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아줌마의 100일 걷기 챌린지

[100일 걷기 챌린지]29일차. 국화꽃 향기 속으로 - 인천 국화꽃 전시회

문쌤 2022. 10. 13. 22:55


가을 호박 숭덩숭덩 썰어서 냄비 바닥에 깔고 도톰한 갈치 토막 내고 국물도 좀 자작하게 해서 갈치조림을 해 먹고 싶었다.

예전에 친구와 함께 어느 식당에서 갈치조림을 주문했는데 국물이 많은 허여멀건한 갈칫국이어서 무척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친구는 아주 맛있게 먹었다. 그냥 예의로 한 말이 아니라, 어릴적 돌아가신 엄마가 항상 해주시던 갈칫국이랑 똑같단다. 갈치로 국을 끓여주셔서 다른 집도 국물이 있는 갈칫국을 먹는 줄 알았는데, 국물이 졸아서 의아해했더란다.

나이가 들면서 식구들 입맛에 맞추다 보니 갈칫국은 자연스럽게 갈치조림이 되었고 기억 속의 갈치국은 잊혔는데 우연히 들어간 식당에서 갈칫국을 먹게 될 줄 생각지도 못했다며 밥 한 공기 싹싹 비우던 모습이 생각난다.


〓 인천 국화꽃 전시회 〓
▶기간 : 2022년 10월 7일(금)~ 10월 28일(토)
▶전시 구성: 국화 조형작 및 향토식물류 14,000점
*국화: 다륜대작, 조형작, 현애작, 다간작, 일간작, 분재작, 절화국, 소국
*향토식물 : 목화, 벼, 가지 등
*초화류: 댑싸리, 아스타, 억새, 포인세티아 등



갈칫국이 될지 갈치조림이 될지 모를 일이지만 암튼 갈치를 사러 장바구니 챙겨 들고나갔다.
아니, 정확히는 시장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마트 아니고 재·래·시·장.

가다가 우연히 인천시청 앞 광장인 '인천애뜰'에서 하는 국화꽃 전시회 플래카드를 보게 되었다.

"잠깐 꽃구경하러 가볼까?"

오늘도 이렇게 무계획으로 살고 있다. ㅠㅠ


몇 개의 역만 더 지나면 국화꽃 전시회를 하는 인천시청이므로 가는 길도 번거롭지 않았다.
사실 이처럼 인위적인 꽃 축제는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국화 화분 몇 개 가져다 놓고 '국화꽃 축제'라는 이름 걸고 하는 이벤트는 감동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국화꽃을 이용해 입체적 동물 모형으로 표현한 작품엔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 산책 나온 시민들이 국화꽃 조형물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할로윈데이와 콜라보한 작품들이 많았다. 어린이 손님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엄마 손잡고 온 어린이 손님이 사진 찍기 위해 줄 섰는데 순간 포착해봤다.

소박한 초가집이 꽃단장을 마치고 사진 찍을 손님을 기다리는 곳도 있었다. 초가집 포토존은 주로 어르신들이 사진 찍는 명소였다.

소창 체험관에서 봤던 '목화'도 전시회에 참여했다. 반가워서 찰칵!

수령을 가늠할 수 없는 큰 은행나무. 시나브로 노랗게 물들고 있는데 사진으로는 구분이 잘 안 되는 듯하다. 좀 더 여유 있게 감상하고 싶었는데 시위 중이어서 조심스러웠다.


아, 갈치... 결론부터 말하면 갈치는 샀는데 갈치조림은 못했다. 오늘은 대충 때우고 내일은 꼭 갈치조림 하기로~ㅎㅎㅎ

대신, 지하철 역에서 본 시 한 수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쫄면이고 싶다/ 詩 김진초


허기진 뱃속에 불만 가득한 날이면
씹어도씹어도 탱글탱글 살아나는 누들계의 좀비.
가난처럼 질긴 면발과 씨름하고 싶다
신포시장 쫄면 맛집 물어물어 찾아가
빤히 아는 맛을 새빨갛게 비벼설랑
처음인 척
씩씩대며
잠든 세포에 불 지르고 싶다
돈을 벌려다 빚만 번 인생
찰고무처럼 질긴 근성에
매콤새콤달콤한 매력을 장착하면
세상의 항복을 받아낼 수 있을까?
아아 나도 쫄면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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