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아줌마의 100일 걷기 챌린지

[100일 걷기 챌린지]21일차. 소원을 말해봐~ 인천 영종도 용궁사, 소원 바위, 용궁사 느티나무

문쌤 2022. 10. 5. 23:31

 

 

지하철 타서 운 좋게 의자에 앉으면 열에 아홉은 휴대폰을 보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눈을 감고 있다. 반대편에 앉은 사람과 눈 마주칠까 봐 일부러 눈을 감고 있는 경우도 있고 정말로 피곤해서 눈을 감고 있을 수도 있겠다.

 

손바닥만 한 휴대폰 속에 얼마나 재미있는 것들이 많은가. 손가락으로 책장 넘기는 맛은 느낄 수 없어도 무거운 책 대신 수많은 책들이 휴대폰 속에 들어있으니, 이건 휴대폰의 장점 중 하나라고 해야 할까?

 

 

최근 지하철이나 버스를 자주 타는데, 종이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을 보았다. 자리에 앉았는데 건너편에 앉아 있는 사람이 읽고 있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서양 미술사를 보다- 이미지와 스토리텔링의 미술 여행》

 

책 제목이 흥미로워 나의 시선은 책에서부터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의 얼굴로 향했다.

진지하게 읽고 있는 노년의 얼굴이었다. 누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그 앞에서 휴대폰 보기가 머쓱해서 피곤한 척 눈을 감았다^^

 

 

오늘도 걷는다

 

오늘 걸으며 구경할 장소는 인천 영종도에 있는 용궁사다.

 

 

 

 

사찰 입구엔 산채비빔밥과 도토리묵 파는 식당 정도는 있어줘야 사찰에 온 느낌이 나는데, 용궁사는 전혀 그렇지 않다.

 

버스에서 내리면 피자집과 건너편에 편의점 하나가 전부다. 그나마 작은 카페는 간판만 카페일 뿐 카페와 상관없는 업무를 하고 있었다. 

 

눈을 크게 뜨고 두리번거려야 용궁사 가는 길을 알려주는 안내판이 있을 뿐이다.

 

 

걷기 운동을 위한 이유보다는 사찰이 주는 편안함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백운산(256m) 자락에 있는 용궁사는 잘 정비된 오르막 길 덕분에 힘들지 않게 올라갈 수 있었다.

 

올라가는 중에 배낭 멘 사람이 바닥에 떨어진 도토리를 줍고 있는 모습을 봤다. 

요즘 등산객처럼 산에 올라가 도토리를 배낭 가득 주워간다는 기사를 본 적 있는데, 기어코 산속 동물들의 밥까지 뺏어버리다니... 도토리묵 정도는 그냥 사 먹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오르막이라고는 하나 금방 도착했다.

절은 생각보다 훨씬 더 아담했다. 현재 대웅보전 단청 공사로 인해 용궁사 관람은 물론 가까이 가는 것도 위험하고 어수선해서 오래 있을 수가 없었다.

 

2022년 11월 말에 끝난다고 하니 그때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 적당할 것 같다.

 

용궁사는 인천광역시 유형문화재 제15호다. 
신라 문무왕 10년(670)에 원효대사가 창건하여 산 이름을 백운산, 절 이름을 백운사라 명명하였다고 전해지나 확실한 연대는 알 수 없다. 그 후 구담사로 불리다가 조선 철종 5년(1854) 흥선대원군에 의해 중수되면서 지금의 용궁사로 바뀌었다. 

용궁사에는 관음전, 용황각, 칠성각, 요사채 등의 건물과 최근에 만든 11m 높이에 달하는 미륵불이 있다. 승려들이 거처하는 요사채 정면에는 흥선대원군이 쓴 것으로 전해지는 '용궁사'라는 편액이 걸려 있고, 관음전 기둥에 쓴 글귀(주련)에는 근대 서화가이자 고종의 사진가였던 해강 김규진의 글씨가 남아 있다.

 

용궁사 할아버지 느티나무

 

용궁사에는 유명한 느티나무가 있다. 일명 할아버지 나무와 할머니 나무다. 희한하게 나무 아래 부분은 텅 비어있으나 나뭇잎은 무성하다. 지지대로 무게를 버티고 있는 모습이 아슬아슬하다.

 

용궁사 할머니 느티나무

 

용궁사 느티나무는 무려 1,300년 정도로 추정되며 높이 20m, 둘레 5.53m나 된다. 마을을 보호하고 지켜주는 당산나무로 보호를 받아 살아온 나무로써 생물학적 보존 가치가 크다고 판단해 현재 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소원을 말해봐!

 

 

나무판자에 미니멀하게 적힌 글씨와 화살표.

정말 소원을 들어줄까? 하는 의심이 들게 생긴 '소원바위길' 안내판이다. 

 

그래도 일단 올라갔다. 궁금하니까.

로또 소원 빌면 당첨될 수도 있지 않을까? ^^

 

 

30~50m 정도 오르니 소원 바위에 도착했다. 워낙 낮은 산이어서 몇 걸음이면 용궁사 전체를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아기자기하다.

 

가족의 건강과 행복 등의 소원을 적은 기와불사가 가득했다.

기와불사를 하지 않아서 그냥 내려오려고 했는데 '소원을 빌어 보세요'라는 작은 팻말이 눈에 띄었다.

부처님 앞에 불전 놓고 생년월일(띠)과 소원을 말하고 절 삼배 올리고 바위 위에 작은 돌을 시계 방향으로 돌려 자석에 붙는 느낌이면 이루어지는 소원이고 가볍게 돌아가면 안 이루어지는 소원입니다.

라고 적혀있었다.

 

불전함에 작은 정성만 넣어둔 채 돌아섰다. 

몇 발자국 내려가다가 '자석이 붙는 느낌'이 너무 궁금해서 다시 올라갔다. 

'허무맹랑한 소원만 아니라면 작은 돌이 자석에 붙는 느낌을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작은 돌이 자석에 붙는 느낌이면 기분 좋겠지만 만약 가볍게 돌아가면 찝찝함을 어떡하지?

일단 해보자!

소원 바위에 적힌 설명대로 했다. 작은 돌을 시계 방향으로 돌렸다.

 

ㅎㅎㅎ

ㅎㅎㅎ

ㅎㅎㅎ

 

아주 가  볍  게 잘 돌아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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