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아줌마의 일상 이야기]

"아들이 다이어트 시작했어요"

문쌤 2022. 6. 21. 20:11

닭가슴살.
다이어트하는 사람들의 절대적인 식량.

쿠팡에서 처음으로 닭가슴살을 샀다.

쿠팡에서 산 닭가슴살

내 것이 아니다.
아들이 일용할 양식이다.

영양성분. 다이어트 용인데 나트륨이???

하얀 거짓말이었나?

아들은 어릴 때부터
집안뿐 아니라 길 가다 만난 어른들로부터도 귀여움을 받고 자랐다.
포동포동하다는 이유로...
어른들은 아무래도 말라깽이보다는 토실토실 아기돼지를 더 좋아하지 않나.

나의 걱정은 아들이 초등학교 때부터였나 보다.

"아들이 살이 쪄서 걱정이에요"

"걱정 마, 어릴때 찐 살은 전부 키로 가거든"
물론 또래보다 키는 컸지만 '통통'은 여전했다.

중학교 때도 똑같은 고민을 얘기하면,
"걱정마, 고등학교 가면 공부하느라 살이 저절로 빠져"

고등학교 때도 마찬가지였다.
'통통'을 넘어 '뚱뚱'의 길로 접어들다 보니 나의 걱정도 그만큼 커졌다.

그러나 주변 지인들의 답변은 늘 똑같았다.
"걱정 마, 대학교 들어가서 연애하면 저절로 살 빠져.
아들이 알아서 다이어트할 걸?"

그랬다.
나보다 먼저 자식을 키워본 지인들은 언제나 '걱정 마'로 나를 안심시켰다.
지금 생각해보면 하얀 거짓말이 아니었나 싶다.

살을 빼고자 하는 본인의 의지가 없다 보니
대학생이 되어서도 꾸준히 불어난 체중은
한 번도 꺾이지 않고 상승세를 탔다.
'주식이었으면 대박 났을 듯......'

지인들은 '걱정 마' 마지막 카드를 사용했다.
"걱정 마, 군대 가면 다 빠지더라"
그나마 군대에 있을때 좀 빠지는가 싶더니,
전역하자마자 원래 몸무게로 빠르게 되돌아 갔다.

어렸을 때 혹독하게 통제했어야 했는데,
모질지 못해 먹고 싶은 대로 준 결과는 에누리가 없었다.
꾸준히 몸속에 저장하더니 결국 100을 찍게 되었다.
건강도 걱정이지만 몸에 맞는 옷을 찾기가 점점 더 어려운 것도 문제다.

105kg이었을 때까지는
종종 몸무게를 공개하더니
그 이후 아들은
스스로 '비공개'로 전환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래도 한 가닥 양심은 있었나보다.

185cm
그나마 키가 좀 크다는 건 정말 다행이다.

아들, 다이어트 시작하다.

실연을 당한 것도 아닌데
며칠 전 느닷없이
"앞으로 저녁밥을 먹지 않겠다"
고 선언했다.

'한 이틀 저러다 말겠지'

그러나 일주일 이상 꾸준히 지속되자, 슬슬 걱정됐다.
'저러다 쓰러지는 거 아냐?'

채소와 과일로 만든 아들 저녁 식사



그때부터 '밥(탄수화물)'을 뺀 먹을거리를 챙겨주게 됐다.
다이어트 식단을 잘 몰라서 집에 있는 과일과 견과류를 줬다.
단백질 보충용으로 달걀도 매일 삶아 곁들였다.

풀떼기를 잔뜩 깔고 과일을 얹은 아들의 저녁 식사




아들은 요즘 체중계에 올라가 몸무게 재는 일이 잦아졌다.
"60kg대 친구들은 1kg 빼는 게 어렵지만
100kg이 넘으면 하루 1kg 빼는 거 쉬워"

그리고는
"엄마, 매일 1kg씩 빠지고 있어"

"그래? 그럼 이제 몸무게 두 자리야? 100 안 넘어?"

"아니, 아직 멀었는데..."

아, 내가 우리 아들을 너무 모르고 있었나 보다.

닭가슴살을 곁들인 아들 저녁 식사


어제는 닭가슴살을 사달라고 했다.
30년 인생에 처음으로 다이어트를 결심했는데 뭔들 못해주겠니?

"아들, 몸무게 두 자리 숫자 되거든 꼭 알려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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