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아줌마의 100일 걷기 챌린지

[100일 걷기 챌린지]28일차. 왕릉뷰로 유명세 치른 '김포 장릉' 에서 거닐다

문쌤 2022. 10. 12. 23:44

 

[100일 걷기 챌린지]5일 차에 갔으나 정기휴일이어서 못 들어가고 둘레길만 걸어서 아쉬웠던 '김포 장릉'에 다시 가보기로 했다.

 

지난주부터 갈 생각이었으나 계속 날씨가 흐려서 미루고 미루다 드디어 오늘 가게 된 것이다. 

장릉은 날씨가 좋은 날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포 장릉에 처음 갔던 때가 2년 전 봄이었나 보다. 김포 장릉에 도착하면 바로 보이는 협소한 주차장과 왕릉 같지 않은 입구에 적잖이 실망했었다. 하지만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마치 숨겨놓은 비밀의 화원이 펼쳐지는듯 했다.

(이럴 때 잘 어울리는 음악이 있는데 블로그에선 어찌해 볼 도리가 없으니 너무 아쉽기만 하다ㅠㅠ)

 

도심 속에 이런 곳이 숨어있다니...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서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면 믿을까?

 

내가 가장 아끼는 장소 중 한 곳인 '김포 장릉'을 약 한 달 전에는 정기휴일인걸 모르고 입구까지 갔다가 둘레길을 걸었다면 오늘은 평범한 수요일이기 때문에 당당하게 들어갔다.

 

"엥? 당당하지 않을 이유가 있어?^^"

 

 

 

입장료는 성인 기준(만25세~만64세) 1,000원이지만 자세히 읽어보면 할인 대상이 될 수 있으니 눈 크게 뜨고 봐야 한다. 내 앞에 서있던 사람은 김포시민인데 신분증을 안 가져와서 할인 혜택을 못 받았다. 임산부 무료 관람/ 매 월 마지막 수요일은 누구나 무료 관람이다.

 

그늘이 져서 잘 안 보이지만 매표소 입구를 통과하자마자 바로 보이는 '장릉 역사문화관'. 장릉 역사문화관을 둘러보면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재'김포 장릉'왕릉 뷰로 논란이 된 것도 이해가 된다.

 

 

 

― 조선 왕릉 - 유네스코 세계 유산 등재

「조선 왕릉은 조선(1392~18970과 대한 제국(1897~1910) 시대에 조성된 왕과 왕비, 황제와 황후의 무덤이다. 2009년 6월, 조선과 대한제국 시대에 조성한 능 42기 중 북한에 있는 2기를 제외한 40기가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유교를 통치 이념으로 삼았던 조선 왕조는 왕릉 조성과 관리에 효과 예를 갖추어 정성을 다하였다. 왕릉을 조성할 때에는 풍수사상에 다라 최고의 명당을 선정하고, 최소한의 시설을 설치하여 주변 자연경관과 잘 어우러지도록 하였다.

 

왕릉 조성과 관련된 모든 절차와 관리 실태는 상세한 기록으로 남겨 후대에 모범으로 삼도록 하였으며, 현재까지도 각 왕릉에서는 매년 산릉제례를 지내면서 역사적 전통을 잇고 있다.

 

조선 왕릉과 같이 500년 이상 이어진 한 왕조의 왕릉들이 거의 훼손없이 온전히 남아 있는 사례는 세계적으로 매우 드물다.」 

 

 

 

 

오늘도 걷는다

 

김포 장릉은 넓은 평지에 수많은 꽃과 나무가 있으며 도심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흙길이다. 흔한 멋부림도 없고 특별한 포장도 하지 않은 흙길을 걷다 보니 맨발로 걸어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포장릉 안에는 흔한 카페 하나 없다. 있으면 더 이상할 것 같다ㅎㅎㅎ

자판기도 없다.

유일한 물. 목 마르니 어쩔 수 없이 마셨다. 약수이겠지 하며 한 모금 마셨는데

"어라? 물맛이???" 

음수대 명찰을 달고 있는 상단을 보니 괄호 안에 당당하게 적혀있었다.

수돗물 ㅎㅎㅎ

 

리얼 수돗물이었다. ^^ 

 

 

― 김포 장릉(金浦 章陵)

장릉은 조선 16대 인조의 부모인 추존 원종(1580~1619)과 인헌왕후 구 씨(1578~1626)의 능이다. 

원종은 선조와 인빈 김씨의 셋째 아들로 1587년 정원군에 봉해졌고 1619년에 세상을 떠났다. 처음에는 양주 곡촌리에(현, 남양주시 금곡동) 묘를 조성하였다. 이후 1623년 아들 인조가 왕위에 오르자 대원으로 추존되었고 1626년 원종으로 추존되자 원을 능으로 높여 장릉이라 하였다.

