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언니에게
언니, 잘 지내고 계시죠?
저도 잘 지내고 있답니다.
지난주 통화를 좀 길게 했었잖아요.
그 후 한번 만나려고 했는데 목포에 가셨다는 문자를 받고는
모처럼의 휴식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연락하고 싶은걸 참고 있어요.
저는 연휴 잘 보내고 집에 도착했어요.
집에 돌아올 땐 진에어를 탔는데, 공항에서 체크인할 때 눈에 띈 잡지가 있었어요.
아참, 제가 평소 활자로 된 잡지를 잘 챙겨보는 편이거든요.
판매하는 잡지뿐 아니라 기관에서 발행하는 소식지도 눈에 띄면 챙겨 보는걸 좋아해요.
진에어에서 발행한 'Singles TRAVEL'인데
앞표지에 '2022 SUMMER'라고 적힌걸 보니 1년에 4번 발행하나 봐요.
'RUSTIC LIFE IN JEJU'
표지에 적힌 주요 주제는 '제주 로컬처럼 여행하는 법'이었어요.
딱 제가 원하는 여행 방법이에요.
유명 관광지들이 아닌 동네에 스며들어 주민들처럼 사는 것.
소제목은 짤막하게 4개였고 제주의 마을, 숙소, 카페 그리고 레저 프로그램들로 채워져 있었어요.
지금은 한달살이가 유행이 되어버렸지만,
한달살이라는 단어가 통용되기 훨씬 전부터 남편에게 얘기를 했었어요.
10년도 훨씬 전에 말이에요. "퇴직하면 다른 지역에서그 지역 주민처럼 살아보자"고.
간단한 짐만 챙겨서 부산이나 제주에서 6개월 정도 살아보거나, 작은 소도시나 시골에서도 몇 달 살아보는 거.
생각만 해도 재밌을 거 같지 않아요?
정작 남편은 '나는 자연인이다'처럼 산속에 같이 들어가 살고 싶다고 해서 결론이 안 났지만 말이에요.
누가 뭐라 해도 우리나라 최고 여행지는 단연코 '제주'아닐까요?
그렇지만 유명한 관광지와 맛집은 가고 싶지 않아요. 유명세 치르느라 너무 북적대는 곳은 싫거든요.
잠시 세상과 단절하고 싶을 때,
오라는 곳은 없지만 떠나고 싶을 때,
세상 시름 다 내려놓고 멍 때리고 있어도 좋을,
뭔가를 해도 좋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을,
이름만 들어도 괜히 설레는 그 이름... '제주'
"혹시 이거 한 권 가져가도 될까요"
직원에게 허락까지 구하고 가방에 담았어요.
'비행기 안에서 읽어봐야지'
비행기 안에서 읽었냐고요?
아뇨, 못 읽었어요. 아니, 안 읽었어요. 아까워서 ^^...
한가한 시간에 차 한 잔 마시며 야금야금 읽으려고요.
물론 지금은 끝까지 다 읽었어요.
전문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 속 '제주'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유혹당했을 거예요.
바다 뷰가 아름다운 숙소,
그곳에 가야만 맛볼 수 있는 인생 밥집,
한 모금 마시면 심신이 위로받을 것 같은 커피까지.
6월에 가면 수국으로 수놓아진 영주산 꽃길을 볼 수 있대요.
바닷속 구경도 할 수 있어요.
제주엔 어떤 여행 스타일도 다 받아줄 수 있는 넉넉하고 따뜻한 곳이에요.
언니는 어떤 여행을 좋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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