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아줌마의 100일 걷기 챌린지

[100일 걷기 챌린지]26일차. 비 오는 날 김포아트빌리지 걷기, 내돈내산 후기 김포 맛집 '엄마의 봄날'

문쌤 2022. 10. 10. 22:59

어제와는 확연히 다르게 기온이 뚝 떨어지고 바람이 세차게 분 날이다.
설악산은 올가을 들어 벌써 첫눈이 내렸다는 소식이 들린다.

반팔 셔츠에 얇은 겉옷 하나 입고 나섰다가 화들짝 놀라 다시 두꺼운 옷으로 갈아입고 길을 나섰다.
그래도 춥다. 날렵한 바람이 얇은 스웨터를 뚫고 들어왔다.

'오늘 같은 날엔 집에서 소파에 누워 영화 한 편 보면 딱 좋은데...'



오늘의 계획은 이랬다.
김포아트빌리지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 먹기 - 김포아트빌리지 뒤에 있는 산 한 바퀴 돌기


김포아트빌리지는 신축 건물들이 많고 주차하기 편리해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특히 대여섯 개의 식당이 저마다 다른 메뉴로 경쟁 아닌 경쟁을 하다 보니 손님 입장에선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원래는 다른 식당에 가자고 했는데 가는 동안 차 안에서 강원도 음식으로 메뉴를 변경했다.

12시 전에 김포아트빌리지에 도착, 주차하고 식당에 도착하니 이럴수가...벌써 웨이팅 19번이라니.

밥 한 끼 먹기 위해 줄서는 시간이 가장 아까운데 다른 식당도 마찬가지로 웨이팅이 있었다.
할 수 없이 기다리기로 했다.



엄마의 봄날.
식당 이름이다.
요즘처럼 아파트 이름이건 식당 이름이건 죄다 외래어가 남발하는 가운데 가장 포근한 이름을 가진 식당이다.
만약 식당 이름을 Mather`s Spring day라고 지었다면 어땠을까? '엄마'라는 단어가 주는 봄날 같은 따스함은 덜했을 것 같다.

식당 이름 때문인지 부모님을 모시고 온 손님들이 많고 3대가 함께 식사하는 가족도 많았다.

기다림의 연속...
대기하던 손님 중 어르신들은 한 마디씩 하셨다.

"밥 먹으려고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이렇게 많아?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손님 빠지는 속도가 너무 더디다.
한참 기다린 것 같았는데 아직도 11번째라니...

어떤 어르신 말씀처럼, 기다리다 배고파서 쓰러지는 것 아닌가 싶었다.

기다린지 40분 만에 드디어 입장.


기다림을 감수하면서도 이 식당이 가족들과 식사하기 좋은 이유가 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넓은 실내, 특히 인원수가 많을 경우 가림막이 있는 공간에서 조용한 식사를 할 수 있다.
강원도 토속 한정식 식당이다보니 기름진 음식은 없다.

식사 코스는 영월 정식과 동강 정식 두 가지다.
두 식사 코스의 차이는 명태무침보쌈이 있고 없고의 차이일 뿐 그 외 음식은 모두 같은 코스로 나온다.

▶영월 정식(13,900원)
도토리 묵밥
도토리 묵전
샐러드
녹두닭
제철 겉절이
옹심이 탕수육
감자옹심이
시래기밥
감자떡

▶동강 정식(16,900원)
도토리묵밥
도토리 묵전
샐러드
녹두닭
제철 겉절이
옹심이 탕수육
명태무침 보쌈
감자옹심이
시래기밥
감자떡

여러 사람이 손 닿는 테이블 서랍의 숟가락 젓가락보다 이렇게 포장된 게 위생적이어서 좋다.


엄마의 봄날숟가락과 젓가락이 깔끔하게 포장되어 있어서 이런 사소한 것에서부터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더 고급스러운 한정식 식당이 많겠지만 엄마의 봄날은 한정식치고는 대중적인 가격이라 인기가 많다. 손님이 많다 보니 직원들도 덩달아 바쁘지만 갈 때마다 모두들 친절했고 음식도 빨리 나오는 편이다.

음식마다 앞접시나 국그릇이 같이 나오는데 더 필요하다면 직원을 불러 가져다 달라고 할 수도 있지만 따로 세팅되어 있어서 손님들은 무언의 약속 인양 필요한 만큼 직접 가져가기도 했다.

모든 음식이 슴슴해서 어른들이 좋아할 메뉴다. 짜고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싱거워서 맛이 없다고 느낄 수도 있다.


도토리묵밥은 묵사발과 같다. 도토리 묵전과 함께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 나는 묵사발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 한 그릇만으로도 한 끼 해결할 수도 있다.

겉절이는 빨간 옷을 입은 샐러드같은 느낌이다. 옹심이 탕수육의 쫄깃하면서도 담백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녹두닭. 닭고기는 평범하지만 녹두죽이 일품이다.


정식 코스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바로 녹두닭이다. 야들야들한 닭고기보다 녹두죽에 손이 먼저 간다. 녹두죽 주연, 닭고기 조연의 지친 영혼을 달래주는 음식이랄까.

은은한 연둣빛 같은 노란색을 띤 녹두의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믹서기로 갈았다면 이 느낌이 안 났을 것이다. 닭고기는 거들뿐이다. 오늘처럼 찬바람 불고 빗방울 떨어진 날이나 마음이 지친 날 먹으면 기운이 날 것 같은 음식이다.

감자옹심이, 쫄깃한 식감이 너무 좋은 별미 중의 별미다
살짝 간이 되어 있는 시래기밥. 시래기밥만 먹어도 한 끼로 충분하다. 양념장과 함께 나오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양념장을 첨가해도 된다.


쫄깃하고 뜨끈한 감자 옹심이도 맛있다. 명태무침 보쌈 돼지고기 수육에 명태무침이 한 접시에 담겨 나오는데 이런 명태 무침은 어디에서도 먹어본 적 없는 맛이다.

하지만 오늘은 참기로 했다. 매 번 동강 정식을 시켰는데 명태무침 보쌈까지는 맛있게 먹고 그다음부터 나오는 음식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배가 부르기 때문이다.

맵고 짠 음식 하나 없는 건강한 식단. 감자떡은 못먹고 결국 포장했다.


오늘은 영월 정식으로 주문해서 시래기밥까지는 먹었지만 배불러서 감자떡은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남은 음식을 포장해 달라고 하면 깔끔하게 포장해주는 서비스가 아주 좋다. 간식으로 먹어도 좋고 저녁 대신 먹어도 훌륭한 한 끼가 되어준다.

혹시 데이트 중이라면 너무 쩨쩨해 보일 수도 있으니 포장은 하지 말도록 하자^^

창 밖으로 보이는 곳이 김포아트빌리지다.


오늘도 걷는다


밥 먹고 바로 카페 가면 좋겠지만 [100일 걷기 챌린지] 중이므로 김포아트빌리지와 산을 잠깐 올랐다가 바로 내려왔다.

비... 바람...너무 추워...



사진으로는 느껴지지 않지만 빗방울도 내리고 바람도 세게 불었다.


앞으로 74일이나 남았는데 걱정된다.
추위를 워낙 무서워해서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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