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아줌마의 일상 이야기]

우리은행 충성 고객, 어디로 가야할까?

문쌤 2022. 6. 9. 18:41

지금은 화병을 많이 가라앉혔다.

 

하지만 그날의 일을 떠올리면 몸 어느 구석에 똬리 틀고 있던 화병이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걸 느낀다.

 

상대방은 모르는 나만 느끼는 배신감이랄까?

 

 

사진 출처 : pixabay

 

지난 5월, 얼마 안 되는 돈을 정기예금으로 묶어두기 위해 한푼이라도 더 주는 은행을 검색했다.

 

최근 대출이나 예금 금리가 오르고 있기 때문에 이율 비교라는 것도 해보고 싶었다.

 

 

사실 금액이 얼마 안 되기 때문에 이자 따져봐야 별 차이 없겠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많이 주는 은행에 넣고 싶지 않은게 사람 마음 아닐까?

 

 

 

이런걸 요즘 말로 '답정너'라고 한다더라

검색은 무슨... 검색은 무의미 했다.

 

은행은 이미 마음속으로 정해져 있었고 그 은행의 이율이 얼마인 지가 궁금해서 검색해봤을 뿐...

 

신뢰감이 느껴지는 은행, 내가 평생 충성할 수 있는 은행.

 

나 스스로 성실한 고객이라 자부하는 은행 = 우리은행

 

 

 

사진 출처 : mground.kr

 

우리은행은 우리 동네에 ATM 기기만 설치되어 있어서 지하철을 타고 갔다. 

 

그 정도 수고로움이야 기꺼이 할 수 있을 정도로 신뢰했다.

 

그러고보니 요새 1층엔 ATM기만 설치되어 있고 2층에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게 되어 있는 은행이 많아졌다.

 

고객 입장에선 불편한 일이지만 1층 운영비가 비싸기 때문이라고 어디서 들을 것 같다.

 

 

 

 

번호표를 뽑고 순서를 기다리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정기예금 통장을 만들려고 하는데 이율이 어떻게 될까요? 이율이 높으면 좋겠는데요"

 

직원은 은행이 정한 그날의 이율에 대해 답변했다.

 

'이율이 높은'지에 대해서는 이내 책상 아래에서 종이를 꺼내더니 저축은행 이율표를 보여주었다.

 

사실, 은행 직원이 왜 저축은행을 권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대충 눈으로 훑어봐도 제1금융권보다 이율이 훨씬 높았다.

 

 

 

사진 출처 : pixabay

 

직원에게 우리은행의 충성 고객임을 상기시켜주기 위해 

 

"저는 우리은행을 신뢰한답니다~" 하면서 우리은행에 정기예금하겠다고 말했다.

 

농담 같은 진담에 업무를 계속 이어갔다.

 

"폰으로 통장 개설하면 창구에서 하는 것보다 조금 더 이율이 높습니다"

 

"아... 그렇군요"


아직까지는 폰으로 충분히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

 

그렇다. 아직까지는 젊다.

 

하지만 종이통장이 주는 안정감은 또 다르다. 음, 역시 나이를 속일 수는 없다.

 

폰에 저장된 은행 앱을 켜고 만지작거리고 있자, 직원은 선뜻 도와주겠다고 했다.

 

너무 고마웠다.

 

 

 

 

 

언젠가 증권회사 창구에 간 적 있는데 순서 기다리다 3시가 넘어버렸다.

 

그날 꼭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는데 업무 시간이 끝났다며 다시 오라고 했다.

 

통장 개설은 증권 앱으로 미리 해오라고도 했다.

 

침 삼키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적막한 공간에 고객은 나 혼자 뿐이었다.

 

"업무 시간이 끝났습니다"

 

그 말이 그 당시 너무 가혹하게 들렸다.

 

그런데 우리은행 직원은, 영점 몇 프로 이율 더 받겠다는 고객에게

 

앱으로 가입할 것을 권유하고 잘하고 있는지 지켜보며 설명해주는 게 너무 고마웠다.

 

 

 

호이가 계속되면 둘리인줄 안다

 

영화에 나온 대사,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고 했던가?

 

내가 바로 딱 그 진상이 될 줄이야.

 

 "아무래도 종이 통장이 있으면 안심이 될 것 같은데... 안 되겠지요?"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물어보는 이런 진상 짓을 왜 했을까?

 

직원은 분명히 앱으로 가입해야만 이율이 조금 더 높다고 설명했고,

 

직원의 도움을 받으며 정기예금 가입을 완료했으면서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하다니...

 

내가 미쳤나 보다. 진상이 되기로 작정하지 않고서야...

 

 

 

 

그러나 그 직원은 "원래는 안 되는데 종이 통장이 있어야 안심되신다니 만들어 드릴게요"

 

아, 이렇게 친절하고 융통성 있는 직원이 있다니... 평생 이 은행만 거래해야지.

 

다시 한번 은행에 신뢰감 한 스푼 더 해지는 순간이었다.

 

 

 

 

 

우리은행에서 받은 에코백!

 

이율도 좋고 종이 통장까지 받고 보니 일 처리를 잘한 것 같아 스스로 뿌듯했다.

 

통장 개설 선물로 에코백도 받았다.

 

저녁에 식구들에게 그날 은행에서 있었던 일을 자랑삼아 이야기해줬다.

 

"요즘엔 다 폰으로 할 수 있는데 누가 은행까지 가서 해?"

 

우리은행에 대한 나의 충성심에 찬물을 끼얹는 반응이라니...

 

괜찮다. 내가 만족하니까.

 

 

 

 

 

 

며칠 뒤, 충격적인 뉴스를 접하고 말았다.

 

'우리은행 직원의 500억 횡령 사건'

 

아... 나의 충성심은 이대로 끝나고 말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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