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아줌마의 일상 이야기]

도를 아십니까 종교

문쌤 2022. 6. 18. 22:16

인도 폭이 좁은 길을 걷고 있었다.
상점마다 물건들을 인도까지 침범해서 쌓아놓다 보니 안 그래도 좁은 길이 더 좁았다.
오가는 사람이 많아 자칫 어깨가 스칠 정도였다.
나는 도로 쪽으로 걷고 있었다.
건너편에서 오는 사람과 부딪치지 않기 위해 고개를 들고 조심히 걷는 중이었다.


그때,
건너편에서 걸어오는 사람과 눈이 딱! 마주쳤다.
0.5초도 안 되는 아주 짧은 순간.


마른 체형에 키가 조금 크며, 긴 머리카락에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
그냥 우연히 눈이 마주쳤을 뿐 전혀 아는 얼굴이 아니다.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어 아는 사람이 전혀 있을 리 없는 동네다.
이내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러자 그녀가 반가운 얼굴로 나를 아는 척 했다.


"어머, 얼굴에 복이 아주 많아 보이세요~"

"??????"



요즘 유튜브 채널 2개를 통해 여러 버전으로 된 '도를 아십니까' 몰래카메라를 거의다 훑어본 열혈 구독자다.
"얼굴에 복이 많아 보이세요"
"차 한 잔 베푸시겠어요?"
"과일 몇 가지 올려놓고 정성을 들여야 해요"
너무 많이 봐서 너무 뻔하고 식상한 레퍼토리.
외울 정도다.

업데이트 안 하나요?^^


유튜브에선 몰래카메라 찍는 건데,
진짜 저런 멘트에 넘어가는 사람이 있을까?

만약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면?


'만약에'가 현실이 되었다.
내 옷깃을 붙잡고 있는 그녀를 힐끔 쳐다봤다.
나도 모르게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하하~"


생각보다 재미없었다.

'멘트가 너무 식상하구나, 다른 거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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