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아줌마의 100일 걷기 챌린지

[100일 걷기 챌린지]24일차. 동인천역 걷기,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개관18주년 기념 - 인천국악관현악단의 '오정해와 함께 하는 All Ways 인천' 공연 관람 후기

문쌤 2022. 10. 8. 23:24

 

가을 초입에 과거로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그동안 저녁 공연 관람 후 집에 돌아와 포스팅하려면 시간이 촉박했다. 11시 즈음 집에 도착하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엉킨 실타래 풀듯 정리 안 된 머릿속 내용들을 꺼내려니 생각대로 글이 안 써졌다.

 

대부분 11시 55분, 58분, 59분에 완료 버튼을 누른 날이 부지기수다. 그래서 몇 번 고생(?)을 한 후 언젠가부터 저녁 공연 관람은 꺼리게 되었고 대신 낮 공연을 찾아보게 되었다.

 

 

바로 오늘이 그런 날이다. 오후4시에 시작하는 공연이어서 마음에 들었고 국악인 '오정해' 이름만 보고 예매했다.

따로 별다른 설명없이 무료 공연이어서 예매할때 좀 의아했다.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에 가다

그동안 포스팅하면서 다닌 장소들 모두 태어나서 처음 가 본 곳이 대부분인데 오늘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이 있는 동인천역도 처음 가봤다.

 

《오정해와 함께 하는 All Ways 인천》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개관 18주년 기념 공연인 '오정해와 함게 하는 All Ways 인천'.인천국악관현악단(지휘: 유병진)의 연주.

 

공연 티켓을 구매해도 아까운 공연이 있는 반면, 무료 공연인데도 너무 알차고 훌륭해서 무료로 보기 미안한 공연도 있다. 오늘 공연은 후자다.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외벽에 공연 현수막 한 장 없었지만 즐겁게 감상한 공연이었다.

 

명불허전 오정해

공연을 할 때 사회자 없이 바로 연주를 시작하는 공연팀이 있는가 하면, 전문 사회자를 섭외해서 공연을 좀 더 매끄럽게 진행하는 공연팀도 있다.

 

연주자 중 한 명이 미리 적어온 메모지를 보면서 읽는 경우도 있고 지휘자가 연주 시작 전 혹은 연주가 끝난 후에 마이크를 잡을 때도 있다.

 

모두 장단점은 있지만 사회를 본 경험이 많은 노련한 사람이 마이크를 잡으면 관람객들도 호흥을 잘하는 편이다.

 

오늘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있었던 공연의 사회자는 소리꾼 오정해였다.

편안한 진행과 국악 DNA가 가득한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는 사람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했다.

 

국악관현악이 연주하는 '그린슬리브즈' 

여성 4인 타악연희 그룹 '도리'의 길놀이로 오늘 공연의 문을 열었다면, 인천국악관현악단(지휘: 유병진)의 연주는 심금을 울릴 정도로 아름다웠다. 특히 '세계민요기행'을 국악관현악으로 연주는 전혀 어색함이 없을 정도로 잘 어우러졌다.

 

학생 관객이 많았는데, 음악시간에 배우는 노래를 선곡한 국악관현악단의 선곡 센스가 무척 돋보였다.

그린슬리브즈, 오! 수제너, 아름다운 베르네, 라쿠카라차 등.

 

특히 첫 곡 '그린슬리브스'를 연주할 땐 서양 악기 연주 느낌과 전혀 이질감이 없어 국악관현악에 푹 빠져서 들었다.

 

 

어린이소리단 '소리소은'은 8세~12세 어린이들로 구성된 소리단. 마냥 귀여운 어린이의 모습이지만 공연이 시작되자 전문 소리꾼 못지않은 좋은 공연이었다. 

 

국악으로 듣든 한국 가곡 '비목', '그리운 금강산'은 또 어떤가.

테너 정찬욱의 목소리는 성량이 풍부해서 그가 부르는 가곡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정찬욱 목소리에 푹 빠져들었을 것이다. 객석에선 '앵콜'을 외쳤지만 아쉽게도 최고의 노래를 선물받은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오늘 공연의 마지막은 소리꾼 오정해가 장식했다.

'상주 아리랑', '배 띄워라', '홀로 아리랑' 외에도 앵콜곡 '진도아리랑'까지 부르며 사회자와 소리꾼으로서의 역할을 200% 발휘했다.

 

독주 공연이나, 연극, 가수의 공연 등은 앞자리에서 보는 걸 좋아한다. 모두들 앞자리에서 보는 걸 좋아하겠지만 공연 자체만 보는 게 아니라 의상까지도 눈여겨보는 독특한 습성 때문이다.

 

한동안 음악에 발을 담갔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가난한 연주단 살림살이로는 비싼 연주복은 엄두를 못 냈다. 나이 들면 늘어나는 팔뚝살과 뱃살을 덜 도드라지게 하는 디자인, 라운드넥이 가름해 보일까 브이넥이 갸름해 보일까, 조명이 비쳤을 때 좀 더 예뻐 보이는 색깔 찾기 등등 연주복 제작을 위해 비슷한 장르의 다른 공연을 보러 다니며 디자인을 염탐(?)하기도 했던 터라 그 버릇이 아직도 남아있는 듯하다.

 

하지만 관현악 공연을 볼 땐 일부러 뒷자리에 앉는 걸 선호한다. 4~50명 단원들이 연주하는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맨 뒷자리에 있는 타악기까지도 주인공처럼 보이는 특별함이 있다.

 

오랜만에 들은 국악관현악.

아직도 대금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 PROGRAM 〓

 

▶여성타악연희그룹 '도리' . . . 길놀이

▶국악관현악 . . . 길

▶테너 정찬욱 . . . 비목/그리운 금강산  

▶국악관현악 . . . 세계민요기행

▶어린이소리단 '소리소은' . . . 우리나라 대한민국/신사철가

▶국악관현악 . . . 가을 소곡

▶소리꾼 오정해 . . . 상주 아리랑/배 띄워라/홀로 아리랑

 

4시 공연인데 동인천역에 12시 도착. 동인천역 주변에서 걷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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