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아줌마의 100일 걷기 챌린지

[100일 걷기 챌린지]30일차. 외국인 친구 만나러 강남 간 날

문쌤 2022. 10. 14. 23:56


여자 세 명이 강남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중 한 명은 외국인이며 나이대도 다르다. 30대, 40대 그리고 50대.


이해하기 쉽게 A, B, C로 하겠다.
A는 무역업을 하는 중국인과 결혼한 콜롬비아 사람이며 현재 중국에 살고 있다. 자녀는 4명이며 마당이 넓은 4층 집에서 살고 있다. 식사를 전담하는 도우미가 있고 청소와 빨래 등을 담당하는 도우미가 따로 있어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집이다.

가끔 그의 집에 놀러 가면 식사 도우미가 나의 친구인 콜롬비아 집주인 흉을 보기도 했다. 몇 년을 일했는데 월급이 그대로라는 둥, 일이 많다는 둥 말이다.

보통화(普通话 현대 표준 중국어)만 겨우 배운 나에게 남부지방 사투리로 이야기한들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지만 알아듣는다 한들 그대로 전달할 수나 있겠는가. 다만 도우미 아주머니의 푸념이겠거니 생각하고 한 귀로 듣고 흘려버리곤 했다.

4명의 자녀 중 고등학생인 콜롬비아 국적의 첫째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중국 학교 규율과 학업 시스템을 싫어해서 지난 9월 새학기부터 콜롬비아로 유학 아닌 유학을 갔다. 현재 그녀의 최대 고민으로 보인다.

B는 한국어학과가 개설된 중국 내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아니, 선생님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격리 및 비대면 수업을 이어가다가 자의반 타의 반으로 학교를 그만두고 한국으로 들어와서 현재 '쉼표'를 찍고 있는 중이다.

C는 나다. 중국 주재원으로 가는 남편과 함께 같이 갔다가 낯선 중국 생활에 적응하느라 고군분투한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줌마다. 전과목을 영어로 중국어를 가르치던 기초반을 거쳐 중국어가 귀에 들리기 시작하고 중국말을 할 줄 알게 될 때까지 어린 외국 학생들과 경쟁 아닌 경쟁을 하며 살았다.


그렇다면 A, B, C는 어떻게 만났을까?
학교 내 최고령(?) 외국인 학생이었던 나는 그나마 열 살 남짓 어린 콜롬비아 아줌마와 금방 친구가 되었고 함께 놀러 다니거나 밥먹고 차 마시는 게 일상이었다. 그녀의 부모님이 중국에 오셨을 땐 함께 한국 식당에 모시고 가서 한국 음식을 대접하기도 했다. 지금도 그녀의 부모님이 그때의 일을 회상하신다니 별일 아니었는데도 뿌듯하다.

대학교 한국어학과의 중국인 선생님을 통해 한국인 선생님을 알게 되었는데, 그게 바로 B였다.
우리 셋은 가끔 서로 시간 맞춰서 밥 먹거나 산책하는 게 그땐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그러다 코로나 때문에 중국에 있는 살림을 정리해야할 때, 전자올겐이나 값나가는 주방 제품들은 모두 A에게 주었다. 우리 집보다 더 부자여서 도움이 되진 않겠지만 물건의 값어치를 떠나서 정든 한국 친구의 선물로 생각해 달라는 마음이었다.


오늘 우리는 거의 3년만에 서울 한복판에서 만났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카페 스타벅스에서 말이다. ㅎㅎㅎ
내가 서울 지리를 잘 몰라서 걱정했는데 내 편의를 위해 약속 장소를 지하철 역 바로 옆에 있는 스타벅스로 정했다. 그 정도는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 A는 서울사람인 B집에 묵었으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럼 이쯤에서 궁금할 것이다.
셋이 만나면 어떻게 대화를 할까?

A는 서반어를 하고 영어도 의사소통하는데 문제 없을 정도로 잘한다. 중국에서는 A와 4명의 아이들과는 서반어로 대화하고, A와 중국인 남편과도 서반어로 대화한다. (남편이 사업차 콜롬비아에 갔다가 A와 연애를 했다지 아마^^)

아이들과 아빠는 중국어 보통화로 대화하고, 아이들과 도우미 아줌마는 남부지방 사투리로 대화한다. 그래서 A는 학교에서 중국어를 배워도 집에 가면 남부지방 사투리가 난무하다 보니 표준 중국어보다 사투리를 더 잘 알고 있다.

B는 한국인이고 영어를 잘한다. 본인은 잘 못한다고 겸손하게 말하지만 내가 보기엔 아주 잘한다. 또 중국어를 열심히 공부한 결과 중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수업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 정도로 잘한다.

반면 C인 나는 ... 서반어는 아예 모르고, 영어는 간단한 대화를 알아듣고 짤막한 단어 조합으로 겨우 말을 이어가는 정도? 중국어는 일상회화 정도 겨우 할 줄 안다.

우리들의 대화... 여기에서 나열한 서반어, 영어, 표준 중국어, 남부지방 사투리 그리고 한국어가 섞여있다. 옆에서 들었으면 "뭐지?" 했을 것이다.(좀 더 자세하게 쓰고 싶은데 12시가 코앞이다;;)


A는 내일 중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돌아간다. 콜롬비아 - 난징 직항이 없어서 그동안 일본을 경유해서 다녔는데 한국인 친구들을 알게 된 후 콜롬비아 - 서울 경유- 난징으로 간다고 했다.



중국은 아직도 코로나 검사와 격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에 입국하려면 48시간 내 1차 검사, 24시간 내 2차 검사 결과표를 제시해야 해서 어제는 B와 함께 그리고 오늘은 셋이서 코로나 검사하는 병원에 함께 갔다. 오늘 마음고생을 좀 했었나 보다. 부디 내일 아침 음성 결과표를 받길 바란다.
세 명 모두 각자 무거운 짐 하나씩 갖고 있는데 다음에 만나면 좀 더 홀가분해졌으면 좋겠다.

ps. 더 자세히 쓰고 싶지만 시간이 촉박하여 이만 총총총.

서울은 복잡해. 길 잃어버릴 뻔 했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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