 

인헌왕후는 구사맹의 다섯째 딸로 1590년에 연주군부인에 봉해졌고 1623년 인조가 왕위에 오르자 계운궁 연주부부인이 되었다. 1626년에 세상을 떠나 김포에 원을 조성하고 원의 이름을 육경원이라 하였다.

 

1672년에 정원대원군의 무덤을 김포로 옮기고 두 무덤을 합쳐 흥경원이라 하였으며, 1632년 인헌왕후로 추존되었다. 

 

원종과 인헌왕후의 능. 병풍처럼 빽빽하게 드리워진 소나무가 인상적이다.

 

김포 장릉 위를 날으는 아시아나. 김포공항이 가까워서 비행기를 원없이(?) 볼 수 있다.

 

장릉 소나무. 다른 나무 숲과는 달리 소나무 숲은 향기부터 다르다. 지나가면서 열심히 숨쉬기 운동 ^^

 

걷다보면 유난히 새소리라 많이 들렸다. '새가 노래한다'라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다. 숲 속 동물들이 먹을 양식에 손대지 않으면 좋겠는데 군데군데 안내문이 적혀있는 걸 보면 가져가는 사람들이 있나 보다.

 

 

오죽하며 출입구 나가는 문 앞에 '도토리 수거함'이라 적혀있는 항아리가 있을까.

제발 남의 음식에 손대지 맙시다!

 

 

 

여름날 뜨거운 태양빛을 머금은 나뭇잎은 당연히 초록색이라야 맞겠지만 이곳 장릉 나뭇잎은 아직도 6월의 이파리처럼 연둣빛이 더 많이 눈에 들어왔다. 내 눈이 이상한가 싶어서 주위를 둘러보고 고개를 들어 나무를 올려다보아도 마찬가지. 마치 연두색과 초록색 물감을 풀어놓은 수채화 같다. 

 

 

길을 걷다 보면 어떤 길은 생각을 안고 걷는 길이 있고 또 어떤 길은 생각을 버리며 걷는 길이 있다.  김포 장릉은 나도 모르게 근심 걱정을 버리며 걷는 길이다. 잔잔한 물소리, 새소리, 나무에 머물다간 바람 소리... 이 모든 것들이 나쁜 기운을 덜어내니 자연스럽게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 같다.

 

 

김포 장릉 안에 있는 저수지. 멀어서 잘 안 보이지만 물오리가 여럿 보였다. 얼핏 방치된 것처럼 보이지만 인공적인 것 그 어느 것 하나 첨가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저수지이다. 

 

 

저수지 규모는 크지 않으나 저수지 주변에 쉴 수 있는 대여섯 개의 의자가 있었다. 잠깐 쉬고 싶었는데 빈자리가 없어서 그냥 걸어가자 생각하던 그때, 자리에서 일어나는 노부부 덕분에 의자에 앉아 저수지를 보며 소위 물멍이라는 것을 해봤다.

 

큰 카메라를 든 사람의 말을 들으니, 저수지에 있는 건 물오리가 아니라 원앙이란다. 원앙의 아름다운 모습을 찍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하셨다. 원앙의 어떤 모습을 담을지 궁금하다.

 

― 재실 

원종과 인헌왕후의 제향을 준비하는 재실이다. 재실은 왕릉의 수호와 관리를 위하여 능참봉이 상주하던 곳으로 제례 시에는 제관들이 머물면서 제사에 관련된 전반적인 준비를 하던 공간이다. 능참봉의 집무실인 재실, 향과 축문을 보관하는 안향청, 제기를 보관하는 제기 고와 그 외 부속 공간인 행랑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봄에는 재실 주변으로 수많은 꽃들이 피어서 인기가 많은 곳이다. 나들이하기에도 좋고 '쉼'이 필요할 때 더없이 좋은 곳. 발길 닿는 곳마다, 눈길 닿는 곳마다 모두 자연이 빚은 작품인데 이렇게 아름다운 장릉의 풍경을 다 담지 못하는 똥손을 원망할 수밖에...

와우~! 16,637걸음. 장릉에서 걸은 걸음 수가 아니다. 아침 7시 30분 전후부터 아파트 두어바퀴, 산책길 왕복 두어차례, 앞산 오르기를 마친 후 간단히 아침 먹고(오전 하얀 점이 집에 있는 시간 ^^)나서 걸어서 요가 갔다가 걸어서 오기. 오후에 장릉에서 거닐기. 해 떨어지면 집밖을 안 나간다. 시간대별 그래프를 유심히 본 적 없는데 오늘 너무 많이 걸어서 살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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