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아줌마의 100일 걷기 챌린지

[100일 걷기 챌린지]22일차. 시시콜콜한 이야기, 성인 자녀와 같이 산다는 것 , 바쁘다 바빠

문쌤 2022. 10. 6. 22:48


이른 아침 걷기 운동할 때까지만 해도 컨디션이 괜찮았다.
어제와 다르게 기온이 뚝 떨어진 탓에 쌀쌀해졌지만 벌써 얇은 패딩을 꺼내 입었기 때문에 숨 쉴 때마다 콧 속으로 들어오는 공기가 꽤 상쾌했다.

산책길 반환점에 있는 바위 위에 누군가 돌멩이를 올려놓았다.

돌멩이 하나 올려볼까?~


평지로 된 산책길 왕복 2회 마치고 산으로 올라갔다. 산이라고 부른다면 산 조차도 부끄러워 할 정도로 낮은 공원이다. 아침 8시인데도 아침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오늘은 개인적인 일이 많아서 한 바퀴만 돌고 집으로 돌아갔다.
가는 길에 아까시 나뭇잎 하나에 오늘의 운세를 점쳐보기도 했다. 요행을 바란적도 있었지만 결과는 늘 안드로메다 행이었다.

전력사용량 누진제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주민들에게 알려야 하는 내용이 많은지 엘리베이터 한쪽 벽면이 안내문으로 가득했다.

대부분 동대표 회의 안내문이거나 회의 결과 안내문들이다.
그 중 유독 눈에 띄는 안내문이 있었다.


여름철 전기요금에 관한 안내문이었다.
여름철 에어컨 사용으로 전기 사용량이 늘어서 누진제 적용으로 문의가 많았던 모양이다.

우리 집 전기 사용량은 우리 아파트 전세대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편에 속한다.
우리 집은 전기를 많이 사용하지. 왜일까?

안내문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열이 났다.
우리 집 전기 사용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아들 때문이다.

불빛이 번쩍거리는,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요란하게 번쩍거리며 기계 돌아가는 소리를 내는 컴퓨터 본체. CEO도 아니면서 도대체 왜 2대씩이나 필요한지 이해할 수 없는 휘어지는 대형 모니터.

출근할 때는 제발 끄고 가라고 해도 끄면 안 된다절대 만지지 못하게 하는데, 줄줄 새는 전기료 때문에 싸우기도 여러 번.

어디 그뿐인가.
음료수가 가득한 냉장고는 그렇다 쳐도, 한여름에 추울 정도로 세게 틀어놓는 에어컨은 또 어떤가.
더울 때는 당연히 에어컨 틀어야지, 그걸 뭐라고 하는 게 아니다.

에어컨 틀어놓고 두꺼운 이불 덮는 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래도 여기까지는 참을 인(忍)을 새기며 봐 줄 수 있다.

그렇지만 출근할 때도 켜놓고 가는 건 너무 한 거 아니냐고!!!!!!!!!!!


과도한 전기료 부과에 문의하는 주민이 많아 안내문을 적어놓은 것 같은데, 관리비 자동이체여서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다가 엘리베이터 안에 붙은 안내문을 보고 다시 생각하니 열이 확 올라왔다.

경찰서에서 받은 우편물

엘리베이터 타기 전 우편함에서 우편물 한 통을 꺼냈다. 경찰서에서 아들에게 보낸 우편물이었다.

몇 달 전에도 같은 경찰서에서 보낸 우편물을 본 적 있다. 그땐 처음 받아본 종류의 우편물이어서 무슨 큰일이라도 난 건 아닌가 싶어 심장이 오그라들었다.

지난번 우편물이 '현재 수사 진행 중'임을 알리는 내용이었다면, 오늘 받은 우편물은 사이버범죄 수사팀에 의뢰한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 통지서였다.

사건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렇다.

아들이 약 6개월 전 당근마켓으로 물건을 샀다. 먼저 송금을 하고 물건을 받기로 했는데 상대방이 돈만 받고 잠수했다. 금액이 커서 경찰에 신고했는데 알고 보니 상대방은 아들이 신고한 이후에도 당근마켓에서 같은 수법으로 계속 사기를 쳤고, 아들처럼 당한 사람만 수십 명. 그중 30여 명이 경찰에 신고를 했단다. 돈은 찾을 가망성은 0.000001%도 안 되어 보인다.

처음 경찰서에서 보낸 우편물을 받았을 땐 놀랐는데, 그때 예방주사를 맞은 덕분인지 오늘 받은 우편물엔 아무런 동요도 일지 않았다.

깊은 산속에 들어가 도 닦고 싶은 마음뿐...

오늘도 걷는다

오늘도 많이 걸었다. 아침 운동을 포함해 동네 한 바퀴.
실은, 점심 먹고 찜 해 놓은 장소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바삐 걷고 있는데 갑자기 내일 숙제가 떠올랐다.


내일 수업하는 캘리그라피에서 전문가용 스케치북에 작은 붓으로 써야 하는 숙제가 있는데 깜빡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화선지에 큰 붓으로 연습했었다.
중급반 회원들이 스케치북에 아주 작은 붓으로 좋은 글귀나 시를 적을 때마다 '나는 언제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며 부러워했는데, 드디어 지난주부터 작은 붓으로 글씨 쓰기 연습을 시작하게 되었다.

큰 붓으로 글씨 쓰는 법을 배우는 캘리그라피 입문자는 숙제가 없지만, 중급반부터는 숙제가 있다.
숙제는 스케치북에 해야 하기에 스케치북을 사러 인근 중학교 앞 문구점까지 걸어갔다.

어랏! 간판은 문구점인데 가게 안은 텅 비어있었다.
휴대폰으로 검색해서 문구점을 찾아 다시 걸었다. 고등학교 근처에 있는 문구점까지 걸어가서 스케치북을 사 왔다.
숙제는 아직 안 했다. ㅎㅎㅎ

오늘 많이 바빴다니까~


〓오늘 한 일을 기억해 보자〓

▶오전 8시~8시 30분 동네 산책하기
▶~9시 30분 씻고, 밥 먹고, 설거지, 건조기에서 꺼낸 빨래 분류 및 다림질
▶10시~12시 꽃꽂이 교실 - 이 부분은 내일 포스팅 예정
▶12시 이후 - 주유 및 세차·내부 청소하기, 점심 먹기, 농협에서 장보기, 반찬 만들기, 문구점 찾아 삼만리

― 그래서 숙제는 언제 할 거야?

― 지금은 못 해. 눈꺼풀이 내려앉았다. 지금 억지로 쓴다 해도 지렁이가 기어갈 게 뻔하다.

그동안 중급반의 숙제 방법을 보자면, 집에서 미리 해 온 사람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 수업 있는 날 일찍 나와서 숙제하는 사람이 많았다. 아예 배 째라 식으로 안 해오는 경우도 있었다. 숙제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스케치북 산 게 어디야 ㅎㅎㅎ

이런 기능 처음 봤음 ^^ 터치하다가 발견함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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