고깃집이지만 치킨이 더 맛있다"라고 했다.

그런데 분명 영업시간인데도 치킨이 보이지 않았다. 

고기를 구우며 기다렸다. 20분 뒤 치킨이 나왔다. 우선 맛보기로 한 조각씩 먹어보기로 했다.

 

갓 튀긴 치킨이어서 바삭하고 맛있는 치킨이었다.

다시 리필하러 갔는데 이미 치킨은 다 떨어졌고,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까지 리필은 되지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도 치킨을 기다리는 우리 가족을 보고 있자니,

마치 거렁뱅이가 된 기분이었다.

우두커니 앉아있기가 민망할 지경이었다.

 

 

 

계산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우연히 벽에 붙은 종이를 봤다.

영상으로 본 유튜버의 친필사인이었다...(사진은 찍었지만 이곳에 올리지 않기로 했다. 여러 의미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유튜브를 보고 적극 추천했던 내게 우리 가족들은 하고 싶은 말을 함축해서 한마디 했다.

"이 식당은 한 번으로 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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