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아줌마의 100일 걷기 챌린지

[100일 걷기 챌린지]19일차. 비 오는 날, 만 보 걷기 가능?

문쌤 2022. 10. 3. 22:44

비 오는데 비를 맞지 않고 걷기 운동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보다 의외로 방법은 많고 선택은 자유다.

일단, 비가 내리지 않는 지역으로 가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서 패스.
그다음으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우산을 쓰거나 우의를 입고 걷는 방법이 있겠지만, 너무 번거로우니까 이 방법도 패스.
비 사이를 뚫고 다니는 초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좋은 방법이겠지만, 전혀 현실성이 없으므로 패스.

지하 주차장을 걷거나 계단 오르기라는 아주 좋은 방법이 있다.
실제로 구독자 님께서 계단 오르기를 해보라고 추천을 해 주셨다.

하지만 이 카드는 고이 아껴뒀다가 비상 상황(?)에 쓸 예정이다.^^

오늘도 걷는다

당연히 걸었지.
비 오는데 어떻게 만 보를 걸었을까?

힌트!
먼저 집에서 가까울 것, 아주 넓은 장소, 꼭 실내여야 할 것.

이 세 가지 조건을 갖춘 곳은 바로바로~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되시겠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은 우리 집에서 지하철 타고 가기에 적당한 거리다.
그래서 지난번 무의도 갈 때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시내버스를 탔는데 그때 생각했다.

[100일 걷기 챌린지]하는 동안 비가 많이 오는 날엔 인천국제공항에서 걷기를 해야겠다고.

공공장소 중에 도서관, 박물관 같은 곳을 좋아하는데, 누군가에게 내가 책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다면 그건 오해다. 책을 좋아한다기보다는 '도서관' 그 자체를 좋아한다.

온도와 습도 관리가 잘 되어있는 최상의 조건에서 유유자적하며 노니는 게 좋다. 물론 당연히 책'도' 읽으면서... ^^

그 조건에 잘 맞는 아지트를 하나 더 마련했으니 그게 바로 인천국제공항이다.


넓고 쾌적하다. 아직까지는 사람이 적다.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프랜차이즈 카페와 식당이 다 모여있다. 사람이 별로 없으니 어느 카페든 자리가 널럴하다. 화장실도 많고 깨끗하다.

나를 감시( 또는 보호)하는 CCTV도 많고 각 부스마다 직원들이 있고 보안 직원까지 있으니 안전 제1의 장소이기도 하다.(이런 긍정적인 생각, 아주 좋아~^^)


긴 의자에 누워 있는 사람, 책 읽는 사람, 노트북 켜놓고 일하는 사람 그리고 어느 구석진 곳에 장기 숙박하는 노숙인까지도 모두 품고 있는 장소다보니 나처럼 걷기를 목적으로 오는 사람 정도는 아주 양호하지 않을까? (실제로 장기 노숙인의 생활공간까지 걸어가게 되었다. 그들의 생활 영역을 침범하기 위해 간 것이 아니라 정말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어서 무척 당황스러웠다.)

"코로나? 난 안무섭다"…인천공항에 터 잡은 노숙인들 - 조민재 - 톱스타뉴스

[인천=뉴시스] 홍찬선 기자 = 지난 8일 오후 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한 모습이 이어진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 화장실 입구에 세워진 전동 휠체어에 60대 여성......

www.topstarnews.net

야생초 화원도 있다.
공항에 이런 곳이 있다는 건 의외였지만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다른 느낌이었다. 예쁜 시기를 못 맞춘 내 탓이겠지.
하지만 바깥 공기를 쐬고 싶다면 잠깐 야생초 화원을 거닐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사람 사는 이야기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 이제 막 여행을 마치고 입국한 젊은 부부가 앉았다. 그들이 우리 옆 테이블에 앉을 때까지만 해도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주문한 커피가 나오자 남자가 전화를 걸었다.

"어머님, 저희~ 이탈리아에서 이제 막~ 공항에 도착했는데요~ 시간이 조금 남아서~ 카페에서 차 마시고 있어요~어머님"
이렇게 자상한 남자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었던가?

내 귀는 이미 옆 테이블을 향해 열려있었다. 아주 가깝기 때문에 소머즈는 소환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는 사이 휴대폰은 여자에게 넘어갔다.

"응, 알았어"
여자는 할 말만 하고 무뚝뚝하게 전화를 끊었다.
남자가 장모님에게 건 전화였을 거라 짐작되었다.

남자는 또 전화를 걸었다.

"나야, 방금 도착했어. 00 바꿔줄게"

어머나, 방금 전까지 세상 달달한 남자더니 호떡 뒤집듯 금세 무뚝뚝한 남자로 변해버렸다.

"어머니임~~! 저예요. 저희 방금 도착했어요~~~"

이번엔 여자가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로 전화했다.
음... 분명 남자의 어머니임에 틀림없다.


비 오는 날, 이렇게 의외의 장소에서 만 보를 걸었다.
비현실적일 정도로 쾌청했던 9월이 그립다.
걷기 좋은 날씨는 언제쯤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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