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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호박 숭덩숭덩 썰어서 냄비 바닥에 깔고 도톰한 갈치 토막 내고 국물도 좀 자작하게 해서 갈치조림을 해 먹고 싶었다.
예전에 친구와 함께 어느 식당에서 갈치조림을 주문했는데 국물이 많은 허여멀건한 갈칫국이어서 무척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친구는 아주 맛있게 먹었다. 그냥 예의로 한 말이 아니라, 어릴적 돌아가신 엄마가 항상 해주시던 갈칫국이랑 똑같단다. 갈치로 국을 끓여주셔서 다른 집도 국물이 있는 갈칫국을 먹는 줄 알았는데, 국물이 졸아서 의아해했더란다.
나이가 들면서 식구들 입맛에 맞추다 보니 갈칫국은 자연스럽게 갈치조림이 되었고 기억 속의 갈치국은 잊혔는데 우연히 들어간 식당에서 갈칫국을 먹게 될 줄 생각지도 못했다며 밥 한 공기 싹싹 비우던 모습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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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국화꽃 전시회 〓
▶기간 : 2022년 10월 7일(금)~ 10월 28일(토)
▶전시 구성: 국화 조형작 및 향토식물류 14,000점
*국화: 다륜대작, 조형작, 현애작, 다간작, 일간작, 분재작, 절화국, 소국
*향토식물 : 목화, 벼, 가지 등
*초화류: 댑싸리, 아스타, 억새, 포인세티아 등
갈칫국이 될지 갈치조림이 될지 모를 일이지만 암튼 갈치를 사러 장바구니 챙겨 들고나갔다.
아니, 정확히는 시장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마트 아니고 재·래·시·장.
가다가 우연히 인천시청 앞 광장인 '인천애뜰'에서 하는 국화꽃 전시회 플래카드를 보게 되었다.
"잠깐 꽃구경하러 가볼까?"
오늘도 이렇게 무계획으로 살고 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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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의 역만 더 지나면 국화꽃 전시회를 하는 인천시청이므로 가는 길도 번거롭지 않았다.
사실 이처럼 인위적인 꽃 축제는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국화 화분 몇 개 가져다 놓고 '국화꽃 축제'라는 이름 걸고 하는 이벤트는 감동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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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다행스럽게도 국화꽃을 이용해 입체적 동물 모형으로 표현한 작품엔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 산책 나온 시민들이 국화꽃 조형물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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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데이와 콜라보한 작품들이 많았다. 어린이 손님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엄마 손잡고 온 어린이 손님이 사진 찍기 위해 줄 섰는데 순간 포착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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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초가집이 꽃단장을 마치고 사진 찍을 손님을 기다리는 곳도 있었다. 초가집 포토존은 주로 어르신들이 사진 찍는 명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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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창 체험관에서 봤던 '목화'도 전시회에 참여했다. 반가워서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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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령을 가늠할 수 없는 큰 은행나무. 시나브로 노랗게 물들고 있는데 사진으로는 구분이 잘 안 되는 듯하다. 좀 더 여유 있게 감상하고 싶었는데 시위 중이어서 조심스러웠다.
아, 갈치... 결론부터 말하면 갈치는 샀는데 갈치조림은 못했다. 오늘은 대충 때우고 내일은 꼭 갈치조림 하기로~ㅎㅎㅎ
대신, 지하철 역에서 본 시 한 수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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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면이고 싶다/ 詩 김진초
허기진 뱃속에 불만 가득한 날이면
씹어도씹어도 탱글탱글 살아나는 누들계의 좀비.
가난처럼 질긴 면발과 씨름하고 싶다
신포시장 쫄면 맛집 물어물어 찾아가
빤히 아는 맛을 새빨갛게 비벼설랑
처음인 척
씩씩대며
잠든 세포에 불 지르고 싶다
돈을 벌려다 빚만 번 인생
찰고무처럼 질긴 근성에
매콤새콤달콤한 매력을 장착하면
세상의 항복을 받아낼 수 있을까?
아아 나도 쫄면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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