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아줌마의 100일 걷기 챌린지

[100일 걷기 챌린지]31일차. 10월의 어느 멋진 날, 인천대공원

문쌤 2022. 10. 17. 21:38

 

'대공원'이라고 하면 왠지 어린이가 먼저 떠오른다. '어린이 대공원'. 

오늘 인천대공원 가는 길인데 계속 '어린이 대공원'이라고 내가 말했다니... 나도 모르겠다. 무의식 속에 '대공원'은 '어린이 대공원'이라고 입력되었나보다.

 

인천대공원 1

 

한 달 전쯤이었나?

처음 가 본 인천대공원은 한마디로 '자유' 그 자체였다.

어린이에겐 대공원 자체가 하나의 큰 놀이터로 보였다.

 

 

울창한 나무 그늘 아래 텐트를 치고, 2인용 자전거를 타며 넓은 대공원의 자연을 즐기는 사람들.

배드민턴을 치거나 맨발 걷기를 하기도 하고 강아지와 산책을 하거나 일명 '한강 라면'을 즐기는 사람들.

 

모두 자유롭고 얼굴엔 행복이 가득해 보였다.

 

정문을 통해 들어가면 바로 왕복 6차선 도로가 있지만 차량 대신 자전거와 어린이 킥보드 그리고 커플 자전거가 천천히 달린다.

 

 

가을이 왔음을 온몸으로 알리는 노란 은행잎과 빨간 단풍잎이 그려낸 풍경은 보고만 있어도 충만한 느낌이다.

 

 

 

인천대공원 2

 

피오레 연합회 회원전

가을, 바람 그리고 야생화

 

2022년 10월 14일(금)~16일(일)까지 인천대공원 향기정원에서는 가을과 바람 그리고 야생화를 주제로 전시회가 진행 중이었다.

 

 

 

가을과 가장 잘 어울리는 꽃과 나무가 예술가의 손길에 따라 아름다운 작품이 되어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그중 캔커피 용기를 재활용하여 그림을 그려 넣고 커피나무를 심은 작품이 가장 인상 깊었다.

빨간 머리 앤은 너무너무 사랑스러웠다.

 

 

인천대공원에 바람 쐬러 갔다가 우연히 본 전시회라 정확한 정보는 없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정성 들여 만든 작품일 텐데 전시 공간이 너무 아쉬웠다. 

 

맛이 그럭저럭인 음식도 어떤 장소에서 어떤 그릇에 담겨있느냐에 따라 분위기나 가격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오늘 전시회는 마치 비싼 한우 스테이크를 일회용 접시에 담아준 느낌이 들었다.

 

 

몇 년 전 규모가 제법 큰 어느 전시회에 갔던 적이 있다.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화분에 어느 산길에서 봄직한 야생화가 가냘프게 피어있었다.

전시회가 끝나면 금방이라도 시들어버릴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전시회장은 미술관 급이었고 분위기마저 엄숙했다. 

곳곳엔 단정하게 갖춰 입은 직원이 있었고 언제든지 물어보면 작품 설명할 준비가 되어있는 작가도 대기하고 있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눈을 홀릴 정도로 황홀한 작품들은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마침 인천대공원에서 본 전시회 관계자들의 모습은 글로 옮기고 싶지 않다. 

 

최소한 전시회를 보러 온 관람객들에 대한 매너는 갖췄으면 좋았을 것을... 

아쉬운 대로 가림막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분재, 야생화 등의 작품 전시회를 여러 곳을 봤지만 오늘처럼 안타까운 곳은 처음이었다.

인천대공원과 전시회의 공통점을 굳이 찾자면 '꽃과 나무' 정도.

 

사랑하는 자식을 속옷만 입혀서 밖에 내보냈다면 너무 비약적인 표현일까?

화분을 들여다보면 오랜 시간 동안 정성을 들여 만들어낸 작품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다. 

 

전시회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 너무 안타까워서 몇 자 적어봤다.

자신의 예술적 가치를 너무 저평가받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전시회장인 비닐하우스를 나오자 다시 주말의 자유를 누리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오후 시간인데도 여전히 유모차를 밀고 돗자리를 들고 오는 사람들. 

 

 

비닐하우스 안에서 자신의 어여쁨을 뽐내는 화분들보다 높은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인천대공원의 꽃과 나무들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하여 15일(토) 일상을 17일(월)에 포스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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